능수능란 '강온전략' 김태년vs'디테일' 방점 주호영

by유태환 기자
2020.05.20 06:00:00

金, 강공 드라이브 예고와 함께 협치 당부
초반엔 "트집 잡기, 막장정치" 강한 발언도
朱 "졸속보다 정속" 세부 현안 꼼꼼히 점검
스스로도 "이런 얘기까지 해야 하나" 농담
양측 협상력, 원구성 기점으로 윤곽 예상

[이데일리 유태환 기자] 김태년 더불어민주당·주호영 미래통합당 신임 원내대표가 취임한 지 약 열흘이 지나면서 각자만의 성향과 특징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177석의 거대 집권여당을 이끄는 김 원내대표는 대야(對野) 강공 드라이브 예고와 협치 당부 메시지를 동시에 내놓으면서 능수능란하게 ‘강온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평가다. 반면 21대 국회에서 개헌 저지선을 겨우 확보한(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과 합당 시 103석) 제1야당으로 정부·여당을 상대해야 하는 주 원내대표는 ‘디테일’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태년(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국회를 예방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원내대표는 취임 초반에는 야권을 겨냥해 다소 강한 발언들을 쏟아냈다.

21대 국회 전반기 원구성 협상이 지연되는 것에 대해서는 야당의 “발목잡기, 트집 잡기”라고 규정했다. 지나치게 국회 개원이 늦어질 경우 과반 의석을 확보한 민주당이 본회의에서 단독으로 상임위원장 등을 선출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엄포를 놨다.

미래한국당이 별도의 꼼수교섭단체를 구성하는 것에 대해 “막장정치”라고 했다가 상대방의 거센 반발을 사기도 했다. 또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관련 3차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해서도 “일자리를 지킬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며 “21대 원 구성을 신속하게 마치고, 곧바로 3차 추경심사에 돌입해야 한다”고 속도전을 강조했다.

이런 김 원내대표 발언의 기류는 지난 14일 주 원내대표와 첫 공식 회동에서 20대 국회의 남은 법안 처리를 위한 ‘20일 본회의’를 통 크게 합의한 것을 기점으로 다소 바뀌었다는 지적이다. 여야 간 현안 논의를 위한 첫 만남에서 나름의 결과물을 도출한 점이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얘기가 들린다.

이후 김 원내대표의 법안 처리나 야당을 향한 언급의 톤은 “적극적인 협조와 동참을 기대하고 또 그렇게 해주실 것이라 믿는다” 정도로 다소 낮아졌다.

주호영(왼쪽)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와 국회를 예방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반면 주 원내대표는 현안을 세세한 부분까지 꼼꼼하게 검토하고 확인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김 원내대표와 첫 공식 회동에서 “신속에 쫓겨서 너무 급하게 하다 보면 졸속이 될 수 있다. 졸속이 아닌 정속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한 게 대표적인 예다. 주 원내대표는 문희상 국회의장이 20대 국회 남은 법안을 “찌꺼기”라고 한 데 대해서는 “숙성된 법안에 대해 찌꺼기라는 표현은 안 쓰고 싶다”고 꼬집었다.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을 만난 자리에서는 “엘리베이터 버튼 항균 필름을 밖에는 다 설치했다”며 “이렇게 많은 사람이 쓰는 공공시설에는 왜 안 하느냐”고 했다. 본인 스스로도 제1야당 원내대표가 이런 사안까지 직접 지적하는 것이 다소 멋쩍은 듯 “이런 얘기까지 내가 해야 하느냐”며 웃으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주 원내대표는 과거 당내 5.18 민주화운동 망언에 대해서도 사과했지만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은 명확히 구분했다. 그는 5.18 관련 단체의 망언 의원에 대한 제대로 된 징계 요구와 관련, “지금 당이 달라져서 결정권 밖에 있는 어려움이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서로 다른 성향의 두 원내대표가 어떤 협상력을 발휘할지는 원구성 논의를 기점으로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에서는 아직은 주 원내대표에 대한 우려감도 상당한 눈치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지난번에 민생법안에 대한 무더기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 아이디어를 낸 사람이 주 원내대표 아니냐”며 “처음에는 합리적으로 보였는데 다선을 거치면서 지금은 꼭 그런 것 같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선거 결과 평가를 냉정하게 한다면 국정 발목잡기가 달라지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여야 협상뿐만 아니라 총선 참패에 따른 당 수습 방향을 결정해야 하는 주 원내대표에게는 또 다른 숙제도 기다리고 있다.

실제로 통합당의 한 영남 지역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주 원내대표가 당선됐으니 가장 급선무는 우리 당이 나아갈 방향성과 지향점을 결정하는 것”이라며 “가치를 재정립하는 데 일단 의원들의 총의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비대위부터 가자는 건 순서가 안 맞는 얘기”라며 “‘깜깜이 비대위원장’이 와서 당의 정체성과 맞지 않게 당을 운영하겠다고 하면 제대로 일신할 기회를 또 놓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