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수사" 다짐했던 세월호 특수단…5개월 수사 `지지부진`

by안대용 기자
2020.04.16 02:17:00

유가족·시민들, 특수단 출범 후 박근혜·황교안 등 고소·고발
檢, 당시 해경 지휘부 우선 수사…참사 5년10개월만에 기소
나머지 의혹 진척없어…"검찰, 보다 적극적 진실규명을"

[이데일리 안대용 기자] 16일 세월호 참사 6주기를 맞지만 사고 발생 원인부터 이후 구조 대응과 진상 은폐 등을 확인하기 위한 진실규명 작업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해 11월 검찰이 참사를 둘러싼 모든 의혹을 조사하겠다며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을 꾸렸지만 출범 당시 내보인 의지에 비해 수사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11월30일 오후 전남 진도군 팽목항의 등대길. (사진=연합뉴스)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는 시민들과 함께 특수단 출범 직후인 지난해 11월15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황교안 전 법무부 장관 등 40명을 참사 책임자로 지목하고 검찰에 고소·고발했다. 피해자 가족 377명의 이름으로 고소장이 제출됐고, 시민 5만4039명이 함께 고발장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의 고소·고발 대상은 △박근혜 당시 대통령을 비롯해 청와대·정부 책임자 5명 △해양경찰 등 현장구조·지휘세력 16명 △세월호 참사 조사방해 세력 10명(박 전 대통령, 황 전 장관 중복 포함) △세월호 참사 전원구조 오보 보도 관련자 8명 △세월호 참사 피해자 비방·모욕 관련자 3명 등이었다.

이후 지난해 12월 앞선 고소·고발에 포함되지 않았던 38명을 포함해 총 47명이 추가 고소·고발됐다. 유가족들에 대한 불법 사찰 관련 옛 국군기무사령부 책임자,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활동 방해세력 등이 포함됐다.

특수단 수사는 참사 당시 해경 간부들의 구조 소홀 등 책임 규명에 우선 집중됐다. 특수단은 출범 100일째인 지난 2월18일, 과거 검찰 수사에서 사법처리를 피했던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 해경 지휘부 11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참사 발생 5년10개월 만이었다.



하지만 이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의혹은 진척이 크게 없는 상태다. 유가족들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지난달 “특수단이 현재까지 해경 지휘부 일부만 기소했을 뿐 나머지 참사 책임자들과 핵심 의혹들에 대해선 깜깜이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며 12가지 요청을 적은 의견서를 특수단에 제출하고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해경 지휘부를 기소한 것도 예전에 검찰이 할 수 있던 것을 이제야 한 것이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검찰이 특수단을 출범시키면서 ‘백서를 쓰는 심정으로 마지막 수사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스스로 강조했던 만큼 성역없는 수사는 물론, 수사 속도를 더 높여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참사 6년이 지난 상황에서 시간을 더 지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참사 당시 청와대 등 정부 고위 관계자의 진상은폐 관련 의혹에 대해 확실한 수사가 이뤄져 더 이상 의문을 남기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유가족과 시민들의 고소·고발 대리인단장인 이정일 민변 세월호 TF 변호사는 “박근혜 정부 청와대를 정점으로 한 수사 외압, 감사원 감사 축소, 특조위 조사 방해, 기무사 사찰 등에 대해 명확히 밝히고 책임자가 드러나면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소를 전제하지 않더라도 세월호 침몰 원인을 비롯해 참사를 둘러싼 유가족들의 의문점을 해소할 수 있어야 한다”며 “검찰 특수단에 강제수사 권한이 있는 만큼 더 적극적인 진실규명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 7일부터 14일까지 특조위 조사 방해, 유가족 사찰 사건 등 확인을 위해 대통령기록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특수단은 서울고등법원장의 허가를 받아 대통령기록관의 협조를 통해 열람 작업을 한 후 필요한 자료를 사본으로 확보해 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