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인사태풍 후 첫 주총…새 얼굴·먹거리 관심
by김보경 기자
2020.03.19 06:30:00
지난해 말 인사태풍 신규 사내이사 선임 잇따라
오너 경영인 재선임으로 책임경영 강화 기조도
롯데쇼핑 건설업, 이마트 전기차 신사업 추가 눈길
| (왼쪽부터) 황범석 롯데백화점 대표, 차정호 신세계 대표, 김형종 현대백화점 대표, 강희석 이마트 대표(사진=각 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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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보경 기자]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위기를 맞은 유통업계가 다음 주 본격적으로 주주총회를 연다. 지난해 말 대대적인 조직개편과 인사태풍으로 주요 직책을 맡은 인물들이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될 전망이다.
오는 27일은 롯데지주, 롯데쇼핑, 롯데제과 등 롯데그룹의 주총이 몰렸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난 롯데쇼핑은 황범석 백화점사업부장(전무)과 장호주 쇼핑HQ재무총괄본부장(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해 신 회장과 지난해 말 인사에서 용퇴한 이원준 부회장의 자리를 채운다.
롯데지주와 롯데제과는 신 회장의 2년 임기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상정됐다. 롯데지주는 아울러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고, 송용덕 롯데지주 부회장과 윤종민 롯데지주 경영전략실장을 각각 신규 선임할 예정이다. 롯데제과도 민명기 대표의 재선임 안건이 처리될 예정이다.
신세계는 오는 25일 열릴 주총에서 차정호 신세계 대표이사를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한다. 권혁구 신세계 전략실장(사장)과 김정식 지원본부장(부사장)도 재선임해 3인 체제를 구축한다. 이마트도 지난해 영입한 강희석 대표이사를 사내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같은 날 열리는 현대백화점 주총에서는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이 상정됐다. 김형종 현대백화점 대표이사와 장호진 기획조정본부장(사장)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한다. 계열사인 현대그린푸드도 정 회장의 재선임을 통해 책임경영을 강화할 계획이다.
CJ는 30일 주총을 열고 최은석 CJ 경영전략 총괄부사장을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해 박근희 CJ그룹 부회장이 CJ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난 자리를 채운다. 박 부회장은 CJ대한통운 경영에 집중하게 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올해 주총에서는 지난해 조직개편에 따른 큰 폭의 인사로 새로운 사내이사 선임이 많고, 오너 경영인들의 재선임도 있지만 경영권 분쟁 등 큰 이슈는 없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서도 눈에 띄는 선임 안건은 있다. 오뚜기는 27일 주총에서 함영준 회장과 이강훈 사장의 재선임 안을 다룬다. 안건이 통과될 경우 함 회장과 이 사장은 15년 넘게 오너와 전문경영인으로서 기업을 이끌게 된다.
그런가하면 삼양식품은 30일 주총에서 김정수 사장의 재선임을 다루지 못하게 됐다. 김 사장은 남편인 전인장 삼양식품 회장과 함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 1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이에 따라 취업제한이 걸려 삼양식품은 당분간 정태운 사장 단독 대표체제로 운영된다.
| 이마트 집합형 초급속 전기차 충전소 ‘일렉트로 하이퍼 챠져 스테이션 죽전점’.(사진=이마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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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총에서 신사업 진출을 위한 정관변경 안건을 올린 기업들도 상당수다. 코로나19로 위기에 처한 유통·식품업체들이 적극적으로 활로를 모색하려는 노력이다.
롯데쇼핑은 주택건설사업과 전자금융업을 신규 사업목적으로 추가할 예정이다. 이는 광주광역시 광산구의 주상복합 ‘힐스테이트 첨단’ 추진을 위한 수순이다. 이 주상복합은 롯데슈퍼 광주첨단점 부지 위에 들어선다. 최근 광주시의 허가가 나면서 롯데쇼핑이 시행사를 맡게 됐다. 또한 롯데쇼핑이 향후 3년간 백화점·마트·슈퍼 등 점포 700여 개중 200여개를 정리할 계획이어서 폐점 점포 유휴 부지에 대한 사업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전자금융업은 이르면 4월 론칭할 통합 온라인 쇼핑몰 ‘롯데온(ON)’ 사업 추진 차원이다. 전자상거래 자체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 이르면 오는 4월 론칭할 롯데 통합 온라인 쇼핑몰 ‘롯데온(ON)’. 롯데쇼핑은 전자상거래 자체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이번 주총에서 전자금융업을 신규 사업목적에 추가할 예정이다.(사진=롯데쇼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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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는 전기충전사업을 포함한 전기 신사업 및 전기사업을 신규 사업으로 추가했다. 변경 목적으로는 ‘전기차충전사업 추진을 위한 사업 목적 추가’로 명시해 그간 외부 위탁 운영방식으로 진행하던 전기차 충전사업을 본격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는 2022년까지 전 점포와 신세계 그룹사 영업장에 2100기 규모의 급속 충전소 구축 계획을 세우고 전기차 충전 서비스를 시범 운영해왔다. 현재 이마트는 115개 매장에서 급속 충전기(100kw) 330기와 완속 충전기(7kw) 140기를 설치 및 운영하고 있다.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편의점도 부대사업을 위해 사업목적을 추가했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오는 25일 주총에서 △태양력 발전업 △의약품·의료기기 도·소매업 △브랜드 및 상표권 라이센스업 △지식, 정보 등 무형자산 판매 및 용역사업 △경영자문 및 컨설팅업 △소프트웨어 공급업 △시스템 통합관리업 △상품중개업 등 8개의 신규 사업을 추가한다.
기존 사업을 보완하기 위해 사업을 추가한 업체도 있다. 신세계푸드는 이번 주총 안건으로 △산업용 농·축산물 및 동·식물 도매업 △곡물 가공품, 전분 및 전분제품 제조업 △자연과학 및 공학 연구개발업 △과학기술 서비스업 등 사업목적을 추가했다. 새로운 사업 진출보다는 외식사업이나 단체급식에 취급하는 식자재 유통구조 개선을 위한 보완적인 성격이다.
한편 올해 주총에선 코로나19 사태로 전자투표 도입 기업이 늘어났다. 전자투표는 소액 주주들의 권리 행사를 유도하는 주주권 강화 정책이기도 하다. 지난해 신세계그룹, CJ그룹 등이 전자투표제를 도입한 데 이어 올해 현대백화점그룹도 현대백화점·현대홈쇼핑·현대그린푸드 등 7개 상장 계열사에 전자투표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