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 대신 인내심 선택한 美연준에 환호…다우, 1.77% 급등

by이준기 기자
2019.01.31 06:53:49

[뉴욕증시]비둘기로 변신한 연준..3大지수 '급등'
애플 실적 안도+보잉 好실적 공개..측면 지원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신(新) 통화정책 기조가 ‘인내심’으로 공식 확인되면서 뉴욕증시가 강하게 랠리 했다. 애플과 보잉 등 미국 대기업들의 ‘실적 호조’는 이를 측면 지원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30일(현지시간)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가 전 거래일보다 434.90포인트(1.77%) 급등한 2만5014.86에 거래를 마쳤다고 밝혔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와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도 각각 41.05포인트(1.55%)와 154.79포인트(2.20%) 뛰어오른 2681.05와 7183.08에 장을 마감했다.

시작부터 좋았다. 전날(29일) 장 마감 후 발표된 애플의 실적이 월가(街)에서 나름 ‘호평’이 쏟아지면서다. 지난해 4분기(미국 회계연도 1분기) 아이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5% 급감했지만, ‘최악은 피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애플의 주가는 7%가량 뛰었다.

미국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도 이날 시장 전망치를 크게 웃도는 호(好) 실적을 공개하면서 주가가 6%대 급등했다. 보잉은 지난해 4분기 주당순이익(EPS) 5.48달러로 전망치(0.91달러) 훌쩍 넘은 데 이어 매출도 283억달러로 전망치(10억달러)를 압도했다. 지난해 연간 매출은 1011억 달러로 집계, 최초로 ‘1000억달러 매출 클럽’에 가입했다.

정점은 이날 오후 이틀 간에 걸친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가 나오면서 시작됐다. 연준은 통화정책성명서를 통해 기존 정책 기조인 ‘추가적인 점진적 연방기금금리(기준금리) 인상’ 문구를 삭제한 대신, 향후 기준금리 변화에 대해 ‘인내심’을 갖겠다는 표현을 삽입했다. 시장은 당분간 연준의 금리인상은 없을 것이라는 시그널로 받아들였다.



더 나아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FOMC 정례회의 직후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금리인상 근거가 약해졌다” “현 금리 수준은 중립금리 범위 안에 있다” 등의 발언으로 현 금리 수준이 연준의 목표치에 이르렀음을 시사했다.

연준의 비둘기(통화완화 선호) 변신은 현 경기상황을 진단하는 문구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동안 ‘강한’(strong)으로 표현해왔던 미국의 경제를 ‘탄탄한’(solid)으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대차대조표(QT.보유자산) 축소 정책에 대해서도 “세부사항에 대한 조정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대차대조표 축소는 만기 도래하는 국채와 정부 기관채 일정액에 대해 재투자를 중단하는 방식으로 이뤄져 시장의 유동성을 축소하는 대표적 긴축 정책이다. 이와 관련, 파월 의장은 “대차대조표 축소를 끝낼 적당한 시점에 대해 위원들이 평가하고 있다”며 “예상보다 큰 보유 규모로 더 빨리 끝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애버딘 스탠더드 인베스트먼트의 제임스 매케인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의 통화정책 성명서는 확실히 비둘기파적이었다”고 평가한 뒤 “우리를 더 놀라게 한 건 대차대조표와 관련한 변화”라고 말했다. 알리안츠의 모하메드 엘-에리언 수석 경제고문은 “시장은 연준의 성명서에서 원했던 것을 얻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