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박물관]①35년 함께 해 온 '사랑의 짝대기' 롯데제과 빼빼로

by송주오 기자
2018.11.08 07:00:00

1983년 4월 첫 출시 올해 35살
80년대 소득수준 상승·여가문화 확산, 간식 수요 높아져
수익금 사회공헌활동…''사랑의 전령사'' 의미 되새겨

여학생들이 빼빼로데이를 맞아 함께 정을 나누는 90년대 말 풍경. (사진=롯데제과)
[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긴 막대 모양 과자의 고소함과 함께 전해져오는 초콜릿의 달콤함….

1983년 탄생한 롯데제과의 빼빼로는 출시하자마자 단숨에 국민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이전까지 볼 수 없었던 독특한 모양에 간식으로 제격인 간편함까지 두루 갖춘 명품 스낵이란 평가를 받았다.

빼빼로의 어원과 관련한 단서는 1987년 10월10일자 한 신문 기사에서 찾을 수 있다. 당시 기사는 빼빼로의 어원을 이탈리아어인 ‘빼빼로네’(Peperone)의 앞글자에서 따왔다고 설명했다.

1980년대 빼빼로가 국내에 소개된 배경은 소득 상승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1980년대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000달러를 넘어서면서 본격적인 소비가 이뤄지기 시작하던 때였다. 이전까지 절대 빈곤 상태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던 우리나라에서 간식 구매는 사치로 여겨졌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1985년 우리나라의 1인당 GDP는 2458달러로 세계 50위권 내였다. 20년 전인 1965년 106달러와 비교하면 무려 23배 가량 성장한 수준이었다.

국내 산업계의 전환점이기도 했다. 프로 야구와 프로 축구 등이 출범하면서 소비자들은 여가 문화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또 자동차의 개인 소유가 늘면서 교외 활동도 활발해지던 시기였다. 소득 증가에 따른 여가 문화 발달로 관련 제품 수요가 폭증하고 있었다. 롯데제과는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 맞춰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빼빼로를 개발한 것이다.

다만 단순한 형태 일색이던 국내 제과 시장에서 빼빼로가 성공할지는 장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앞서 1967년 선보인 프리미엄 초콜릿 ‘가나 초콜릿’의 성공으로 국민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법을 터득한 롯데제과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이런 자신감은 롯데제과가 막대 과자에 초콜릿을 묻힌 빼빼로 개발을 밀어붙일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출시 첫해에만 44억원의 매출을 올린 데 힘입어 롯데제과는 그해 1550억원의 매출 성적표를 기록했다. 빼빼로만으로 전체 매출의 약 3%를 거둔 셈이다.

그래픽=이동훈 기자.
오리지널 빼빼로로 성공 가능성을 타진한 롯데제과는 이듬해 아몬드 빼빼로를 출시하며 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했다. 심심한 오리지널 빼빼로에 고소한 아몬드 크러스트를 추가해 씹는 즐거움을 배가시켰다.



2000년대 들어 소비자의 입맛 변화에 맞춘 신제품으로 발빠르게 시장에 대응하기 시작한다. 아몬드 빼빼로(1984년) 이후 16년 만에 나온 신제품 누드 빼빼로(2000년)가 대표적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누드 김밥 등을 빼빼로에 적용한 사례였다. 누드 김밥의 방식을 차용해 막대 과자를 노출하면서 속을 초콜릿으로 채웠다. 이어 2010년 아몬드 빼빼로와는 또 다른 맛을 지닌 ‘땅콩 빼빼로’를 내놓았고 2011년 상큼한 딸기향을 담은 ‘딸기 빼빼로’로 상품군을 확대했다.

2013년에는 ‘화이트 쿠키 빼빼로’와 ‘하미멜론 빼빼로’를 동시에 출시하며 신제품 개발에 속도를 냈으며 ‘누드 녹차 빼빼로’ ‘더블딥 카페라떼 빼빼로’ 등을 잇달아 출시했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소비자 입맛을 저격할 맛 찾기에 몰두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2016년 말 IBM의 인공지능 컴퓨터 ‘왓슨’(Watson)을 도입했는데, 8만여 사이트에서 식품 관련 문장이나 키워드를 취합한 롯데제과는 이를 왓슨에 입력해 분석하게 했다.

롯데제과는 데이터 분석 전 왓슨에 △식감 △맛 △소재 △모양 등의 정의를 입력했으며 이에 따라 데이터를 분류했다. 추출된 데이터는 다시 △통계치(데이터 절대량) △상관도(주제와 어울리는 정도) △추세값(증감도) 등 3가지에 가중치를 주고 지수로 만들었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최종 도달한 답이 ‘상큼한 맛’이었다. 상큼한 맛과 초콜릿의 조합을 위한 연구를 거쳐 최종적으로 ‘깔라만시 빼빼로’와 ‘카카오닙스 빼빼로’를 출시하게 됐다.

롯데제과는 최근 빼빼로데이를 앞두고 ‘빼빼로’의 새 광고 모델로 인기 캐릭터 ‘카카오프렌즈’를 발탁했다. 1983년 출시 이후 사람이 아닌 캐릭터를 모델로 한 것은 처음이다. (사진=롯데제과)
올해는 빼빼로데이(11월 11일)를 앞두고 소비자들 감성에 맞춰 인기 캐릭터인 카카오프렌즈를 콘셉트로 기획 제품을 설계, 눈길을 끌고 있다.

TV광고도 이전과 다르게 제작했다. 그동안 스타급 연예인을 모델로 발탁했지만, 올해는 빼빼로 출시 이후 최초로 사람이 아닌 캐릭터인 카카오프렌즈를 모델로 발탁하는 파격을 시도했다.

상품군이 늘어나면서 관련 매출도 증가했다. 판매 시점 정보 관리(POS·Point of Sale) 데이터 기준 매출액은 1983년 44억원에서 1993년 230억원, 2003년 430억원, 2013년 820억원, 2017년 951억원을 기록했다.

롯데제과는 ‘사랑의 전령사’로 발돋움 한 빼빼로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2012년부터 빼빼로 수익금으로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다. 아동들의 안전한 학습처인 스위트홈 사업을 시작했다. 2013년 전북 완주에 1호점을 설립한 이래 지금까지 6호점까지 마련해 사회에 기부했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국내 스틱형 막대 과자의 효시(嚆矢)로 오리지널리티를 유지하며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다”며 “인물 위주의 광고에서 1020세대가 좋아하는 캐릭터를 광고 모델로 발탁하는 등 트렌드 변화에 걸맞은 노력이 지난 30여 년간 인기를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