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사람 다 팔아 매물 뚝···"지방선거때까진 주택시장 관망세"

by권소현 기자
2018.04.09 06:25:00

양도세 중과 일주일 시장 반응
다주택자, 이미 똘똘한 한채 갈아타
시기 놓친 이들은 버티기 돌입
신DTI·RTI 등 대출 규제 겹쳐
6·13 선거 이후 거래 재개될 듯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권소현 성문재 박민 기자] “양도세 중과 전에 팔려던 분들은 시세보다 3000만~5000만원 싸게 내놔서 다 팔았죠. 3월까지는 이런 급매물이 나와서 거래가 좀 됐었는데 이달 들어서는 매매가 아예 스톱됐네요.”(강동구 둔촌동 O공인 대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앞두고 이미 다 팔만한 물건은 다 팔아서 매물은 씨가 말랐다고 봐야죠. 양도세 중과로 인한 여파가 있기보다 지금은 매수세가 꺾인 게 더 문제인 것 같습니다. 간혹 한 두건 호가를 낮추는 매물도 나오지만 매수자들이 안 붙고 있거든요“(마포구 도화동 A 공인 대표)

양도세 중과가 시작된 지난 1일 이후 1주일간 부동산 시장에는 정적만 흘렀다. 한때 펄펄 끓었던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에서도 매물은 자취를 감춰 거래가 올스톱된 상태다. 우려했던 대로 양도세 중과 이후 본격적인 매물 잠김 현상이 시작된 것이다.

사겠다는 사람도 없다. 높아진 대출 문턱과 금리 상승, 보유세 인상 논의, 재건축 규제 등이 겹치면서 짙은 관망세가 형성됐다. 일선 공인중개사나 전문가들은 6·13 지방선거가 끝날 때까지는 거래절벽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9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양도세 중과 시행 후 서울 주요지역의 아파트 단지에는 거래 공백이 나타나고 있다. 작년 8·2 부동산 대책에 집을 2채 이상 보유하고 있는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을 팔 경우 4월 1일부터 양도세 중과를 적용한다는 내용이 담기면서 8개월간의 시간적 여유가 있었던 만큼 다주택자들은 지난달 말까지 팔 집은 내다 팔고 장기 보유할 ‘똘똘한 한 채’로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이 높아 최근 몇 년간 갭투자(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하는 것)가 많이 이뤄졌던 노원구와 성북구의 아파트 거래량(신고일 기준)이 올해 초 급증했다. 노원구는 지난 2월 940건, 3월 1326건을 기록했고, 같은 기간 성북구는 585건, 1049건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2~3배 수준이다. 강남 4구에서도 올 초 아파트 거래량 증가세가 확연했다. 강남구는 작년 3월 418건에서 올해 3월 783건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서초·송파·강동구도 비슷한 양상이다.

양도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 호가를 낮춘 매물들이 쏟아지는 바람에 서울 일부 지역 아파트 매매값은 하락세로 돌아서기도 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서초구는 0.04% 내려 6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고 송파구는 7개월 만에 보합을 기록했다. 강남구와 강동구의 상승률도 서울 평균을 밑돌았다.

일부는 장기 보유해야 하는 임대주택으로 등록하고 매도를 고민하다 시기를 놓친 이들은 버티기에 돌입하면서 매물은 점점 더 귀해지고 있다. 지금 집을 내놓는 집주인들은 급할 게 없는 입장이어서 호가를 낮추지 않는 모습이다.



마포구 아현동 한 공인중개사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가격을 낮춘 급매물들이 좀 있어서 거래가 됐는데 이달 들어서는 집주인들이 호가를 낮출 생각을 안한다”며 “오히려 매물이 귀해지면 호가가 더 오르지 않겠냐는 문의도 한다”고 전했다.

호가가 높아도 사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거래가 성사되겠지만, 매수자들은 복지부동이다. 현재 호가와 매수자들이 적정 가격이라고 생각하는 가격 간 간극이 큰 상태다.

성동구 성수동의 중개업소 관계자는 “기존보다 1000만~2000만원 정도 호가를 낮춘 매물이 나와도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다”며 “매물 없는 것보다 매수자들이 움직이지 않는 게 더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송파구 잠실동 한 중개업소 관계자 역시 “잠실주공 5단지의 경우 1월까지 들썩였는데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금과 관련해 여러 뉴스가 나오고 지난달에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지금은 거래 절벽 상태”라며 “집주인이 호가를 낮춘다고 해도 거래 자체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당분간 거래 공백 상황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양도세 중과 뿐 아니라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이나 신(新) 총부채상환비율(DTI), 임대업이자상환비율(RTI) 등이 시행되면서 대출받기가 까다로워진데다 금리까지 올라 이자 부담이 늘었기 때문이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나 안전진단 강화 등과 같은 규제는 물론이고 헌법에 토지공개념을 담는 개헌안이 발의된 것도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꼭 양도세 중과 때문이라기보다 여러 복합적인 요인 때문에 전반적으로 거래가 감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하반기에는 누적된 입주 물량이 많고 지방선거 후 보유세 인상 논의가 이뤄지면서 가격 상승폭이 더 확대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6·13 지방선거가 끝나면 조금씩 거래가 되살아날 것이란 기대가 나오기도 한다.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고 받은 현금을 그대로 들고만 있을 수는 없으니 중과세 대상이 아닌 지역으로 눈을 돌릴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잠원동 한 공인중개사는 “당분간 매물이 나오진 않겠지만 6월 전후를 기점으로 하반기에는 매물이 좀 나오면서 거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매수자들도 아예 안 사겠다는 것이 아니라 일단 지켜보겠다는 입장이고 서울 집값이 안 빠지면 지방이나 다른 기타 물건으로 눈을 돌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