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 vs 포디콰…3040 누님 업고 ‘음반전쟁’

by김미경 기자
2017.12.14 06:10:33

정통 클래식 대 크로스오버
‘드뷔시’ ‘클라시카’ 예스24 등서 1·2위 다퉈
‘예술성+외모’ 인기 비결…고객 80%가 여성
주요 음반사이트 상위권 순위 싹쓸이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정통 클래식 대 크로스오버의 맞대결이다. 무대는 음반시장이다. 피아니스트 조성진(23)과 크로스오버그룹 포르테 디 콰트로(이하 포디콰)가 최근 나란히 두 번째 정규앨범을 내놓으면서 클래식 음반판매 순위 1, 2위를 다투고 있다.

조성진은 지난달 17일 두 번째 음반 ‘드뷔시’를 전 세계 동시에 선보였다. 이어 바로 나흘 뒤인 21일 ‘클라시카’라는 이름을 내걸고 ‘포디콰’가 대중을 찾았다. 클래식과 이른바 퓨전 클래식 간 맞붙은 셈이다. 국내 클래식계에선 좀처럼 보기 드문 경쟁 구도가 펼쳐진 터라 이목이 쏠린다.

테너 박인수는 가곡과 대중가요를 접목한 ‘향수’(鄕愁)를 불렀다고 해서 과거 국립오페라단으로부터 제명당한 일이 있었다. 정지용의 시에 가요 작곡가 김희갑이 서로 다른 음색·음역이 어우러지도록 곡을 붙인 ‘향수’는 1989년 음반이 나오자마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나 성악계에서는 ‘클래식을 모독했다’며 거세게 비난한 바 있다.

음악평론가는 “세계 음악계에선 다른 장르의 음악들을 접목한 크로스오버를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보고 이미 대중화 되었지만 국내에서는 최근에서야 주목받고 있다”면서 “이번 음반 순위 다툼도 고무적이다. 크로스오버의 달라진 위상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조성진의 두 번째 정규앨범 ‘드뷔시’(사지=유니버설뮤직).
13일 음악계에 따르면 두 음반은 발매 전 예약 판매 시점부터 이날 현재까지 클래식 음반 순위 상위권(1~5위)을 휩쓸며 클래식 애호가들의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국내 온라인 음반판매 사이트인 예스24의 클래식 음반 주간(6~13일) 판매순위를 보면 조성진의 두 번째 앨범 ‘드뷔시’는 이날 오전 11시 기준 1위를 고수하고 있다. 그의 첫 데뷔음반 ‘쇼팽’ 역시 5위에 올랐다. 포디콰의 음반은 2~4위에 전부 랭크됐다. 포디콰의 ‘클라시카’는 2위, 첫 음반과 리패키지 음반은 각각 3, 4위를 기록 중이다.



인터파크의 클래식 음반 판매 순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일주일째 판매량을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포티콰가 1위다. 이어 2위에 조성진 ‘드뷔시’, 3위 조성진의 ‘쇼팽’, 4위 조성진의 ‘쇼팽콩쿠르 실황음반’이 석권하고 있다.

이들의 인기 비결은 뭘까. 조성진은 클래식계 좀처럼 볼 수 없는 ‘팬덤’을 형성 중이다. 한국인 최초로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한 2015년 10월 이후 두 해가 지났지만 그의 인기는 식을줄 모른다.

포르테 디 콰트로의 두번째 음반커버 ‘클라시카’(사진=유니버설뮤직).
뛰어난 기량 외에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부모의 극성 없이 스스로 일군 성과라는 점은 호감을 샀다. 미소년 같은 호감형 외모와 달리 나이답지 않은 침착함도 대중을 매료시켰다는 분석이다.

포디콰는 멤버들의 서로 다른 색깔과 취향, 스토리가 대중에게 제대로 먹혔다. 성악 전공 출신 뮤지컬 배우 고훈정(34)을 비롯해 서울대 성악과 선후배 사이인 테너 김현수(30)와 베이스 손태진(29), 신학교를 졸업한 연극인 이벼리(28)까지 네 사람의 조합은 가장 이상적인 4중창의 매력을 끌어냈다는 분석이다. 뮤지컬 배우부터 저음과 고음을 넘나드는 남성 4중창은 중장년층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두 음반 모두 30~40대 여성의 구매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앨범 구입 고객 성별 추이를 보면 여성 비율이 70~80%를 차지한다. 최하나 예스24 클래식담당 상품기획자(MD)는 “올 한해 클래식계를 아우르는 단어 중에 ‘팬덤’이 빠질 수 없다. 그 시작점에 조성진이 있고, 올해 포르테 디 콰트로의 등장으로 이 현상은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어 “두 아티스트가 비슷한 시기에 앨범을 내면서 클래식 순위에 나란히 오르내리고 있다. 충돌과 경쟁보다는 공존의 모습으로 보여 반갑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