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쇼핑족의 '마리텔'···'비디오 커머스' 뜬다

by최은영 기자
2017.01.13 05:30:00

1인 미디어 스타, SNS로 제품 판매
제품 사용 방법부터 소비자 반응까지 영상으로 보여주니 구매욕↑
‘중고나라’ 운영사 ‘비밀의 공구’ 개설..인기 MJ 월 매출 6억 ‘대박’
유통업체에 콘텐츠기업까지 시장 선점 잰걸음

네이버 밴드 소셜 비디오 타입 공동구매 쇼핑몰 ‘비밀의 공구’에서 판매된 ‘증강현실(AR) 4D 플래시 카드’ 시연 영상 캡처.
[이데일리 최은영 기자]태블릿 PC에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한 후 실행시키고 카드를 비추니 토끼, 사자, 공룡이 4차원(4D)으로 튀어나와 생생한 소리를 내며 움직인다. 마치 살아서 움직이는 것처럼 역동적인 화면에 아이는 “어흥” 소리를 내기도 하고 양손으로 토끼 귀를 만들어 보이며 모니터 속으로 빠져든다.

지난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네이버 밴드 소셜 비디오 타입 공동구매 쇼핑몰 ‘비밀의 공구’를 통해 소개된 옥타곤 스튜디오의 ‘증강현실(AR) 4D 플래시 카드’ 시연 영상 장면이다. 과거 그림 카드로 동물의 생김새와 이름을 익혔던 것과 비교하면 차원이 다른 모습에 어린 자녀 혹은 조카를 둔 이용자들은 신기해하며 구매 버튼을 눌렀다.

과거 문방구 앞에 쪼그리고 앉아 몰두하던 ‘보글보글’, ‘스트리트 파이터’ 등 추억의 게임을 집에서 즐길 수 있는 아케이드 게임기부터 백화점에 입점한 유명 브랜드에 납품하고 남은 제품을 라벨만 떼 저렴하게 판매하는 토끼털 머플러까지 만물상이 따로 없다. 제품을 사용하는 방법부터 반응까지 글자가 아닌 움직이는 영상으로 보여주니 구매욕구가 솟구친다.

롯데닷컴이 작년 10월 선보인 비디오 커머스 방식의 특화 매장 ‘생생샵’.
‘비밀의 공구’는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 운영사 큐딜리온이 이번에는 네이버 밴드를 기반으로 지난해 8월 선보인 쇼핑몰이다. 소비자에게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품질이 좋고 가격이 합리적인 상품을 직접 발굴해 하루 5~6개씩 소개하고 있다. 판매 제품은 회원들의 투표로 선정되기도 한다.

선정된 제품은 홈쇼핑의 쇼호스트와 백화점의 상품기획자(MD)를 혼합한 개념인 ‘MJ(Multi Jockey)’가 직접 상품을 기획하고 소개 영상을 만들어 판매한다.

‘비밀의 공구’는 검색으로도 찾아지지 않는 비공개 쇼핑몰로, 초대를 받아야만 이용할 수 있는데 쇼핑몰 개설 5개월 만에 회원수가 9만 명을 넘어섰다.

이곳에서 판매한 ‘아케이드 게임기’는 판매 시작 2시간 만에 1차 준비 수량 50대가 모두 팔려 2500만원의 매출을 올렸고 최근 4차 판매에 들어갔다. 브랜드가 없는 덕다운 점퍼는 12시간 만에 매출 4000만원을 기록했다.

현재 MJ 7명이 활동 중인데 작년 12월 MJ 1인당 평균 2억원의 월매출을 올렸으며 케빈황 등 스타급 MJ는 월 매출이 6억원을 넘어섰다고 큐딜리온은 설명했다.



영상 콘텐츠를 매개로 물건을 사고파는 ‘비디오 커머스’가 유통업계 새로운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유통 기업에 콘텐츠 기업, 스타트업에 대기업까지 나서 관련 시장 선점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GS샵, CJ오쇼핑 등 홈쇼핑사도 예외가 아니다.

GS샵은 30초짜리 영상을 모바일을 통해 공개해 제품을 파는 ‘숏방’을 운영 중이며, CJ오쇼핑도 상황극과 개그를 곁들여 제품을 재미있게 설명하는 ‘1분 홈쇼핑’을 페이스북을 통해 선보이고 있다.

개인간 중고거래 플랫폼 헬로마켓은 지난해 12월 모바일 메신저와 영상 아이템을 통합한 ‘V커머스’를 선보였다. 팔고 싶은 물건을 동영상으로 찍어 올리면 판매자와 구매자가 모바일 메신저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거래를 성사시키는 구조다.

온라인쇼핑몰 롯데닷컴은 작년 10월 비디오 커머스 방식의 특화 매장 ‘생생샵()을 열었다. 롯데닷컴 애플리케이션에서 월~금 매일 오후 4시부터 1시간 동안 생방송으로 진행한다.

온라인쇼핑몰 11번가도 자체 비디오 커머스 전문 서비스 ’11TV(가칭)‘ 개발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고, 카카오도 카카오TV를 통해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 구축에 나선다.

이렇듯 비디오 커머스는 모바일 시대에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커머스와 미디어의 생리를 동시에 알아야 한다는 측면에서 쉽지 않은 도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경쟁력 있는 상품을 재미있게 전달하는 것이 성공의 핵심인데, 유통기업 대부분은 콘텐츠를 모르고 반대로 콘텐츠 기업은 상품을 고르는 안목을 비롯해 판매와 유통 경험이 없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2015년 구글의 ’컨슈머 서베이‘ 자료를 보면 제품의 사용법이나 나만의 팁을 공개하는 ’하우투(How to)‘ 검색이 전년대비 70% 증가했다는 통계가 있다”며 “문제는 얼마나 경쟁력 있는 상품을, 얼마나 재미있게 소개하느냐 인데 결국에는 유통기업과 콘텐츠기업 모두 자신들이 해본 적 없는 영역을 어디까지 보완해내느냐가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는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밀의 공구’ MJ 전대위가 추억의 게임을 집에서 즐길 수 있는 아케이드 게임기를 소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