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명철 기자
2016.01.12 06:03:00
김수광 메리츠종금證 경영본부장 "위기속에 기회도 있다"
"기업금융부문 핵심으로..우발채무 걱정없어"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위기란 위험과 기회가 같이 온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내년 증권업계가 어려움에 직면하겠지만 더 큰 경쟁력을 갖기 위해 노력할 때다.”
김수광 메리츠종금증권(008560) 경영지원본부장(전무)은 증권업을 매년 출발선상에 다시 서서 새로 시작하는 경주에 비유했다. 일정한 자산을 쌓거나 제품을 만들어 놓고 파는 비즈니스가 아니기 때문에 해마다 새로운 경쟁 상황에 놓이게 된다는 것이다. 수년간 업계 최상위 수익성을 내고 있으면서도 결코 방심할 수 없다는 신중함이 느껴졌다. 최근 본사 집무실에서 만난 김 본부장은 “내년에는 전세계적으로 저성장·저물가·구조조정이 화두로 국내외 경제환경도 쉽지 않아 증권업계 경쟁이 심해질 것”이라며 “어떻게 생존력을 발휘할 것인가가 큰 과제”라고 진단했다.
매년 급변하는 사업 여건에서도 메리츠종금증권은 가장 높은 수익률을 꾸준히 내고 있다. 특히 올해는 외형 성장과 함께 수익의 규모도 커지면서 다른 증권사들의 벤치마킹 모델로 부각됐다. 그는 “예전에도 자기자본수익률(ROE)은 가장 높았지만 양적인 측면에서는 대형사들을 능가하기 어려웠다”며 “자본도 증가하고 의사결정 프로세스나 리스크 관리 시스템이 정착하면서 각 본부들이 새로운 딜을 가져와 수익이 한층 커졌다”고 분석했다.
내년부터는 아이엠투자증권 인수합병과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증대 효과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여기에는 지난 몇 년간 꾸준한 인재 영입이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됐다. 그는 “우수 인력을 확보해서 일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주고 성과를 내면 합당한 보상을 하라는 것이 경영진의 방침”이라며 “2010년만 해도 외부 인재들이 관심이 없었지만 이후 실적 성장과 함께 성과에 대한 공정한 평가와 보상이 알려지면서 먼저 문의를 하는 경우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몇 년간 회사가 이룬 드라마틱한 성장에는 미분양담보대출확약을 기반으로 한 기업금융부문의 활약이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건설사들이 지은 아파트에 미분양이 발생할 경우 이를 담보로 사업자에 대출을 해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을 갚아주는 일종의 보험 성격의 약정이다. 그는 향후 부동산 경기가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에 회사의 우발채무(채무보증) 우려가 나오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상대적으로 건전성이 확보된 대출확약까지 우발채무로 통칭되면서 과도한 시장 우려가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급보증의 경우 거래 상대방의 신용 문제가 생기면 발행할 수 있는 우발채무지만 대출확약은 특정 기준에 부합이 되면 가장 건전한 담보로 정상 대출하는 것이 약정이기 때문에 상대방 신용 문제와는 관계가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회사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전체 집값이 20% 이상 떨어진다고 가정하더라도 예상 손실액은 40억~50억원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13개월간 전국아파트지수가 고점대비 약 15%, 2008년 금융위기 때 7개월간 9% 가량 떨어진 것을 감안하면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더라도 유동성에 심각한 문제는 없다는 계산이다. 지난 몇 년간 우량 딜이나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리스크 관리본부를 통한 체계적인 심사를 통해 상당부분 통제 가능한 범위에 있기 때문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영업팀에서 자체 리스크를 관리하고 통과된 딜을 심사팀에서 본 후 딜 리뷰를 통해 사장 이하 직원들이 참석해 의견을 나눈다”는 신속하면서도 수평적인 의사결정 절차를 회사의 강점으로 꼽았다.
2020년 대형 투자은행(IB) 도약을 위해 중요한 시점인 내년에도 유연한 기업문화가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했다. 김 본부장은 “리스크 관리를 최중점에 두고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기업금융부문을 코어 비즈니스로 삼겠다”며 “장기적으로는 환경 변화에 휘둘리지 않고 적정한 수익력을 갖추기 위한 채비도 갖출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