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흥망성쇠]⑩심팩그룹, M&A 다크호스에서 강자로 부각

by신상건 기자
2015.12.09 06:10:00

지난해 심팩인더스트리 이어 올해초 심팩산기 인수
B2B에서 B2C업종으로 영역 확장 검토
인지도 제고위한 고도의 홍보전략 시선도



[이데일리 신상건 기자] 자동차부품용 프레스기계 생산업체 심팩(SIMPAC)그룹이 인수합병(M&A)시장에서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심팩인더스트리 인수에 이어 올초 동화산기(현 심팩산기)를 품에 안았다. 특히 공작기계 등 B2B(기업간 거래)에서 B2C(기업·소비자간 거래) 업종까지 영역 확대를 노리고 있는 만큼 M&A시장 다크호스를 넘어 강자로 발돋움할 지 주목된다.

심팩그룹은 1973년 동성개발공업으로 출발해 1986년 쌍용그룹에 편입됐다. 이후 2001년 쌍용그룹이 해체되는 과정에서 최진식 회장이 사재를 털어 쌍용정공을 인수해 (주)SIMPAC으로 사명을 바꾼 게 그룹의 모태다. 심팩그룹은 주로 자동차 부품이나 전자제품 등의 프레임을 찍어내는 프레스를 생산하고 있다. 그룹을 이끄는 최 회장은 손꼽히는 금융통이다. 동양증권 기업금융부문 이사와 한누리투자증권(현 KB투자증권) 본부장 등을 역임하는 등 M&A 이해도와 안목이 높다는 게 시장 평가다. IB업계 관계자는 8일 “최 회장은 절대 무리한 투자에 나서지 않는다는 원칙주위자로 유명하다”며 “주로 법정관리나 구조조정 매물을 저렴한 가격으로 인수한 뒤 턴어라운드(회생)시키는 투자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팩그룹이 시장에 본격 이름을 알린 계기는 금호산업 인수전이다. 몸값이 1조원 이상이 넘는 금호산업(002990)을 호반건설과 짝을 이뤄 인수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심팩그룹에 귀추가 주목됐다. 그러나 심팩그룹은 지난 3월 “호반건설과의 컨소시엄 구성 보도는 사실과 다르며 금호산업 인수 참여 의사도 없다”고 일축했다.



금호산업 유력 후보에 이름이 오르내리게 된 것은 심팩그룹의 먹성 때문이다. 심팩그룹은 알짜 중소형 업체들을 잇따라 인수해 몸집을 키웠다. 2003년 SIMPAC ENG를 계열사에 편입한 뒤로 총 9개 계열사를 거느리는 매출 6000억원 안팎의 중견그룹이 됐다. 그룹의 정점에는 비상장사인 심팩홀딩스가 있고 그 아래 주력회사인 심팩과 심팩메탈로이가 있다. 비상장사는 △심팩프로퍼티스 △심팩 탠진 △심팩로지스틱스 △심팩인더스트리 △심팩산기 △심팩메탈 등이다.

심팩그룹은 기계·철강 등 기존 사업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B2B업종 외에 M&A를 통해 식음료 등 신규 사업 발굴도 검토 중이다. 앞선 지난해 4월 심팩그룹은 국민체육진흥투표권(스포츠토토) 사업자 선정 입찰 참여를 추진했다. 이후 미국 유명 커피체인점과 국내 유명 베이커리 인수도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심팩그룹이 사업 영역을 확대하려는 이유는 주력 산업인 철강과 기계 업종에 경기 불황의 그늘이 드리우면서 성장성에 한계를 느끼고 있어서다. IB업계 관계자는 “심팩그룹의 주력인 프레스 기계와 연관성이 큰 철강과 기계산업이 저유가 등으로 타격을 받고 있다”며 “심팩그룹이 기존 프레스부문 외 타이어부문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마련했다는 부분은 긍정적이지만, 바탕이 되는 철강과 기계산업은 앞으로 업종이 살아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심팩의 M&A 능력에 의문을 품고 있는 시선도 꽤 있다. 심팩그룹이 인수한 기업들을 살펴보면 몸값이 1000억원을 넘지 않는데다 큰 어려움 없이 인수할 수 있는 법정관리나 구조조정 매물이기 때문이다. 금호산업을 비롯해 인천종합에너지, 전진중공업 등 어느 정도 덩치가 있었고 인지도가 높았던 매물들은 주요 후보로 이름만 오르내렸을 뿐 실제로 인수한 적은 없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심팩그룹은 M&A 중심의 성장 전략을 펼치고 있다”며 “하지만 경쟁이 치열하거나 큰 딜에 참여하기 보다 어느 정도 매물이 정리돼 안전한 작은 매물만 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꽤 많은 매물 인수전에 후보로 이름을 올리다보니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고도의 홍보 전략을 쓰고 있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꽤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