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도요타 '신형 라브4', 싼타페·티구안에 도전장

by김형욱 기자
2013.05.18 10:20:47

가솔린 SUV 특유 편안함 장점
디자인·성능 이전보다 개선

[태안=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한국도요타자동차가 4세대 신형 라브4(RAV4)로 국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공략을 강화한다.

한국도요타는 신형 라브4로 국산과 수입 SUV시장 선두를 달리고 있는 현대차 싼타페와 폭스바겐 티구안을 잡겠다고 공언했다. 싼타페와 티구안은 디젤 엔진을 장착한 반면 신형 라브4는 가솔린 모델이다. 고유가 시대 디젤엔진이 인기를 끌고 있는 분위기에서 신형 라브4가 얼마나 활약할지 관심이 모인다.

지난 14일 약 5시간에 걸쳐 서울 서초 도요타 전시장에서 태안 둘레길 캠프장까지 왕복 400여㎞롤 직접 몰아보며 신형 라브4의 성능을 직접 확인해 봤다.

도요타 신형 라브4. 한국도요타 제공
승차감과 편의성만 놓고 보면 흠잡을 데가 없다. 장시간 운전에도 큰 피로를 느끼지 못했다. 2명이 번갈아 운전하기는 했지만, 결코 짧지 않은 거리였다. 경쟁 모델로 지목한 디젤 SUV보다 엔진 떨림·소음이 적은 가솔린 SUV의 최대 장점이다. 좌석도 편안함을 위해 신경 쓴 티가 역력했다.

디젤 특유의 그르렁대는 소리가 없고, 산뜻해진 실내 인테리어와 맑은 봄 하늘을 배경으로 달리다 보니 마음도 한결 여유로워졌다. 고속도로 위에선 정속주행(크루즈 컨트롤) 기능으로 발을 바삐 움직일 필요가 없었고, 사각지대 경보 시스템(BSM) 덕분에 눈의 피로도 덜었다.

도요타 라브4 사이드미러 사각지대 경보 시스템(BSM) 작동 모습. 김형욱 기자
BSM는 사이드미러로는 확인할 수 없는 바로 옆 사각지대의 차량 유무를 불빛으로 알려주는 기능이다. 차선을 바꿀 때 옆에 차와 충돌을 막을 수 있는 안전사양이다.

뒷좌석도 생각보다 넓었다. 전체 길이(전장 4570㎜)는 5㎝ 줄었으나 실내 공간을 가늠하는 앞·뒷바퀴 거리는 2660㎜로 이전과 같다. 특히 뒷좌석 다리를 놓는 공간이 16.6㎝로 이전보다 약 1㎝ 늘었다. 라브4는 싼타페보다는 작고 티구안보다는 크다.



신형 라브4는 고속주행에서 디젤 SUV와 비교하면 치고 나가는 맛이 없었다. 배기량 2.5리터 가솔린 엔진은 구형 모델과 같고, 최고출력(179마력)과 최대토크(23.8㎏·m)는 오히려 3%가량 줄었다. 애초부터 퍼포먼스를 지향한 차는 아니지만, 잘 달리는 차를 원하는 운전자에겐 아쉬운 부분이다.

‘Fun to Drive(운전의 즐거움)’을 위한 노력이 아예 없진 않았다. 기본적으로 이전보다 단단하게 세팅됐다. 주행 방식도 에코·노멀·스포츠 모드로 나눠 스포츠 모드 땐 좀 더 반응속도를 빨라지게 했다.

잘 나간다고 할 순 없지만 초기 가속은 미끄러지듯 부드럽게 원하는 대로 움직여 준다. 수치상 힘은 줄었지만, 실제 초반 가속력은 이전보다 개선됐다.

사륜구동 기능도 개선했다. 이전에는 미끄러질 때만 뒷바퀴에 힘(토크)을 실었으나 이번에는 핸들만 돌려도 뒷바퀴에 일정 토크를 배분한다. 예전엔 안전만을 위했으나 이번에는 코너링 때의 재미까지 더했다고 보면 된다.

라브4 계기판 모습. 크루즈 컨트롤 기능을 이용해 평균 100㎞로 정속 주행한 결과, 평균 15.1㎞/ℓ의 실연비를 기록했다. 김형욱 기자
연비개선 노력도 눈길을 끌었다. 변속기는 기존 4단에서 6단으로 늘었다. 수치상 복합연비는 시승한 사륜구동 9.2㎞/ℓ으로 구형모델 대비 6% 이상 높아졌다. 연비운전을 하며 직접 측정한 평균 실연비는 15.1㎞/ℓ였다.

신형 라브4의 판매가격은 이륜구동 모델 3240만원, 사륜구동 모델 3790만원이다. 현대차 싼타페(2773만~3637만원)의 고급사양보다 조금 비싸고, 폭스바겐 티구안(3810만~4810만원)보다는 싸다. 가속 성능 보다는 드라이빙의 편안함을 추구하는 운전자에 적합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