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성곤 기자
2012.05.13 11:22:15
[이데일리 김진우·이도형 기자] 새누리당 전대 주자들이 민심의 생생한 목소리에 진땀을 뺐다.
5.15 전당대회에 출마한 9명의 당권주자들은 11~12일 1박 2일간 전국을 버스로 돌며 ‘쓴소리 투어’를 진행했다. 현장에서는 예상보다 센 ‘쓴소리’가 터져나왔고 전대출마 후보들은 시위대를 피해 뒷문으로 나가기도 했다.
황우여, 심재철, 원유철, 유기준, 정우택, 이혜훈, 홍문종, 김태흠, 김경안등 9명의 당권주자들은 돈 안들고 조용한 선거를 치르겠다는 취지로 ‘1박 2일 쓴소리 듣기 투어’에 나서 수원, 대구, 전주, 대전, 서울을 돌며 국민들의 의견을 직접 청취하는 행사를 가졌다.
후보자들은 11일 수원에서는 보육제도, 대구에서는 학교폭력, 전주에서는 청년 일자리를 주제로 현장의 고충을 들었다. 다음 날인 12일에는 대전에서는 재래시장 상인들을 만났고 서울로 올라와 임대아파트 주민들로부터 ‘쓴소리’를 들었다.
첫 방문지인 수원시 영통구의 한국어린이집에서 참석자들은 현 보육제도가 현장의 의견과 맞지 않는다며 개선을 요구했다.
한 보육교사는 "새누리당의 `쓴소리 듣기`가 정책에 반영된다면 좋은 건데 선거권자의 입맛에 맞는 구호만 외치다가 국회에 들어가면 잊어버린다"며 "이런 것을 많이 했었는데 정책에 반영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민경원 경기도 교육분과위원장도 "잘못된 정책으로 선량한 어린이집 원장 등이 범법자로 몰리는 상황인데 보육료 구간결제를 해제해서 한 번 등록한 아이들은 방학기간을 포함해 1년 동안 국가에서 보육료를 책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후보자들은 기념 사진을 찍는 도중에 한 참가자로부터 “몇 마디 듣고 나서 사진 촬영 하다니 여기 온 게 놀아난 기분이다”이라며 강한 항의를 받기도 했다.
대구시 중구의 대구청소년종합지원센터에서 열린 두 번째 간담회에서도 ‘형식적인 것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현장의 의견을 들어달라는 토로가 이어졌다.
이윤구 자유교원조합 중앙위원장은 "1시간 반으로 과연 쓴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 있을지 회의스럽다"며 “교육 전문가도 아닌 사람들이 정책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전양 대구 학생인권 대표는 "힘이 약한 사람들 편에 서주는 것이 정치인의 역할인데 그간 새누리당은 힘 약한 사람의 편을 들지 않았다"며 "누가 더 약자이고 보장을 받아야 하는가를 명확히 하는 정책을 내달라"고 요청했다.
홍대우 북중학교 교사도 “전체 학교수가 1만1300개인데 상담교사는 883명이다”라며 “새누리당에서 3500명으로 늘리는 공약을 내놓았는데 민주당 공약을 참고해 달라”라고 요구했다.
이날 마지막 일정이었던 전북 전주 한국폴리텍대 신기술연수센터 연수원에서 후보자들은 청년 일자리 문제에 대한 쓴소리를 들었다.
대학생 서형석씨는 “대기업들이 일자리를 많이 늘렸다고 하지만 취업생들에게는 체감이 안 된다”며 “실업률도 떨어졌다고 하는데 체감이 되는 건지 의문스럽다”고 비판했다.
서 씨는 쌍용차 문제를 거론하며 “자리를 잃어서 생계가 막막해진 사람들에게 재고용의 기회를 주지는 못할 망정 경찰들이 (대한문 분향소를) 불법시위라고 막고 있는 건 난센스다”라며 “취업만큼 고용 안정도 중요하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대학교 2학년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참석자는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학연ㆍ지연과 소위 `빽''이라는 게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1박 2일 투어의 두 번째 날인 12일에 후보자들은 우선 대전시 중앙시장에서 전통 재래시장 상인과의 간담회를 가졌다.
옷가게를 운영한다는 한 상인은 “정치인들에게 시장은 이럴 때만 오는 화장실 같다”며 “평소에 와서 관찰도 하고 아픈데도 봐달라”라고 주문했다. 또 거제도에서 올라왔다는 한 상인은 “새누리당 민심경제위원회에 민심을 읽지 못하는 분들이 앉아있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후보자들이 마지막 일정으로 소화한 서울 임대아파트 거주민과의 간담회에서는 강한 어조의 비판이 많이 제기됐다.
한 거주민은 “임대 아파트를 양계장이라 표현한다. 양계장에 닭을 가둬놓고 형식화된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한다”며 “판박이로 똑같이 찍어 놓고 환경도 다른데. 그게 무슨 공을 들인 사업인가”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거주민도 “정신질환자나 알콜중독자 등 불안해서 살 수가 없다”면서 “국회 가서 얘기해도 그 뿐이다. 수급자들이 직업을 갖게 해달라”라고 요청했다.
이밖에 한 거주민은 “의원들이 이렇게 와서 듣지 말고 일주일동안 살아보는 것이 진정한 현장정책이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후보자들은 일정 동안 휴게소나 시장 등지에서 3인 1조로 나누어 시민들이 새누리당에게 말하는 쓴소리들을 적어 쪽지함에 넣는 행사를 가지기도 했다.
진땀을 흘린 후보자들은 "좋은 지적을 해 준 참석자들께 감사하며, 정책을 만들 때 최대한 반영하겠다"면서 "앞으로 지속적으로 많은 관심을 갖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1박 2일 동안 후보자들은 언론노조 등 시위대들과 마주치기도 했다. 일정이 시작된 11일 7시에는 MBC, KBS 노조원 60여명이 후보자들이 탄 버스를 둘러싸고 시위를 벌였다. 국회 경비원들이 이들이 든 손피켓을 빼앗으려 들다가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대구에서는 전국언론노조 MBC대구지부, 대구지하철 노조, 영남대 의료원 노조 등이 “쓴소리를 들으려 왔으면 우리 얘기도 들어달라”며 5분간 면담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후보자들은 이들을 피해 뒷문으로 빠져나가는 수모를 겪었고 버스에 탑승한 이후에도 수 분간 이동이 시위대에 의해 가로막혔다. 대전에서는 MBC대전지부 소속 노조원들이 피켓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번 ''쓴 소리 투어''의 내용은 새누리당 공식 트위터(@saenuridang)에서 실시간으로 전달됐으며 새누리당은 15일 전당대회에서 새 지도부를 선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