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家 3세 후계구도, 현안으로 부상

by김국헌 기자
2010.07.29 08:21:22

효성 계열사의 활발한 지분변동..승계 정지작업?
"파이는 하난데"..삼형제 후계구도 `난제 중 난제`


[이데일리 김국헌 기자] 조석래(75) 효성그룹 회장이 지난주부터 다시 서울 공덕동 본사에 출근해, 잠깐씩 경영을 챙기고 있다. 그 이후 효성 계열사의 지분 정리작업이 빈번하게 이루어지면서, 효성가(家)의 3세 승계작업이 본격화할 것을 예고하고 있다.

그동안 조 회장이 종심(從心)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왕성한 경영활동을 펼치면서 효성그룹 후계구도는 미래의 일로 치부돼 왔지만, 지난 6월 담낭 종양수술 이후 3세 후계구도가 그룹 현안으로 떠올랐다.


▲ 사진 왼쪽부터 장남 조현준 사장, 차남 조현문 부사장, 삼남 조현상 전무.
그동안 효성그룹 안팎에선 3세 경영을 심각하게 검토하지 않았다.

하지만 건강을 자신했던 조 회장이 담낭 종양수술로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직까지 내놓으면서, 조 회장이 병상에서 자리를 털고 일어나면 본격적으로 3세 승계작업을 지휘할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었다.

실제로 지난주부터 효성(004800) 계열사의 지분 변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효성은 지난 15일 조 회장의 처제 송진주 씨가 보유하고 있던 반도체 에피웨이퍼업체 갤럭시아포토닉스(옛 에피플러스) 지분 5% 전량을 사들였다.

효성ITX에서 분할된 반도체 광원 제조업체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는 지난 19일 이사회에서 100% 자회사인 전광판업체 럭스맥스와 디스플레이업체 럭스맥스네트웍스를 흡수 합병하기로 결의했다.

효성ITX와 갤럭시아 커뮤니케이션즈는 컴퓨터 주변기기업체 갤럭시아디스플레이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난 27일는 각각 지분 12.13%씩 취득했다.

총 86개 기업을 거느린 효성그룹은 앞으로 지분 정리를 통해 3세 승계 정지작업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효성그룹이 현 상태 유지, 분할, 지주회사 체제 등 여러가지 안을 두고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효성가(家) 삼형제 모두 ㈜효성 지분을 거의 동률로 보유하고 있다. 삼형제 모두 수재인데다가 다 경영에 뜻을 두고 있어, 조석래 회장의 고민이 깊다.

효성그룹 창업주 고(故) 조홍제 회장이 2세에게 효성그룹을 물려줄 당시만 해도 나눠줄 파이는 컸다.

장남 조석래 회장은 ㈜효성의 전신인 효성물산, 동양나이론, 동양폴리에스터, 효성중공업 등 4개사를 맡아 일찍부터 독립 경영을 했다. 차남인 조양래 회장은 한국타이어를, 삼남인 조욱래 회장은 대전피혁을 맡아 경영했다.



그러나 재계 4~5위까지 갔던 효성그룹이 형제간 계열 분리로 중견기업으로 전락하면서 3세가 나눠야 할 파이는 작아졌다.

특히 효성그룹이 지난 1997년 외환위기로 효성물산, 동양나이론, 동양폴리에스터, 효성중공업 등 4개사를 ㈜효성으로 통합하면서 3세들의 후계구도는 난제가 됐다. 이 탓에 2세들과 달리 3세들은 한 울타리에서 사장, 부사장, 전무 직함을 달고 함께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현재 장남인 조현준(42) 사장이 ㈜효성 섬유와 무역 부문을, 차남 조현문(41) 부사장이 중공업을 각각 담당하고 있다. 삼남 조현상(39) 전무는 전략본부에서 경영전략과 사내 경영 컨설턴트를 맡고 있다.

효성이 하이닉스 인수전에 뛰어들었을 때, 세간에선 삼형제에게 나눠줄 파이를 키우기 위한 것이란 소문이 돌 정도로 효성그룹을 삼형제에게 분할해주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다.

효성그룹 내부에선 2세들의 후계구도를 참고하겠지만 그 때와 상황이 다른 만큼 새로운 형식으로 후계구도가 짜여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 효성가(家) 3세들의 계열사 등기이사직 현황. 차남인 조현문 부사장이 가장 많은 13개사에서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고, 장남인 조현준 사장은 10개사에서 등기이사를 맡고 있다. 삼남 조현상 전무는 6개사에서 등기이사로 일하고 있다.


3세 후계구도는 난제 중 난제지만, 3세들은 계열사 등기이사 및 감사로 재직하면서 자신의 전공분야를 만들어가고 있다.

조현준 사장은 효성ITX(094280)를 지주회사격으로 해서 줄줄이 투자한 전자 계열사들과 효성건설, 진흥기업 등 건설 부문에서 홀로 등기이사를 맡고 있다.

차남인 조현문 부사장은 중공업 사업과 연관된 신재생에너지 계열사에서 삼형제 중에 유일하게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효성윈드파워홀딩스, 태안솔라팜, 효성에바라엔지니어링 등 5개사에서 등기이사 직함을 달고 있다. 

조현상 전무는 수입자동차 회사인 효성토요타의 등기이사로 일하고 있다.

현재 직함으로 보면 ▲장남은 ㈜효성의 섬유·무역 사업과 함께 전자와 건설 계열사에서 ▲차남은 ㈜효성의 중공업 부문과 함께 중공업과 관련된 계열사에서 ▲삼남은 수입자동차 계열사에서 전문성을 쌓고 있다.

증권가의 다른 애널리스트는 "건설경기가 급강하하면서 적자를 내고 있는 건설사업을 누가 맡을지 조율하는 것이 큰 변수가 됐다"며 "부문별로 사업이 충분히 큰 상태는 아니기 때문에 분사보단 지주회사 체제로 효성그룹의 외형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