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라인` 따라하다, 척추 `X라인` 될라

by조선일보 기자
2006.11.05 11:03:18

[조선일보 제공] 연예인들에게서 유래된 ‘S라인 만들기’가 요즘 뭇여성들의 지상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풍만한 가슴에서부터 잘록한 허리와 엉덩이에 이르는 곡선을 일컫는 S라인은, 네티즌들 사이에선 아름다운 몸매를 단적으로 나타내는 보통명사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최근 무리해서 S라인 만들기에 몰두하다가 허리를 다쳐 척추전문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 척추전문병원 나누리 병원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S라인’이라는 단어가 등장한 작년 12월부터 현재까지 20~30대 척추·디스크 환자들이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원인은 1위가 요가 등의 무리한 운동이었고, 2위가 급격한 체중감량으로 인한 체력저하 등이었다.

척추전문 병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시너지 병원의 김원중 원장은 “요가가 요통에 좋다는 말을 듣고 무작정 따라하다가 증상이 심해져서 병원을 찾는 경우가 종종 있다”면서 “일반적으로 요가는 스트레칭을 이용한 교정 중심의 운동이라 권장하고 있지만 전문강사나 제대로 된 지도 없이 책이나 비디오를 보고 무작정 따라한 것이 문제가 됐다”고 전했다.



몇 년 전부터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요가는 특히 척추가 변형됐거나 골반이 비뚤어진 것과 같이 잘못된 자세를 교정하는 데 대표적인 운동법이다. 그러나 평소에 운동을 잘 하지 않아 근육이 뻣뻣한 사람이 과도하게 허리가 젖혀지는 동작을 하거나, 요통을 앓고 있던 사람이 증상을 개선시키기 위해 무리하게 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

김 원장은 “허리디스크가 나빠진 경우 허리를 펴는 동작은 통증완화에 도움이 되지만 반대로 무리하게 허리를 굽히는 자세는 디스크 내의 압력을 올라가게 하여 추간판이 신경 쪽으로 돌출되기 때문에 다리가 저리는 방사통 등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잘못된 자세가 원인이 아닌 다른 원인에 의해 척추 변형이 온 경우에는 요가부터 하기 보다는 의사의 진단을 받아 원인을 밝히는 것이 먼저”라고 지적했다.

특히 협부결손이 있거나 이로 인해 협부결손형 척추전방전위증을 갖고 있는 환자가 이를 모르고 허리가 과도하게 젖혀지는 요가 동작을 하거나 춤을 출 경우 허리 통증이 심해질 수 있다. 이때 며칠간 안정을 취하고 물리치료나 신경주사 치료 등을 받으면 완화될 수 있지만, 때론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심한 요통이 지속될 수 있다.
나누리병원의 임재현 부원장은 “가슴과 복부, 골반을 중점적으로 움직이는 밸리댄스의 경우도 척추측만증이 있는 경우라면 내장성디스크의 원인이 되거나 방사통 등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채식 위주의 식단은 칼로리도 낮은 저지방식일 뿐 아리나 몸에도 좋다고 하여 따라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척추가 약한 사람이라면 조심해야 한다. 단백질 부족으로 척추 주위의 근육 양이 감소되면 척추에 가해지는 충격을 분담하는 힘이 줄어들어 그만큼 척추에 무리가 오기 때문이다.



또한 몸매를 보정해주는 기능성 속옷도 지나치게 신체를 압박하게 되면 척추 전체가 마치 하나의 뼈처럼 고정돼버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즉, 각각의 관절들의 움직임이 모여 이루어지는 구부리기, 펴기 등과 같은 동작들이 제약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 결과 혈액순환장애와 늑골의 변형 등을 가져오기도 한다.

기능성 속옷을 입을 때는 최소한 1시간에 5분씩은 압박을 풀어주도록 하며, 하루 동안 착용했으면 다음 날은 착용하지 않는 방법으로 허리에 무리를 줄여준다. 일부 업체에서 확실한 효과를 위해 잠잘 때도 착용하라고 하는 경우도 있지만 혈액 순환과 신진대사의 장애 등을 초래할 수 있으니 꼭 풀고 자야 한다.

하이힐도 다리를 길어 보이게 하고 엉덩이를 탄력 있게 보이게 하는 S라인의 일등공신. 그러나 척추건강에는 치명적이다. 오래 신고 있으면 체중이 앞으로 쏠려 무릎과 허리에 무리를 줄 뿐 아니라 척추의 만곡을 가져오며, 지면에서부터 전달되는 충격이 그대로 척추와 머리로 전달되어 허리통증이 가중된다. 신발은 굽이 높은 하이힐과 굽이 낮고 편안 신발을 하루씩 번갈아 가면서 신도록 한다. 실내에서는 슬리퍼나 굽 높이가 2~3cm 정도의 낮고 편한 것을 준비해두는 것도 좋다. 하루 일과를 마치면 족욕이나 발 마사지를 통해 발의 피로를 풀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들어갈 데 들어가고, 나올 데 나온 몸매의 S라인도 중요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척추의 아름다운 S곡선이다. 건강한 척추는 뒤에서 보면 일직선이지만, 옆에서 보면 등 쪽은 튀어나오고 허리 쪽은 들어간 말 그대로 자연스러운 S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런 건강한 척추 곡선은 평상시 바른 습관만 지켜진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아무리 몸매가 S라인으로 잘 빠졌다 하더라도 기본 골격이 되는 척추 라인이 잘못되면 부실공사나 다름없다. 뼈대가 되는 기초 공사가 잘못되면 멋진 집을 지어도 언제 허물어질지 모르는 위험요소를 가지고 있다.
나누리병원의 임 부원장은 “단기간에 몸매를 아름답게 하는 S라인 만들기에 현혹되는 것보다는 척추의 아름다운 곡선을 유지하는 데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 다리를 꼬고 앉는 습관은 버려라!
다리를 꼬고 앉으면 자연스럽게 척추가 휘어지게 된다. 이런 자세는 다리를 꼬고 앉지 않는 자세에 비해 2배 이상 허리 척추에 무리가 간다. 의자에 앉을 땐 엉덩이와 의자 끝을 밀착시키고, 무릎은 엉덩이 높이보다 약간 올라가게 한다. 등받이에 등 전체를 대고 앉는 것이 좋다.

△ 한 손으로 턱을 괴는 자세도 주의할 것
이러한 자세도 장시간 지속되면 목이 한쪽으로만 기울여져 경추(목뼈)의 비틀림이 유발될 수 있다. 모니터와 책 높이는 눈높이와 나란히 유지하고 턱을 괴거나 고개를 숙이는 습관을 고쳐야 한다.

△ 장시간 서 있을 땐, 다리를 번갈아 가며 발판에 올려놓기
서 있는 자세도 중요하다. 두 다리를 꼿꼿이 세우고 서 있는 자세는 아름다운 여성의 각선미가 잘 드러나는 자세이지만 허리의 굴곡을 심하게 만들며 목에 긴장을 준다. 따라서 오랫동안 서 있어야 하는 직업이라면 바닥에 낮은 발판을 마련한 뒤, 다리를 번갈아 가며 발판에 올려놓거나 무릎을 조금 구부리는 것이 좋다.

△ 운동이나 춤추기 전에 스트레칭은 필수!
최근 유행하는 각종 춤들은 과도하게 허리와 몸 전체를 비트는 듯한 자세로 일관하는데, 이 또한 장시간 춤을 추는 것은 관절에 이상을 줄 수 있다. 아무런 사전 준비 없이 무작정 시도하다가는 뼈가 탈골되는 부상이 올 수 있으므로 반드시 스트레칭과 충분한 연습 후에 시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척추를 중심으로 목, 허리, 골반, 무릎 등을 집중적으로 스트레칭 해 근육과 관절을 풀어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