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의 궤적, 미래 청사진…리더 44인의 방 엿보다
by김미경 기자
2023.12.20 07:10:00
공간·공감···CEO의 방
이코노미스트 편집국|299쪽|이코노미스트
사유의 공간서 배우는 경영 통찰
책으로 가득 채운 윤동한 회장
텅빈 방 PC만 둔 염재호 의장
각양각색 집무실에 고스란히
|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이 서울 서초구 석오빌딩 15층에 들어선 석오문화재단 이사장실에 앉아 업무를 보고 있다.(사진=이코노미스트 신인섭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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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화장품 연구개발·제조 전문업체 한국콜마의 창업주 윤동한 회장의 집무실은 도서관에 가깝다. 재계 소문난 독서광답게 서가는 물론 책상과 테이블 위에도 책들이 가득 쌓여있다. 1990년 창업 후 그가 던져왔던 수많은 물음의 답들이자 살아온 궤적에 영향을 끼쳤을 책들일 터다. 바쁜 일정에도 일주일에 3권가량의 책은 꼭 읽는다는 윤 회장은 “역사서는 특히 시대를 초월한 스승”이라며 “책에서 답을 찾는 경우가 많다. 경영 상황의 위기도 늘 책으로 돌파했다”고 말한다.
그런가 하면 태재대 초대 총장인 염재호 SK이사회 의장은 비우는 쪽이다. 그의 사무실은 반쯤 비워진 책장과 큰 회의 테이블, 집무를 보는 책상에 컴퓨터가 전부다. 대신 26층 넓은 창을 통해 서울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공간’은 사람을 닮는다고 했던가. 생애 경로와 사유의 발자취가 아로새겨져 있기 때문일 터. 기업을 경영하는 리더의 방에는 무엇이 있을까. 책 ‘공간·공감···CEO의 방’(이코노미스트)은 이 같은 질문에서 출발했다.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지만, 외부에 쉽게 열리지 않는 44인 리더들의 ‘미지의 방’을 들여다본다. ‘나’를 잃지 않고, 외부 환경에 흔들리지 않는 사유와 태도의 원천을 최고 자리에 오른 그들의 공간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책은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2023년 2월부터 연재를 시작한 ‘C-스위트’(SUITE) 기획물을 한 권의 책으로 묶은 결과물이다. 기획물의 부제는 CXO(Chief X Officer)의 방. 기업의 최고경영자인 CEO를 비롯해 CMO(마케팅), CTO(기술), CFO(재무), COO(운영) 등 각 기업의 분야별 최고책임자인 CXO가 머무는 공간을 직·간접적으로 보여줘 기업가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았다.
책을 보면 리더의 방은 경영자의 철학이나 추구하는 리더십에 따라 각양각색의 모습을 지닌다. 자신이 읽은 책으로 사무실을 가득 채운 경영자부터 자신의 지향점을 사무실의 색으로 대신 보여준 경영자도 있다. 기업 경영의 본질 외에는 다른 것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고집을 보여주는 깨진 노트북 화면을 고수하는 리더도 있다. 사무실 자체를 없애 세계 인재를 끌어모으는 스타트업 창업가도 등장한다.
책에 따르면 CXO의 방에 들어가는 것은 그 방의 주인인 경영자의 생각을 들여다보는 것과 같다. 1년 365일 중 리더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낼 집무실은 회사의 한해 곳간을 설계하고 투자 방향을 제시하는 곳인 반면, 그간의 사유를 압축한 공간이자 삶의 행간을 발견할 수 있는 리더들만의 우주라 할 만하다. 미처 몰랐던 리더들의 경영철학과 센스를 엿볼 수 있다.
| 서울 종로구 SK 서린빌딩 26층에 마련된 SK이사회 의장 사무실에서 염재호 의장이 책상 위에 걸터 앉아 있다(사진=이코노미스트 신인섭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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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총 7장으로 구성됐다. 첫 1장은 요즘 같은 위기의 시대에 ‘기업가 정신’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 한국콜마를 글로벌기업으로 성장시킨 창업주 윤동한 회장을 비롯해 재계 서열 2위 SK그룹의 이사회를 이끄는 염재호 의장, 한국에 치킨 프랜차이즈 시장을 개척한 윤홍근 제너시스BBQ 회장의 방에서 기업가의 역할을 발견한다. 오너 3세 경영인 허연수 GS리테일 부회장과 투자심사역에서 기업가로 변신한 이승근 SCK 대표의 방에서는 위기에서 살아남을 기업가 정신을 배울 수 있다.
2장에선 평범한 직장인에서 기업 최고의 자리에 오른 ‘샐러리맨의 신화’ 전문경영인 8인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권위 대신 소통으로 자신의 방을 채우는 벤 베르하르트 오비맥주 대표, 어린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이순규 레고랜드 코리아 사장, 변화와 혁신의 중요성은 윤진호 교촌에프앤비 대표 방에서 찾을 수 있다.
3장은 투자사 대표 7인의 투자 철학을 보여준다. 이들을 통해 세상을 분석하고 선도할 방법을 배운다. 국내 혁신기업으로 평가받는 7인의 창업 노하우는 4장에 담았다. 이필성 샌드박스네트워크 대표는 “기업인으로서 성장과 속도만 보면 안 된다”며 위기가 닥쳤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인생의 전환점에서 새로운 도전을 펼치는 CXO들의 이야기는 5장에서 발견할 수 있다. 29년 6개월의 공직생활 중 24년 6개월을 검사로 일하다 변호사로 2막 인생을 연 김기동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변호사가 대표적이다. 6장은 개성 넘치는 CXO의 방을 엿보는 재미가 있다. 경영자의 고집과 자존심, 고민의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한국의 미래 청사진을 그리는 이들이 마지막 7장의 주인공이다. 이배용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 황달성 금산갤러리 대표,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가 그리는 한국의 미래를 이들의 방에서 건져낼 수 있다.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은 추천사에서 “책에 등장하는 44인의 특별할 것 같지만 특별하지 않은 집무실을 편안한 마음으로 구경해보라”며 “그들의 방에 녹아있는 성공노하우와 삶의 철학이 독자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선사할 것”이라고 썼다. 박지웅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도 “고위 임원들만 열던 비밀의 공간에서 경영에 관한 통찰을 배우라”며 책을 추천했다.
| 윤홍근 제너시스BBQ 그룹 회장. 서울 송파구 제너시스빌딩 7층 집무실 책장과 그림 화조도(花鳥圖) 모습(사진=이코노미스트 신인섭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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