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 엄지발가락 휘는 '무지외반증' 방치땐 척추까지 무리 갈 수도
by이순용 기자
2023.12.13 06:56:42
[연세사랑병원 족부센터 한준우 과장] 운동에도 유행이 있듯, 요즘 중장년층에겐 ‘맨발걷기’ 운동이 붐을 일으키고 있다. 이젠 지자체에서도 맨발걷기 장소를 활성화하는 추세라고 한다. 맨발걷기 운동의 대표적 효능으로 신발의 모양과 구조로 인한 발의 피로, 근육을 개선한다고 알려졌다. 다만, 고르지 못한 길은 발에 상처를 생기게 하고 특히나 무지외반증이 심한 환자의 경우 엄지발가락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해 발 양 끝에 힘을 주면서 보행 자세가 부자연스럽게 진행된다. 이는 결국
척추에 무리를 주는 위험성이 있다.
엄지발가락은 보행 시 약 60%의 체중을 지탱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무지외반증은 뼈와 관절의 변형이 오며 관절 탈구가 일어나고 엄지발가락의 각도가 변형되는 질환이다. 선천적인 원인과 생활 습관으로 인한 후천적 원인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원인으로 인해 일어날 수 있으며, 대표적 증상으로 엄지발가락이 안쪽으로 휘어 첫 번째와 두 번째 발가락 사이가 벌어진다. 휘게 된 엄지발가락 안쪽에 굳은살이 생기면서 통증을 호소한다.
병원 치료 전 많은 환자들이 내원 검사 및 수술적 치료에 대한 부담감이 커 교정기를 통해 치료해 보려 한다. 이미 휘어진 병변의 피부 맞닿음으로 인한 통증 감소를 위해 착용하는 초기치료 단계에선 도움이 될 수 있으나, 교정기(보조기)를 제거했을 때 발가락이 다시 휘어버리므로 변형의 지연, 교정과 같은 치료 효과는 볼 수 없다.
안타깝게도 무지외반증은 한번 통증이 발생하고 그치는 병이 아니라 옆의 발가락 혹은 발 전체의 균형에도 영향을 미칠 만큼 시간이 흐를수록 계속 증상이 진행되는 질환이다. 따라서 교정이 필요하다면 이른 시일 내 병원에 방문하여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무지외반증교정술은 엄지발가락의 변형이 심할 경우 시행되는 방법이다. 변형된 각도가 클수록 수술적 치료로 뼈를 교정해야만 정상적인 발의 모양을 잡을 수 있다. 무지외반증교정술은 족부정형외과 학회 및 학술지에 게재된 것만으로도 120가지가 넘는다. 그중 90%는 1, 2세대 수술법으로 분류된다. 연세사랑병원은 4세대 PECA 교정술을 채택했다. 4세대 PECA는 3세대와 마찬가지로 최소 침습수술 중 하나다. 3세대와의 차이점이 있다면 경피적 방식으로 진행한다는 점이다.
경피적 방식이란 피부를 절개한 뒤 피부를 경유하여 병변에 도달하는 방식이다. 1~2mm 정도의 작은 구멍을 3~4개 정도 만들고 구멍을 통해 병변 부위를 교정하는 것이다. 이 구멍들은 다 합해도 1cm가 안 되기 때문에 작은 절개창으로 적은 통증을 느끼며 빠르게 회복할 수 있다.
4세대 PECA는 수술 전 정밀한 여러 검사를 통해 절개 부위를 예측하여 마킹 후 수술을 시작한다. 교정할 부분을 설정할 수 있기 때문에 필요한 부위만 선택적으로 절골이 가능하다. 선택적 절골은 주로 치과에서 치아치료를 위해 초소형 절삭기로 교정 부위만 정밀하게 절골하는 것인데 무지외반증교정술에도 가능하게 된 것이다.
지난 세대 수술법 또한 지금까지 널리 사용되고 있지만, 과거의 수술법은 절개창의 크기 5~10cm로 상대적으로 크며 돌출된 뼈를 최대한 깎아 교정하는 절골술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절개창이 크므로 조직의 회복과 약화한 뼈의 강도 회복을 위한 회복 기간이 긴 편이었다. 그 때문에 연세사랑병원에선 4세대 PECA방식을 좀 더 선호한다.
맨발걷기와 같은 운동을 하지 않는 일상생활 중에라도 교정이 필요하다면 빨리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퇴행성 관절염이나 기타 관절증이 있는 환자들 중 40%가 무지외반증을 동반한다는 연구가 있을 만큼 다른 장기와 관절에도 영향을 미치기 전 족부전문의를 통해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