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영환 기자
2023.07.09 10:27:57
과도한 행정절차·비용에 중소기업계 사업포기 사례도 있어
“과징금·처벌에 더 집중…기업 경쟁력 제고 위해 제도개선해야”
“산업 육성이나 대안 제시 등 본질적 해법 필요”
[이데일리 김영환 함지현 기자] 화평법과 더불어 화학물질 관리법(화관법) 규제가 일선 산업계의 경쟁력 확보에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최근 주무부처인 환경부가 화평법과 화관법 개정 움직임에 나서면서 중소·중견기업계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세부적인 내용을 풀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규제 해제를 넘어 산업 육성이나 대안 제시 등 좀 더 본질적인 측면에서 사안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화평법에 따르면 연간 0.1t 이상의 신규화학물질을 제조·수입하려면 해당 물질의 특성과 유해성에 관한 자료를 작성해 국립환경과학원에 등록해야 한다. 개별기업이 0.1~1t 범위의 신규화학물질 등록 시 제출해야 하는 ‘유해성 시험자료’ 확보에 소요되는 비용은 약 2700만원이다. 매년 1500여종의 신규화학물질이 시장에 진입하고 있는데 이 중 약 20%가 0.1~1t 범위로 등록된다고 가정하면 시험비용만 연간 약 83억원에 달한다.
염료안료를 제조하는 B사는 “최소 7~9종의 시험자료 생산에 드는 비용이 1000만~3000만원, 시간은 4~6개월 정도 소요된다. 차라리 제품 개발을 포기하는 게 나은 경우가 많다”며 “1t 미만의 신규화학물질은 등록 대신 신고대상으로 하고 이에 따른 관리 공백은 별도의 방안을 통해 보완하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신규화학물질 등록기준을 기존 0.1t 이상에서 유럽·일본 등과 같이 1t 이상으로 상향해달라는 게 업계의 주문이다.
1차 관리대상 물질을 수입해 제품을 생산하던 C사 역시 9개의 화학물질을 등록하는데 드는 비용이 약 4억9000만원에 달해 개발을 일부 포기했다. 연간 영업이익이 3억원 수준인 이 회사는 6개 물질에 대한 등록을 포기했고 결과적으로 사업을 축소하게 됐다.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 화관법상 정기검사 주기 연장’도 개선 대상이다.
화관법은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에 대해 매년 1회 정기검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매년 수수료 발생 및 검사 신청을 위한 서류 준비에 비용과 함께 상당한 행정부담이 발생하고 있다. 또 자격증을 갖춘 전담 기술인력을 채용해서 유지해야 하지만 소규모 영세업체로서는 현실적으로 해당 자격조건을 갖춘 사람을 채용하기 쉽지 않다.
수성접착제 제조업체 D사는 “정기검사를 받기 위해서는 환경공단에서 요청하는 다양한 서류를 준비하고 60만원 정도의 수수료를 매년 부담해야 한다”며 “기준에 맞게 설치된 시설, 장비 등에 대해 적절한 내구년도 등에 관계없이 매년 정기검사를 하는 것은 중소기업의 행정부담이 매우 크다”라고 토로했다. 중소기업계는 유해화학물질 정기검사 시기를 3년으로 조정하고 일정 기간 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사업장은 정기검사 유예 등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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