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리조트 매물 쏟아지나…레이크힐스 리조트, 법원행
by김무연 기자
2020.08.13 05:30:00
국내 최대 골프장 리조트 운영사…인가 전 M&A 추진
주요 골프장 매각으로 ‘골캉스’ 열풍 수혜 못 받아
中 여행객 증가와 호캉스 열풍으로 호텔·리조트 급증
코로나로 줄매각 전망…르 메르디앙 서울도 매물로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레이크힐스 리조트가 기업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투숙객 감소를 버티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주요 자산이던 골프장 매각으로 ‘골캉스’(골프+바캉스) 수요 흡수도 실패해 기존 회원들의 반발을 산 점도 영향을 미쳤단 분석이다.
강남 유명 호텔들도 소유주들이 매각을 추진하는 등 숙박업 관련 매물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인 및 내국인의 국내 관광 수요 증가와 ‘호캉스’(호텔+바캉스) 유행에 힘입어 우후죽순 늘어났던 호텔·리조트들이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으로 대거 흘러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 레이크힐스 속리산 호텔.(사진=레이크힐스 리조트 공식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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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관련 업계 및 법조계에 따르면 레이크힐스 리조트는 지난 6월 서울회생법원에 기업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10일 포괄적 금지명령을 내려 채권자들의 임의적인 자산 처분을 막았다. 서울회생법원은 조만간 기업 회생절차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다만 회사의 회생 여부는 불투명하다. 앞서 레이크힐스 리조트는 올해 초 한 차례 기업 회생절차를 신청한 바 있다. 당시 조사 위원들은 레이크힐스 리조트의 기업 청산 가치가 존속 가치보다 높다고 판단했고 결국 법원은 기업 회생절차 신청을 기각한 바 있다. 다만 레이크힐스 리조트 측은 예비 인수자를 구한 터라 회생절차를 진행하는데 무리가 없을 것이란 설명이다.
레이크힐스 리조트는 국내 최대 골프장 리조트 기업이었다. 자체적으로 골프장을 보유하거나 제휴 골프장을 두고 있으며, 골프를 즐기는 고객들을 위한 리조트를 병행해 운영해 왔다. 레이크힐스 리조트는 현재 안성·제주·부곡리조트와 속리산 호텔을 보유하고 있다.
레이크힐스 리조트는 골프장 산업이 회원제 골프장에서 대중제 골프장으로 넘어가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골프가 대중화되면서 소수의 회원만이 찾는 회원제 골프장은 불특정 다수가 방문해 끊임없이 골프장을 가동할 수 있는 대중제에 수익성 측면에서 밀리기 시작했다. 실제로 레이크힐스 리조트는 2018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적자를 기록하며 완전자본잠식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결국 레이크힐스 리조트는 레이크힐스 순천 CC를 시작으로 레이크힐스 경남 CC마저 지난해 골프존에 매각했다. 현재 레이크힐스 리조트가 보유하고 있는 골프장은 회원제로 운영 중인 레이크힐스 제주 CC가 유일하다.
골프장이 매각되자 골프장과 연계해 운영하던 리조트와 호텔도 동반 침체했다. 더욱이 코로나19로 골프 수요가 늘어난 데 따른 반사이익조차 얻지 못했다. 골프는 넓은 필드에서 즐기는 운동이라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적어 인기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해외여행을 가지 못하는 여행객들이 가족이나 친구 단위로 골프장을 찾으면서 숙박과 골프를 한꺼번에 해결하는 골프 패키지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한 리조트 업계 관계자는 “지역 호텔과 리조트가 인기라지만 어디까지나 휴가철에 한정된 상황이라 레이크힐스 리조트로서는 운영에 더 큰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며 “만약 레이크힐스 리조트가 골프장을 대중제로 전환해 보유하고 있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 르 메르디앙 서울 전경.(사진=르 메르디앙 서울 공식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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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및 리조트 업계에서는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지방 리조트를 비롯해 고급 호텔 매물들이 쏟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미 중국인 관광객 유입으로 수도권 지역에 다수의 관광 호텔이 들어선 상태다. 여기에 지방 여행 활성화로 스키장·해수욕장·골프장을 낀 리조트 호텔들도 우후죽순 생겨났다. 2014년 234개에 불과했던 호텔 및 리조트 수는 2018년 440개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에 따라 호텔과 리조트가 포화 상태에 달해 기업 M&A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실제로 서울에 위치한 고급 호텔들도 매물로 속속 등장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특급호텔 ‘르메르디앙 서울’의 소유주 전원산업은 삼성증권을 매각주관사로 선정하고 매각 절차에 착수했다. 5성급 호텔인 서울 반포 쉐라톤 팔래스 강남호텔 또한 매각설에 휩싸였다.
한진수 경희대 호텔경영학과 교수는 “앞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SARS)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MERS), 한한령(限韓令·한류금지령)으로 위태롭던 호텔·리조트 업계가 코로나19로 결정타를 맞았다”면서 “1년에 100건 정도 나오던 호텔 경매 물건이 최근 300건까지 늘었다”라고 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도 새 호텔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어 호텔 M&A 건수는 향후 2~3년간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