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공원일몰제]해마당 땅값 치솟는데...보상 미루다 불씨만 키워
by박민 기자
2020.06.04 05:30:00
서울시, 도시계획시설 70㎢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재지정
해당 토지 매입에만 약 14조원
구체적 재원 조달방안은 없어
| 서울 관악산도시자연공원구역 전경.(사진=지존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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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수 토지정보업체 지존 대표·이데일리 박민 기자] 서울시는 다음달 완료를 목표로 서울 도심 내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공원)을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재지정하는 행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 내 기존 도시공원 108㎢ 규모 중 약 70㎢(69.25㎢)가 오는 25일부터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바뀐다. 이는 7월 1일자로 시행되는 ‘장기미집행시설 실효제’(도시공원 일몰제)를 대비한 조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문제가 많다. 해가 거듭할 수록 땅값이 오르는 구조에서 급한 불을 막으려다 향후 보상비가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 또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지정된 부지를 지자체가 사들이기 위해서는 일정 요건을 갖춰야 하는데, 이 요건이 까다롭다 보니 여전히 토지주의 보상은 이뤄지지 않고 ‘무늬만 공원’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에서 이번에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전환하는 장기미집행 도시공원의 토지 보상비는 13조 7668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서울시는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지정한 뒤, 편입토지에 대해 오는 2028년까지 순차적으로 토지보상을 해 나가겠다는 목표다. 그러나 구체적인 재원조달 방안과 보상 시기에 대한 로드맵은 전무하다. 일단 소낙비를 피하기 위해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다시 묶어두고 순차적으로 토지보상을 하든지, 매수청구가 들어온 토지만 보상을 하겠다는 일종의 꼼수로 비쳐지는 이유다.
실제 서울시는 해당 비용의 절반은 시비로, 절반은 정부 지원을 받아 충당할 계획이지만 국비 지원은 현재로선 어려운 분위기다. 중앙정부는 ‘공원 조성’은 기본적으로 지방 사무로 인식하고 있어 사실상 지자체에 책임을 묻고 있다. 이에 현재로선 지자체가 보상비용 마련을 위해 지방채를 발행할 때 그 이자에 대해서만 지원하는 데 그치는 실정이다. 이에 서울시는 국비 지원을 못 받을 경우 전액 시비를 충당해 토지를 사겠다는 입장이지만 앞으로의 재정 여건이 이를 뒷받침해 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즉 ‘장미빛 청사진’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설상가상으로 땅값은 계속 오르고 있다. 서울의 경우 장기미집행 도시공원에 편입된 토지의 공시지가의 총액이 매년 1조원씩 상승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시간이 지날수록 토지보상 예산이 급격히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따라서 이 문제는 차기 지방정부(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다시 묶는 방안도 문제가 많아 손 볼 필요성도 여전하다. 일단 ‘도시자연공원구역’은 이전 도시계획시설(공원)과 달리 땅 주인이 각 지자체에 토지를 사가라며 ‘매수 청구’를 할 수 있다. 지자체장은 매수 청구를 받은 날부터 1년 안에 토지를 매수할지 여부를 판단하도록 돼 있다. 일정 요건을 갖춰 토지를 사들이기로 결정하면 이를 땅주인에게 통보하고 그날로부터 3년 안에 반드시 토지를 매입해야 한다. 즉, 도시 자연공원구역을 지정하면 최장 4년 내에는 지자체장은 사유지의 공원 부지를 사들여야 하는 것이다.
| 도시계획시설(공원)에서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바뀌는 곳 현황도.(자료=서울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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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문제는 매수 요건이 여전히 엄격하다보니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법에서는 원칙적으로 개별공시지가가 낮은 땅, 즉 싼 땅만 매입할 수 있도록 돼 있어 사실상 사들일 수 있는 토지가 별로 없다. 현행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이하 공원녹지법) 시행령 34조에는 매수 대상 토지는 토지사용·수익이 불가능하거나, 해당 읍·면·동 도시자연공원구역 내에서 동일한 ‘지목’의 개별공시지가 평균치의 70% 미만만 사들일 수 있게 하고 있다. 쉽게 말해 해당 지역 공원부지 평균 땅값이 100만원이라면 70만원 이하의 토지만 살 수 있는 셈이다.
서울처럼 도심 한복판에 위치해 개발 가능성이 큰 공원 부지일수록 땅값도 비싸고, 사람이 발길이 닿지 않는 높은 경사면에 위치한 곳은 땅값은 싸다. 시민들의 편의를 위한 도심 내 공원을 유지하려면 이처럼 개발 압력이 높아 훼손될 가능성이 큰 곳부터 지자체가 사들여야 하는데 정작 법은 현실과 동떨어진 기준을 내세우고 있다. 이마저도 그동안 기준이 너무 까다롭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달 4일 공원녹지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완화된 수준이다. 종전에는 개별공시지가 평균치의 50% 미만의 토지만 살 수 있었다.
다만 한가지 다행스런 점은 이번에 개정된 시행령에는 각 지자체장이 개별공시지가 평균치 대비 비율을 조례를 통해 따로 정할 수 있도록 새로 조문을 추가했다. 원칙은 개별공시지가 평균치 대비 비율이 70% 미만이지만, 그 이상으로 정할 수 있도록 예외를 열어둔 셈이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달부터 1년짜리 연구 용역에 착수해 그 기준을 어느 정도로 높일 지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이번 용역 결과에 따라 매수 대상 토지가 지금보다는 더 많아질 것으로 기대되지만, 얼마나 늘어날 지 여부에 대해서는 여전히 회의적이다.
만약 지자체가 공원부지를 사들이지 못한 상황에서 땅 주인이 해제소송을 제기해 도시자연공원구역에서 풀릴 경우 그땐 더 이상 난개발을 막을 방도가 사실상 없다. 이에 중앙정부 차원의 국고 지원 등 특단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도시공원을 지키기 위해서는 토지보상 등 사업 집행을 통한 ‘정공법’이 사실상 최선이다. 아울러 토지보상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토지주와의 해제 소송 등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적 보완도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