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셀의 세계]④오픈런, 3박4일 캠핑도 마다않는 리셀러의 삶

by이윤화 기자
2020.05.22 05:30:00

디올VIP만 살 수 있는 ‘에어 디올’ 발매 전 6000만원까지↑
“구하기 어려운 물건일수록 부르는 게 값이 된다”…리셀의 매력
브랜드·디자이너 협업 한정판 중요하지만 뒷이야기도 한몫

2020 가을 남성 패션쇼에서 공개된 디올와 나이키의 협업 제품 ‘에어 조던1 하이 오지 디올(Air Jordan 1 High OG Dior)’ 리미티드 에디션. 이 제품은 지난 4월 출시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정식 발매일이 미뤄진 상태다. (사진=디올 공식홈페이지)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글로벌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무풍지대에 있는 시장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는 리셀(Re-sell) 시장. 전세계 48조원 규모의 거대한 시장을 움직이는 것은 바로 ‘리셀러(Reseller)’다. 이들은 샤넬 가방을 사기 위해 백화점 오픈 4~5시간 이전부터 줄을 서기도 하고 한정판 스니커즈를 사기 위해 길에서 3박4일 캠핑을 하기도 한다.

리셀러 4명의 입을 통해 리셀의 매력에서부터 노하우, 명(明)과 암(暗)까지 그들의 세계를 낱낱이 파헤쳐봤다.

△리셀을 하는 이유는 단연 ‘금전적 이득’이다. 프랑스의 명품 패션 브랜드 디올과 나이키가 역대급 콜래보레이션으로 선보일 ‘에어조던 디올’은 발매가가 200만원인데 시장에 나오기도 전에 6000만원까지 뛰었다. 물론 특정 브랜드 마니아층의 취미이자 아이템 수집 방식으로 소소하게 리셀을 즐기는 리셀러도 있다.

△주변에 리셀숍을 차려서 운영하는 지인들을 보면 암암리에 이루어지긴 하지만 브랜드와 직접적인 커넥션(브랜드에서 한정판 제품을 미리 보내주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는 정말 극소수고 대부분은 한국과 달리 직매입을 기본으로 하는 외국의 유통구조를 이용한다. 미국 등에서는 나이키 본사와 거래하는 중간 유통업자들이 한정판 신발 15족을 받아서 매장에서는 일반 소비자들에게 10족만 팔고 나머지 5족은 리셀러들에게 웃돈을 얹어 파는 것이 가능하다.



중학생 때 나이키 조던 시리즈에 빠져 리셀러 세계에 처음 입문했다는 C씨는 “마니아층이 만든 리셀 문화가 국내에도 이제 대중화 단계에 다달았다”고 설명했다. (사진=이윤화 기자)
△리셀러로 오랫동안 활동한 사람들조차 어떤 신발의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를지, 어떤 디자인과 색깔이 가장 인기 있을지 정확한 것은 알 수 없다. 다만, 명품 브랜드·유명 디자이너와 협업한 한정판 상품이면 기본 조건은 갖춰진다. 여기에 그 신발에 얽힌 히스토리를 알면 금상첨화다. 예를들어 미국프로농구(NBA) 2020년 MVP 카와이 레너드(29·LA 클리퍼스) 지난해 나이키와의 계약을 종료하고 뉴발란스 모델로 계약을 맺는다는 소식이 들리자 그의 조던 시리즈 마지막 신발이었던 ‘에어 조던33’은 발매가 20만원에서 최대 180만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인기 있을 것 같은 신발을 되판다고 모두 이득을 보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3월 ‘나이키 에어맥스 네온 서울’의 경우 가장 인기 있는 상품일 것이라고 모두가 예상했지만 디자인이 별로라는 평이 많아 손해 봤다.

서울옥션 관계사 서울옥션블루가 운영하는 ‘XXBLUE’가 서울옥션 강남센터에 연 ‘드롭존’에 한정판 스니커즈가 가득하다. (사진=서울옥션블루)
△리셀 초보자들이 가장 쉽게 리셀 세계에 입문할 수 있는 방법은 리셀 중계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이다. 리셀러들이나 리셀 상품을 구하는 소비자들만을 노리는 전문 사기꾼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번개 페이’ 등 안전거래장치를 마련해 둔 번개장터나 정품검사를 철저히 거치는 서울옥션블루의 ‘엑스엑스블루’(XXBLUE)등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여윳돈이 부족한 사람들이라면 가격 흥정이 가능하고 믿을만한 거래자들이 모여있는 유명 커뮤니티를 이용하면 된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스니커즈 커뮤니티 중 하나인 ‘풋셀’이나 ‘나이키 매니아’ 등은 초보 리셀러나 소비자 입장에서 가격 조정이 가능하고 리셀 시장에 대한 정보도 많아 입문용으로 적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