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대학 00과 졸업하면 연봉 얼마…"체계적 취업지원" Vs "취업률 따라 서열화"
by김소연 기자
2018.10.05 06:11:00
‘문송’ 한 인문계·기초학문 몰락 가속화 우려
세분화된 취업통계로 체계적 취업 지원 기대
"취업 어려운 전공이나 대학 위한 대책 마련해야"
[이데일리 김소연 기자] 교육부가 올해말부터 취업통계를 대학별, 전공별 취업자수·연봉 등 세분화해 집계한다. 대학가에서는 대학 서열화와 대학 내 전공별 서열화가 나타날 수 있다며 우려하는 목소리와 체계적인 취업지원이 가능할 것이란 기대가 엇갈린다.
그간 취업자 조사를 위해 개별 대학이 들였던 행정 부담이 감소하고 보다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취업지원이 가능해질 것이란 기대도 있지만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더 크다.
대학 서열화 우려와 함께 같은 대학내에서도 대기업 취업률이 높은 전공에 우수학생은 물론 학교측 지원이 쏠릴 수 있어서다. 교육부는 이같은 우려를 반영해 각 대학별 취업통계를 해당 대학에만 제공한다는 방침이나 대학가에선 외부 유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학 관계자는 “국회에서 요구하거나 언론사에서 대학별로 일일히 관련 자료 취합하면 막을 방법이 없다”며 “대학들도 다른 대학과의 비교 등 필요에 의해 해당자료를 서로 공유할 수 밖에 없다. 외부유출을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전체 대학의 정보를 모두에게 공개하진 않을 방침”이라며 “기업 규모별 취업 현황 등은 어떤 방식으로 통계를 만들지 아직 결정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가장 큰 문제는 통계가 공개될 경우 최악 취업난속에서 대기업 취업률이 높은 대학과 전공으로 신입생들이 몰리는 ‘쏠림 현상’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취업통계가 유출되지 않아도 문제는 남는다. 대학내에서도 전공에 따라 취업률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만큼 대기업 취업률이 높은 전공에 취업 지원을 비롯한 학과 지원이 쏠릴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인문계열 언어·문학 전공은 공학계열 기계·금속 전공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평균 급여도 적고, 대기업에 취업하는 비율도 낮다. 낮은 취업률과 연봉격차가 공식적인 정부 통계로 확인되면 ‘문과라서 죄송’한 인문계의 몰락을 가속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아울러 기초학문의 붕괴와 대학 교수들의 연구 열의마저 꺾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 대학 관계자는 “적지 않은 대학에서 학과 구조조정 1순위 근거가 전공별 취업률”이라며 “이공계에서도 대기업 취업률이 높고 졸업생 평균 연봉이 높은 학과에 우수학생이 몰리는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학교 입장에서는 학령인구 감소로 가뜩이나 신입생 유치가 중요해진 상황에서 가장 큰 유인효과인 취업률을 기준으로 학과 구조조정을 진행할 수 밖에 없다”며 “결과적으로 취업률이 낮은 기초학문 전공은 퇴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학에 기업의 경영 논리를 적용할 경우 대학의 역할 중 하나인 연구·교육이 무너질 수 있다는 뜻이다.
반면 세분화한 취업통계가 나오면 취업 지원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지금까지 각 대학들은 취업지원센터에서 취업한 졸업자에게 일일이 전화를 돌려 취업 여부나 어떤 기업에 취업했는지 정도를 물어 정보를 파악해왔다. 그러나 졸업자와 연락이 닿지 않거나 졸업자가 정보제공을 거부하면 취업정보를 취합하기 어려워 통계를 내기도 쉽지 않았다.
경남 지역 한 전문대 취업부서 팀장은 “10월부터 12월까지는 재학생이 어느 기업에 취업했는지 대략적으로 파악이 가능했다”며 “그러나 12월이 지나면 졸업생이 학교 전화도 받지 않고 어느 기업에 언제 취업했는지도 파악하기도 어려웠다. 취업자 정보를 파악하는 행정 부담이 줄었고, 졸업자 분석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교육부가 질적 취업 통계를 내게 된 배경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들이 먼저 요구해 질적 취업 통계를 내게 됐다”며 “취업자 분석에 어려움을 겪는 대학은 이번 취업통계를 이용해 체계적·맞춤형으로 취업 지원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질적 취업률 통계 공개와 더불어 취업이 어려운 전공이나 대학을 위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정부가 개별 대학에 세분된 취업 통계를 제공하는 것은 맞는 방향”이라면서 “앞서 지난 2006년에도 대학 자체 설문 조사를 통해 대기업 취업률을 조사한 적이 있다. 대학 자체 조사는 대기업 취업률을 부풀릴 수 있어 이후엔 고용보험·건강보험 DB와 연계했다. 이후에 대기업 취업률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 연구원은 “세부적인 취업 통계가 대학 구조조정이나 대학 평가, 공학계열 취업 지원을 몰아주는 등의 근거로 쓰여선 곤란하다”며 “정부에서 관련 통계만 제공할 것이 아니라 전공별로 취업이 어려운 졸업자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정책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