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생부 안 끝났다"…비리 대학들 감점 걱정에 '초긴장'
by신하영 기자
2018.07.06 06:30:00
교육부 대학진단평가서 비리·부정 대학 감점 반영할 계획
상위권도 총장·이사장 비리 있으면 평균점 6배까지 감점
감점 대상 대학 “감사받은 대학만 억울…등급 하락 우려”
진단평가 후폭풍…하위권 대학 총장·보직교수 줄줄이 사표
| 대학기본역량진단 1단계 평가 결과 및 평가 확정 시 대학별 조치 사항(그래픽=이동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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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교육부가 대학기본역량진단(진단평가) 1단계 결과로 전체 대학을 상위 64%(예비 자율개선대학)와 하위 36%(2단계 평가대상)로 나누자 대학별 희비가 갈리고 있다. 특히 정원을 줄여야 하고 정부 재정지원에서 불이익이 예상되는 하위권 대학에서 후폭풍이 거세다. 이원복 덕성여대 총장은 지난달 23일자로 사임했으며, 김영호 배재대 총장은 사의를 밝혔다가 이사회에 의해 반려돼 업무에 복귀했다. 조선대는 강동완 총장이 사퇴 압박을 받고 있고 우석대와 순천대는 보직교수들이 사표를 제출한 상태다.
그러나 1단계 평가를 통과한 대학들도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 자율개선대학에 포함됐더라도 최근 3년 내 부정·비리로 행정처분을 받은 대학은 감점을 받는다. 같은 자율개선대학이라도 그룹 내 하위 대학의 경우 감점으로 등급이 강등(자율개선대학→ 역량강화대학)될 수 있다. 강등 대학이 많을수록 하위권에서 상위권으로 기사회생하는 대학 수도 늘어난다.
교육부 관계자는 4일 “이달 중 대학별 부정·비리 현황을 취합해 이를 오는 8월 말 발표할 진단평가 최종 결과에 반영할 것”이라며 “전·현직 이사장이나 총장에 대한 신분상 처분(파면·해임)이 주요 감점 대상”이라고 말했다.
교육부가 지난 3월 각 대학에 안내한 ‘2018년 대학기본역량진단 관련 부정·비리 제재 방안’에 따르면 최근 3년(2015년 8월~2018년 8월)간의 대학별 행정·감사처분이 감점 대상이다.
교육부는 비리 정도에 따라 제재 유형을 하·중·상·중대 등으로 나눴으며, ‘중’급에 해당하는 비리부터 감점을 주기로 했다. 부총장·처장 등 보직교수가 해임·파면 징계를 받은 경우(중급)에는 대학 간 평균 점수 차(1단계 진단 결과)의 2배에 해당하는 감점을 준다.
전·현직 이사(장) 또는 총장이 비리로 신분상 처분을 받은 경우(상급)는 대학 간 평균 점수 차의 4배에 달하는 감점을 받는다. 전·현직 이사장과 총장이 모두 파면·해임된 비리의 경우 평균 점수 차의 6배까지 감점 받을 수 있다. 만약 진단평가 1단계 결과에서 대학 간 점수 차가 1점이라면 중급일 때는 2점, 상급일 때는 4점이 감점된다. 평교수가 저지른 성추행보다 이사장이나 총장이 저지른 부정·비리가 해당 대학에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
|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지난해 11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대학 기본역량 진단 및 재정지원사업 개편 시안’을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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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지난 20일 발표한 진단평가 1단계 결과에 따르면 4년제 일반대학 187곳 중 120개교가 ‘예비 자율개선대학’으로 지정됐다. 이 가운데 최근 3년간 총장·이사(장) 등이 비리에 연루되거나 감사·행정처분을 받아 감점이 예상되는 대학은 9~10곳 정도다. 다만 이들 대학이 모두 감점을 받는다고 해도 자율개선대학에서 역량강화대학으로 강등되는 대학은 많지 않을 전망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같은 자율개선대학이라도 하위권 대학일수록 감점으로 등급이 떨어질 수 있지만 상위권은 감점을 받아도 강등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예컨대 이화여대의 경우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관련 학사비리로 최경희 전 총장의 징역형이 확정됐지만, 자율개선대학 중 상위권에 해당한다면 감점을 받더라도 등급 유지가 가능하다.
반면 상위 64%에 간신히 포함된 대학은 초조함을 나타냈다. 경기도 A대학의 경우 최근 교육부 실태조사에서 명예총장이자 상임이사로 재직한 B씨의 전횡이 드러나 불안한 상태다.
A대학 관계자는 “1단계 평가에서 대학 간 점수 차가 얼마나 났는지, 우리 대학이 감점은 얼마나 받을지 알 수 없어 답답하다”며 “감점을 받더라도 등급만 강등되지 않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3년 내 교육부로부터 감사나 실태조사를 받은 대학만 불이익을 받는 것은 억울하다”며 “털어서 먼지 안 날 대학이 얼마나 되느냐”고 반문했다.
1단계 탈락 대학들도 ‘깜깜이 평가’란 불만을 제기한다. 교육부가 최소한 감점 대상이 어느 대학인지는 공개해야 패자부활전에 희망을 걸어볼 수 있다는 의미다.
충청권 C대학 관계자는 “같은 지역 내 어느 대학이 감점을 받는지 알아야 2단계 평가를 준비해도 등급을 오를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될 것”이라며 “대학에는 사활이 걸려있는 만큼 교육부가 1단계 결과를 좀 더 투명성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행정·감사처분 외에도 형사판결에 따른 부정·비리도 대학구조개혁위원회 심의를 거쳐 감점할 방침이다. 교육부와 소송 중이거나 재심의가 진행되는 사안의 경우 나중에 대학 측 소명이 인용되거나 교육부가 패소할 경우 평가결과가 조정될 수 있다. 진단평가가 확정된 뒤라도 등급이 조정되는 경우가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대학들이 올해 받은 진단평가 결과는 향후 3년간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