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異야기]①"스타벅스 반대로만 해서 중국시장 뚫었죠"

by김대웅 기자
2017.01.17 06:42:00

신자상 만커피 회장 인터뷰
6년전 창업해 中전역 160개 매장 확보
기존 강자와 정면승부 대신 차별화 전략
"한국과 달리 중국은 기회의 땅..상상이 사업이 된다"

신자상 만커피 회장.
[베이징= 이데일리 김대웅 특파원] 중국 베이징수도공항에 내려 수속을 마치고 출구를 빠져나오면 바로 앞에 ‘MAAN COFFEE’라는 커다란 간판이 보인다. 바로 한국인이 운영하는 중국 10대 커피전문점 브랜드 중 하나인 ‘만커피’의 대형 공항매장이다. 6년 전 탄생한 신생 브랜드가 글로벌 브랜드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이 노른자위 지역을 차지하게 된 비결은 뭘까.

창업주인 신자상(64) 만커피 회장은 국내에서도 샤브샤브 프랜차이즈인 ‘정성본’을 성공시키는 등 요식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중국과는 아무런 인연이 없었던 그는 11년 전 지인의 권유로 중국에 건너와 제 2의 인생을 시작했다. 성공 비결을 묻는 질문에 신 회장은 딱 한마디로 “스타벅스 반대로만 했다”고 답했다.

바둑에서 꽤 강력한 기법 중에 흉내바둑이라는 것이 있다. 선순위인 흑을 잡아 바둑판의 한 가운데(천원)에 첫 수를 둔 뒤 이후 상대가 두는 곳의 대각선 반대 방향에만 두는 것이다. 덤이 없을 경우 이같은 전략을 펼치면 상대가 어지간한 실력으로는 타개해 내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6년 전 만커피도 마치 흉내바둑을 두듯 시장을 개척해 나갔다. 신 회장은 “스타벅스를 철저히 반대로 따라하는 건 꽤 효과적인 판단이었다”고 회고한다.

2006년부터 베이징에서 한식당인 ‘애강산’을 운영해 온 신 회장은 당시 중국 스타벅스 매장에서 많은 문제점을 발견했다. 무엇보다 협소한 공간에 앉을 자리도 많지 않고 사람만 많아 너무 불편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마땅한 대안도 없었던 탓에 그는 스타벅스를 즐겨 찾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중국인들 역시 자신과 비슷한 불만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그는 직접 커피전문점 사업에 뛰어들기로 결심한다.

만커피는 철저히 스타벅스와 차별화된 전략을 구사해 나갔고 이는 적중했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스타벅스 매장과 달리 편안하고 넓은 공간을 제공하는 만커피 매장은 손님으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만커피는 비효율적이다 싶을 정도로 넓은 공간 제공에 신경을 썼다. 이는 중국인들이 전통적으로 차를 즐겨 마시며 오랜 시간 여유롭게 대화하는 것을 즐긴다는 점을 간파한 신 회장의 확신이 깔려있는 전략이었다.

‘편하게 노닥거릴 수 있는 공간’의 컨셉으로 만커피는 매장 수를 늘려갔고 수요는 급격히 늘어갔다. 중국인들의 모임이나 회식 분위기 맞은 대형 원탁 테이블도 매장에 배치하기 시작했다. 이 역시 사각 테이블 중심인 한국과 달리 원탁 테이블을 선호하는 중국의 특성을 감안한 전략이었다.

신 회장은 “1998년 중국에 진출해 10년 가까이 시장 조사에 몰두했던 스타벅스는 당시 폭발적으로 매장 수를 늘려나가던 시기였다”며 “이같은 스타벅스의 성공가도를 목격한 후발주자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스타벅스를 표방했지만 다 깨져나갔다”고 말했다. 같은 컨셉이면 브랜드 파워가 있는 곳이 이기는게 당연한 것 아니겠냐고 그는 반문했다.

설립 첫 해인 2011년 매장 수 7개로 출발한 만커피는 6년 만에 중국 전역에 160개의 매장을 확보하며 업계 10위권에 진입했다. 공항, 대학가, 도심 등 노른자위 지역에 위치한 매장도 상당수다.

직접 관리하기 힘든 수준으로 매장 수가 늘었음에도 신 회장은 가맹점이 아닌 직영점만 고집하고 있다. 프랜차이즈에 섣불리 나섰다가는 브랜드 이미지가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 신 회장의 지론이다. 그는 한때 중국에서 700여개 매장을 운영하며 승승장구하다가 일순간에 사실상 폐업 상태에 이른 카페베네의 사례를 언급하며 앞으로도 직영점 전략을 고수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만커피는 올해를 제2 도약의 원년으로 여기고 있다. 지난해는 그동안 갑자기 커진 덩치로 인해 물류와 인허가 문제 등에서 부딪히며 쉬어가는 시기였다면 올해는 다시 한번 외형 확장에 나설 예정이다. 외부 투자금도 받아 중국 주요도시 위주로 매장을 빠르게 늘려나가며 5년 뒤 1000개 이상의 매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신 회장은 “1위인 스타벅스의 경우 하루에 하나꼴로 매장이 생겨나고 있다”며 “그만큼 중국 커피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타벅스와의 경쟁에 있어서는 여전히 자신감을 보였다. 정반대의 컨셉으로 스타벅스가 이미 검증해 놓은 상권으로 들어가니까 성공 확률이 오히려 더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는 “만커피 매장 6곳의 25m 이내에 스타벅스가 있는데 모두 이겼다”며 “우리가 들어간 이후 인근 스타벅스 매장의 손님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11년 전 지인의 권유로 막연한 기대와 한번 부딪혀 보자는 의지만 갖고 중국에 발을 디뎠다. 그는 “중국에 대해 1%도 모르는 상태로 왔는데 막상 와보니 얼마 지나지 않아 이곳이 신천지임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무엇이든 경쟁 과잉 상태인 국내보다 중국이 훨씬 더 크고 기회가 많은 땅이었다는 것이다. 특히 부동산 임대 방식의 차이에 그는 주목했다. 요식업을 하기 위해서는 물리적 공간, 즉 매장 임대가 필수다. 그런데 이 매장 임대가 한국에서는 보통 2~5년인 반면, 중국은 최소 5년에 최장 20년이더라는 것이다.

신 회장은 매장 20년 임대를 상상해 보았느냐며 “쫓겨날 염려가 없으니 마음놓고 투자할 수 있게 되고 자연히 좋은 매장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그가 만커피를 창업하기 전 중국에서 오픈한 한정식당 ‘애강산’은 베이징에서 알아주는 감성적 인테리어 매장이다. 이 곳은 한국의 대표적인 한복 디자이너 이영희씨의 무대가 되기도 했다. 오랜 임대기간으로 인해 오랜 시간을 두고 구슬을 꿰듯 매장에 온 정성을 쏟을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고 신 회장은 강조한다.

중국에서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신 회장은 “일단 6개월만 부딪혀 보라”고 말한다. 중국 시장이 아직 블루오션임은 틀림없는 사실이고 직접 겪어보는 것이 가장 빨리 배우는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그는 “한국은 모든 컨셉과 계획이 철저한 상태에서 시작해도 성공이 불확실하지만, 중국은 한국이라면 상상할 수 없는 것도 사업이 된다”며 많은 기회가 있는 땅이라고 역설했다.

중국 사업의 필수 요소로 여겨지는 이른바 ‘꽌시(關係)’에 대해서도 그는 두려워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중국 사회가 과거와 달리 많이 바뀌었는데 직접 겪어보지 않은 이들이 지레 짐작으로 겁을 먹는다는 것이다.

신 회장은 “아무런 꽌시 없이 중국에서 사업을 시작했지만 이리저리 부딪히며 오히려 중국인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생각보다 중국 공무원들이 친절할 뿐 아니라 담당자와 만나 문제에 대해 대화를 나누면 길이 보이기 마련”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