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재판관 탄핵 찬반 실명 공개한다…탄핵 반대 부담 커질 듯
by전재욱 기자
2016.12.12 06:30:00
탄핵심판 시 재판관 개별 의견 명시하도록 2005년 법 개정
노무현 탄핵 당시 의견 명시안한 부실 결정문 지적 반영
기명의견 부담 탓 결과 왜곡 및 혼란 조장 우려도
| | 헌법재판소 5기 재판부. 왼쪽부터 박한철 소장, 이정미·김이수·이진성·김창종·안창호·강일원·서기석·조용호 재판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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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심판에 관여한 재판관은 결정서에 의견을 표시하여야 한다.’(헌법재판소법 36조 3항)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해 헌법재판소로 넘어왔다. 현행 헌법재판소법은 박근혜 대통령의 파면 혹은 기각 결정을 내리면서 재판관 9인 개개인의 의견을 반드시 결정문에 남기도록 명시하고 있다. 고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무기명 결정문에 대한 비난여론이 잇따른데 따른 조치다.
결과적으로 노 전 대통령때와는 달리 누가 박 대통령 탄핵에 무슨 이유로 찬성하고, 반대했는지 알 수 있게 됐다. 실명으로 탄핵 찬반 여부를 밝히도록 한 현행 헌재법이 박 대통령 탄핵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004년까지만 해도 헌재법 36조 3항은 ‘법률의 위헌심판, 권한쟁의심판 및 헌법소원심판에 관여한 재판관은 결정서에 의견을 표시하여야 한다’고만 돼 있었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도 의견을 남기라는 규정은 없었다.
이를 근거로 헌재는 2004년 5월 노무현 대통령 탄핵사건 결정문에 재판관 의견을 담지 않았다. 당시 일부 재판관은 ‘관련 규정이 탄핵심판 결정문에 재판관 의견을 기재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탄핵심판 결정문에 재판관 개개인의 의견을 기재할 것인지를 두고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으나 헌재는 결과적으로 관련 규정을 보수적으로 해석해 기재하지 않기로 했다.
이 때문에 노 전 대통령 탄핵 결정문은 기각 사실과 기각 사유만 명시했을 뿐 탄핵에 찬성한 재판관은 있었는지, 있었다면 몇 명이었는 지 알 수 없다. 또 재판관 개개인이 내놓은 견해와 의견도 전혀 알 수 없다.
이 때문에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사건 결정문이 역사적 의의에 비춰 내용이 부실하고 책임 소지가 불분명하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국회는 ‘탄핵심판과 정당해산심판에 관여한 재판관의 의견표시의무에 대한 명시적 근거가 없어 소수의견을 결정문에 표시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2004년말 헌재법 개정안을 발의해 통과시켰다.
재판관이 ‘실명으로’ 의견을 표시하라는 명시적인 규정은 없으나 전례에 비춰 실명 의견표명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2014년 12월 통합진보당 ‘정당해산심판’ 당시 재판관 전원은 실명으로 의견을 냈다. 그밖에 모든 위헌관련 사건은 재판관 실명과 개개인 의견이 공개된다.
과거와 달리 대통령 탄핵에 대한 찬반 의견을 공개해야 한다는 점은 재판관들에게 큰 부담이다. 한국갤럽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박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응답은 81%에 달했다. 또한 주말마다 수십만~수백만명에 달하는 시민들이 광장에 모여 박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탄핵에 대한 국민적 시선이 쏠려 있는 상황이어서 재판관들이 법률적 판단과 다른 의견을 내놓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지금같은 분위기에서 자기 이름을 걸고 탄핵에 반대한다고 밝히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개인적 판단과는 다른 의견을 내놓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재판관 의견 표명이 되레 분열을 조장하는 것은 아닌지를 걱정하는 시선도 있다. 만약 재판관들이 격론 끝에 가까스로 파면 혹은 기각 결정을 내리게 되면, 찬반 비율과 재판관들의 개별의견이 정쟁의 빌미를 제공하게 돼 탄핵심판 이후에도 국가적 혼란이 계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통합진보당 정당해산 사건에서도 재판관 의견이 나뉘는 바람에 소모적 논쟁이 계속됐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사건 당시 헌재가 재판관 의견 게재를 포기한 것도 이같은 상황을 우려한 조치라는 분석도 있다.
| |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의 주심을 맡은 강일원 헌법재판관이 지난 10일 오후 헌재로 출근하고 있다. 해외 출장 중이었던 강 재판관은 예정된 12일보다 귀국일정을 앞당겨 이날 조기 입국해서 법리 검토에 착수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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