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박형수 기자
2016.03.27 10:20:45
위험자산 선호 현상 지속으로 외국인 순매수 지속 기대
펀드 환매 압박에 국내 기관 매수 여력 제한
코스피 1960~2010 박스권 흐름 이어져
[이데일리 박형수 기자] 선진국 중앙은행의 정책 공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 주에도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의 순매수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내 주식형 펀드에 대한 환매 요구가 이어지면서 투신권을 중심으로 한 기관투자가의 주식비중 축소 탓에 지수는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박스권 흐름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27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지난주(3.21~25) 코스피는 0.41% 하락했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테러가 발생하면서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고 국제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하락한 것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우려가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 기간 외국인은 2896억원 순매수를 기록했지만 개인과 기관은 각각 667억원, 5787억원의 매도 우위를 보였다. 특히 투신권에서 2997억원에 달하는 순매도 물량이 쏟아졌다.
이번 주 국내 증시도 외국인과 기관의 매매 공방 사이에서 지난주와 비슷한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될 것으로 기대했다. 고승희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순매수 기조는 이어질 것”이라며 “미국 국채 금리 10년 물이 2% 이하에 머무르고 있고 전 세계 리스크 지표도 안정된 흐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미국 연준의 긴축중단이 신흥국 금리 인하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글로벌 자금흐름 환경은 신흥국에 상당히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국인과 달리 매수 여력이 크지 않은 국내 기관은 당분간 비중 축소 전략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23일까지 국내 주식형 펀드의 순유출 자금은 총 1조7000억원에 달했다. 코스피가 1900포인트 중반을 회복한 이후로 자금이 계속 빠져나가고 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11배로 밸류에이션 부담이 남아 있다”며 “경기 회복, 실적 호조 등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수는 당분간 횡보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수급 측면에서 긍정과 부정 요인이 공존하는 가운데 경기 회복 속도가 지수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이번 주 발표하는 2월 산업활동동향, 3월 수출입·소비자물가 등은 국내 경기 회복 여부를 가늠할 중요 지표다. 지난 20일까지의 수출이 전년 대비 19.2% 감소하면서 수출부진 심화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신흥국 경기 둔화와 선진국 경기 모멘텀 약화로 수출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국제유가 등 일부 원자재 가격이 반등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해 관련 제품의 단가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코스피가 2000선을 회복하기에는 시장 에너지가 부족한 셈이다. 고승희 연구원은 “외국인 순매수가 이어지더라도 국내 증시의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가 부담스러운 국면”이라며 “코스피는 당분간 1960에서 2010포인트 사이를 오갈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