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핫머니 홍콩으로 몰려..7개월간 3조원 넘어

by신정은 기자
2014.09.20 08:00:01

[이데일리 신정은 기자] 러시아에 대한 서방 제재가 강화되는 가운데 러시아 핫머니(국제금융시장을 이동하는 단기성 자금)가 홍콩으로 빠르게 밀려오고 있다.

영국 투자자문회사 크로스보드캐피털 조사에 따르면 러시아 투자자들이 안전피난처로 홍콩을 찾으면서 올1~7월까지 280억달러(약 3조7660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해 러시아에서 유입된 전체 자금은 360억달러에 불과했다.

이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 추락 사건과 관련해 러시아에 책임을 묻고 제재를 본격화 한데 따른 것이다.

휴고 윌리엄슨 IPSA 인터내셔널 이사는 “유럽은행이 러시아인들에게 지난 1년간 대출을 해주지 않았다”며 “이에 따라 러시아가 갚아야 하는 대출 상환금은 1500억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되는 상황에서 이들은 중국과 홍콩, 싱가포르 쪽으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고 분석했다.



대(對)러시아 재재는 금융 분야도 다수 포함돼 있다. 특히 미국은 EU에 이어 최근 러시아 최대은행 스베르방크를 제재 대상이 올리는 등 수위와 폭을 확대하고 있다.

애슐리 갈리나 알라리스 인터내셔널 이사는 “러시아인들이 홍콩에서 계좌개설을 하기 쉽지 않지만 지난 몇달간 회사를 설립하거나 계좌를 열었다”며 “이들은 정말로 피난처가 필요하기 때문에 어떤 문제도 크게 신경쓰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2위 휴대폰 사업자 메가폰(Megafon)은 지난 6월 현금성 자산의 40%인 310억달러를 홍콩달러로 바꿔 중국계 은행에 예치했으며 나머지는 루블화로 남겨뒀다. 니켈·백금 생산업체 노릴스크 니켈과 러시아 2위 천연가스회사 노바텍 역시 달러 자산을 홍콩달러로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중앙은행인 홍콩금융관리국(HKMA)은 국제연합(UN)의 러시아 제재조치를 존중하지만 도시법상 다른 관할권이 취하는 금융 제재를 반드시 따라야 할 의무는 없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