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환율전쟁 불 붙나..먼저 칼 빼든 日

by안혜신 기자
2012.12.25 13:53:09

아베 "무제한 돈 찍겠다"
美·유럽도 양적완화 지속 전망..무역전쟁 확대 우려

[이데일리 안혜신 기자]전세계는 결국 ‘환율전쟁’의 격랑 속으로 빠져들 것인가. 부진의 늪으로 빠져들어가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일본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의 경쟁적인 양적완화가 시작되면서 본격적인 환율전쟁의 막이 오르는 모습이다.

달러·엔 환율 (단위: 엔, 자료: WSJ)
지난해 환율전쟁이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조심스럽게 일어났다면 이번에는 일본이 ‘작정하고’ 시작할 태세다. 26일 총리직에 공식 취임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는 선거 운동 당시부터 “윤전기를 돌려서라도 무제한으로 돈을 찍어내겠다”고 공언한 인물이다.

그는 취임을 사흘 앞 둔 지난 23일 “달러·엔 환율은 90엔 선이 적정하다고 본다”면서 “전세계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내고 있는 상황 속에서 필연적으로 엔화 강세에 저항해야 한다”고 말했다. 엔화 강세를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재차 표명하고 나선 것이다.

국제사회는 긴장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한국을 비롯해 스위스, 이스라엘 등이 자국 환폐 가치 방어에 나선 적은 있지만 한 나라의 지도자가 노골적으로 환율시장 개입을 예고하고 나선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지난 2007년 6조7000억달러(약 7192조원)에 불과했던 글로벌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은 올해 상반기 10조5000억달러까지 불어났다. 5년도 채 되지 않은 시간동안 57% 증가한 것이다. 각국 중앙은행이 자국 화폐 가치 지키기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머빈 킹 영란은행(BOE) 총재는 “내년은 많은 국가들이 자국 화폐 가치 떨어뜨리기에 나서면서 험난한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경기부양을 위한 마땅한 방법이 없어 통화가치 하락을 새로운 정책수단으로 택하는 국가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위스와 홍콩은 이미 올해도 여러차례 외환시장에 개입했다. 중국에서도 환율 변동폭을 확대할 것이라는 소문이 흘러나오고 있다. 환율전쟁의 ‘원흉’으로 지목되고 있는 미국에서도 환율 방어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선진국의 양적완화에 대항해 신흥국이 잇따라 외환시장에 개입하며 환율방어에 나서는 상황이 내년에는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에드윈 트루먼 피터슨 연구소 이코노미스트는 “한 나라가 자국 화폐 가치의 지나친 약세를 용인한다면 이는 결국 무역전쟁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