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한파]①씨가 말라간다

by하지나 기자
2012.06.17 13:00:00

유럽발 재정위기 탓 현대오일뱅크 등 철회∙연기 잇따라
1~5월 조달자금 전년의 1/4…경기둔화에 통과율도 하락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유럽발(發) 재정위기로 주식시장이 위축되면서 기업공개(IPO)시장에 때아닌 한파(寒波)가 불어닥치고 있다. 상장공모 실패와 몸값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일정을 철회하거나 늦추고 있다. 상장공모시장은 어느덧 씨가 말라가고 있다.

올해 IPO시장의 ‘빅 딜’로 주목받았던 현대오일뱅크가 결국 시장 앞에 무릎을 꿇었다. 지난 4월 상장예비심사를 신청, 이달 말 적격 여부가 최종 결정될 예정이었지만 최근 한국거래소에 철회신청서를 제출했다.

유로존 재정위기와 중국 경기둔화 여파 등으로 정유화학업황 부진과 증시 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제 값 받고 상장하기가 어렵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기업가치 산정에 영향을 미치는 유사기업 SK이노베이션과 S-oil, GS 등의 주가와 실적은 이미 작년에 비해 크게 하락한 상태다. 이에 따라 현대오일뱅크 상장의 ‘키’를 쥔 최대주주 현대중공업은 자회사의 상장 일정을 무기한 연기했다. .

1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5월까지 기업들이 기업공개(IPO) 통해 조달한 자금은 2032억원에 불과하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9991억원의 4분의 1 수준이다. 건수도 21건에서 8건으로 급감했다. 현대오일뱅크 처럼 상장을 준비중인 기업들이 불안한 시장상황 앞에 몸을 바짝 움츠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상장을 위해 문을 두드리는 기업들의 수도 대폭 줄었다. 지난해 1~5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한 기업은 18곳, 코스닥시장 54곳으로 72곳에 달했다. 하지만 올해는 28곳(유가증권시장 8곳·코스닥시장 20곳)에 머물고 있다.  




증시 침체가 주원인이다. 게다가 진원지인 유로존 재정위기가 단기간에 해결될 기미가 안보인다는 점이 큰 걸림돌로 작용하며 향후 증시 상황 또한 안개속에 휩싸여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예비심사 청구 이후 상장까지는 3~4개월이 소요된다.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현재 상황은 상장을 추진하기에 최악의 환경인 셈이다. 

이에 따라 연내 상장을 목표로 했던 상당수 기업들이 아직 구체적인 상장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대표이사가 교체되면서 일정을 철회했던 ABC마트코리아는 올해 상장도 미지수다. 일본 ABC마트 지분 일부가 공모 대상이 되면서 공모가격에 민감할 수 밖에 없어서다. 

최대주주인 사모펀드(PEF) 청산을 위해 올해 8월 말까지 상장을 마무리지어야 하는 리딩투자증권, 민영화의 일부로 연내 상장을 추진 중인 산은금융지주나 2009년 이후 말로만 무성했던 미래에셋생명도 금융업황이 받쳐주지 못해 제값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몸값 디스카운트’를 무릅쓰고 상장을 강행하더라도 상장예비심사라는 변수가 남아 있다. 특히 코스닥기업의 경우 경기 둔화에 따른 업황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상대적으로 심사 과정이 더 까다로워졌다는 평가다. 올해 5월말까지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고 상장심사를 진행한 기업 18곳 중 12곳만 상장 적격 판정을 받았다. 상장심사 통과율은 62% 정도다. 반면 지난해 같은 기간동안 심사통과율은 85%에 달했다.

한국거래소 상장심사 관계자는 “지난해와 비교하면 예비심사청구 기업이 상당히 줄어든 편”이라면서 “올 상반기 결산 이후 상장심사를 청구하겠다는 기업이 40여개 정도로 하반기에 대거 밀집돼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의 예측 불가능한 시장 상황으로서는 연내 상장이 기대대로 될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