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먼 고졸채용]②"나이 어리다고 허드렛일..막말은 다반사"

by김도년 기자
2012.05.25 08:35:36

입사했다 퇴사한 고졸자의 경험담
"병역특례·야간대 진학, 실제 와보니 꿈에 불과"
"잔업 있는 날 12시간 근무..인턴 4개월만에 퇴사 결심"

[이데일리 김도년 기자] "잔업이 있는 날이면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12시간 일을 합니다. 야근이 있는 날도 밤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일하고요. 병역특례도 인정되고 야간대학 진학도 가능하다고 했는데 실제로 와보니 이 모든 것은 꿈에 불과했습니다"

충남의 한 전자제품 부품 납품업체에 취직한 김민석(가명·19세)씨. 그는 올해 초 약 넉 달 동안의 인턴 생활을 마무리하고 퇴사를 결심했다. 학교와 중소기업 간의 맞춤형 고졸 채용 전형으로 학교장 추천을 받은 우수 학생이었지만 과중한 노동과 회사 선배의 등쌀에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선 것이다. 그는 현재 병역특례 업체로 취업해 일단 병역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이데일리는 지난 23일 김씨와의 인터뷰에서 고졸채용 실태와 현장에서 느끼는 괴리를 더욱 실감할 수 있었다. 그는 "병역을 해결하고 나면 대학으로 진학하거나 좋은 조건의 회사에 취직하고 싶다"고 털어놨다. 그가 생각하는 `좋은 조건의 회사`란 단지 야간대학이라도 다닐 수 있는 곳을 의미했다.



고등학교 졸업 직후 대면한 노동의 현장. 스무 살도 안 된 그가 마주하기에는 열악하기 짝이 없었다. 동료 직원들의 따뜻함도 기대하기 어려웠다.

"새벽 1시가 넘은 시간이었어요. 함께 야근을 서던 선배가 SMT(표면실장기술·Surface Mounting Technology) 장비에 장착하는 피더(Feeder)를 가져오라고 했는데 선배가 원하던 제품과는 다른 것을 가져오게 됐어요. 그 제품은 생산지와 규격이 다양한데 선배는 구체적인 설명 없이 다짜고짜 가져오라고 했거든요. 선배는 다른 제품을 가져온 제게 주변에 있던 가위며 부품이며 모두 집어던지면서 성질을 냈어요. 나이가 어리다고 허드렛일도 많이 했지만 그땐 참 서럽더라고요"

실제 산업현장은 김 씨가 생각하는 이상과 전혀 달랐다. 같은 또래의 고졸자들은 박봉과 과중한 노동에 시달리는 것은 다반사였다. 김 씨의 한 친구는 엘리베이터 수리 업무를 하면서 무거운 장비와 씨름했지만 한 달 임금은 겨우 60만원에 그쳤다. 그 친구 역시 회사를 그만두긴 마찬가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