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시각)어닝은 뒷전

by지영한 기자
2010.01.26 08:18:18

[뉴욕=이데일리 지영한 특파원] 뉴욕증시가 25일(현지시간) 나흘 만에 반등했다. 최근 사흘 연속 급락한데 따른 반발 매수세가 유입된 가운데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 점이 영향을 미쳤다.

4분기 어닝 시즌이 한창 진행되고 있지만 뉴욕증시는 기업실적보다는 정책적 변수에 더 크게 휘둘리는 모습이었다. 데이비드 벨안토니오는 "월가가 4분기 실적발표 시즌의 한 가운데 있지만, 기업들의 어닝은 거의 뒷전으로 밀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주에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연두교서, 버냉키 의장의 연임안 표결 등 정책적 변수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오늘은 특히 버냉키의 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면서 투자심리가 살아났다.

물론 버냉키에 대한 반대의견도 만만찮다. 2008년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나섰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오늘 공개적으로 버냉키에 대한 반대의사를 피력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사설을 통해 버냉키의 연임을 반대했다. 버냉키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인물이어서 향후 연준의 `출구전략`이 정치권에 휘둘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데이비드 악셀로드 백악관 선임 고문이 지난 주말 버냉키에 대한 백악관의 지지의사를 확실히 밝혔고, 해리 리드 민주당 원내대표에 이어 민주당의 거물인 맥스 보커스 상원의원이 오늘 버냉키 지지의사를 밝히면서 버냉키의 연임은 거의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투자자들은 버냉키가 연임될 경우 연준의 경기부양적인 통화정책이 당분간지속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 반면 연준 의장이 교체될 경우 출구전략, 특히 금리인상 시기가 당초보다 앞당겨질지 모른다는 우려감을 갖고 있다. 즉, 통화정책의 큰 틀이 바뀌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오늘 주식시장 반등에 대해 스테판 마소카 웹부시 모건 매니징디렉터는 주식시장이 "분명히 버냉키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최근 나흘간 600포인트나 밀렸기 때문에 주식시장이 반등할 상황이었다는 설명이다.

테드 웨이스버그 씨포트 증권 트레이더는 주식시장이 연준의 통화정책기구인 FOMC의 정례회의 결과와 대통령의 연두교서가 예정된 수요일까지는 크게 움직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지난주 은행 섹터 때리기(은행 규제방안)와 버냉키 연임을 둘러싼 정치적 위협 등이 시장에 부정적인 메시지를 줬다"며 "그러나 주말을 거치며 완화된 메시지가 나오자, 투자자들은 펀더멘털 측면에서 변화가 없을 것임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예컨대 투자자들이 오늘 (금리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제회복세가 (부진한 주택지표로 인해) 여전히 느린 반면에 4분기 어닝 시즌은 강하고, 오바마의 은행 규제방안은 의회에서 승인되지 않을 것이란 점을 인식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장 마감후 예정된 애플의 실적발표 기대감도 다소 영향을 미쳤다. 실제 애플의 지난 분기 순이익은 전년비 50%나 급증했고, 매출과 이익 모두 시장의 전망치를 웃돌았다. 애플은 이날 실적 기대감으로 2.6% 상승한데 이어 장외거래에서도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