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해외건설 빛과 그림자

by남창균 기자
2007.09.18 08:42:20

[이데일리 남창균기자] "돈이 되는 개발사업 위주로 해외에 진출할 것이다. 아부다비에서 600억원 규모의 오피스빌딩을 짓고 임대 및 관리까지 할 것이다"(LIG건영 노태욱 사장, 9월 11일)

"중동 예멘, 아프리카 지부티의 신도시 개발설계와 아제르바이잔 7성급 호텔 설계계약을 따냈다. 신도시는 국내 건설업체의 시공참여도 가능할 것이다"(희림 정영균 대표, 9월 13일)

"미국 캐나다 등으로 진출하는 것은 물론이고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으로의 진출도 적극 고려 중이다. 장기적으로 해외사업 비중을 전체의 4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월드건설 조대호 사장, 9월 15일)

"경쟁력을 갖춘 공항 공사에 집중하겠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신공항을 수주한데 이어 아부다비 관제탑 공사 수주도 유력하다"(금호건설 이연구 사장, 9월 17일)

= 국내 건설업체의 해외건설시장 진출이 나날이 확대되고 있다. 수주금액은 물론이고 수주건수 수주대상국 수주업체 모두 확대일로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수익성도 좋아지고 있다는 게 건설업계의 설명이다.

수주금액은 작년 164억 달러에서 올 8월말 210억 달러로, 수주건수는 326건에서 376건으로, 수주대상국은 49개국에서 63개국으로, 수주업체는 178개사에서 213개사로 각각 늘었다. 또 10억 달러 이상 초대형 수주건수도 작년 2건에서 올해 4건으로 증가했다. 엔지니어링 업체의 수주도 활발해 작년 126건에서 올해 175건으로 확대됐다.



하지만 문제점도 적지 않다. 지역편중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점이다. 올 수주액 가운데 중동지역 수주액은 145억달러로 69%(2위 아시아 39억달러 19%)나 된다. 특히 아랍에미리트 1곳에서만 49억5000만불(24%)을 수주했다. 중동 오일달러 강세가 수그러들면 해외건설 수주액도 쪼그라들 수밖에 없는 셈이다.

부가가치가 높은 플랜트 중심(71%)으로 수주영역이 확대되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되지만 이 또한 중동시장의 부침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한계가 있다.

대형업체의 독식도 문제다. 현대중공업(31.5억 달러), 두산중공업(28.4억 달러), GS건설(25.8억 달러), 삼성ENG(19.7억 달러), 삼성물산(15.1억 달러), 대우건설(12.5억 달러), 현대건설(12.1억 달러) 등 상위 7개 업체가 145.1억 달러를 차지했다. 반면 중소업체 전체의 수주액은 26억 달러에 그쳤다. 아직은 수주 저변이 얇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정부는 작년부터 해외건설 수주를 독려하기 위해 수주외교에 나서고 각종 지원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시장의 필요를 채워주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1000명 이상의 해외건설 인력 풀을 확보하고 해외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가동 중이지만 정작 건설사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건설업체 관계자는 "프로젝트마다 필요로 하는 인력이 다르고 계약기간 등 조건이 상이하기 때문에 업체들이 조건에 맞는 인력을 자체 조달하고 있다"며 "인재 풀만 만든다고 해외인력 수급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국내 건설업체의 해외건설시장 진출을 지원하려면 진출국가에 대한 인프라 지원 등 획기적인 지원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며 "투자 없이 과실만 따먹으려 해서는 일회성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