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에 충전기 설치비까지"…전기트럭 파격 행사, 왜?
by이다원 기자
2024.04.05 06:00:00
'전기차 中 최다 판매' 포터, 60.7%↓
기아 봉고 판매량 급감…T4K '85대'
충전 불편한데 주행거리 짧아 수요 뚝
판매사, 할인에 줄어든 보조금 지원까지
[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활황이던 1톤(t) 전기 트럭 판매량이 올해 1분기 크게 쪼그라든 것으로 나타났다. 짧은 주행거리로 인한 잦은 충전이 불편을 야기한 상황에서 전기 상용차 보조금까지 늦게 확정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제조·판매사들이 줄어든 수요를 잡기 위해 가격 할인에 충전 비용까지 지원하는 ‘파격 행사’에 일제히 돌입한 이유다.
4일 현대차·기아에 따르면 각 사의 대표 1t급 전기트럭인 포터 EV와 봉고 EV의 올해 1분기(1~3월) 판매량은 총 4420대다. 지난해 같은 기간(1만4815대) 대비 판매대수가 70.2% 줄었다.
지난해 현대차 전기차 중 가장 많이 팔린 차종인 포터 EV는 60.7% 감소한 3041대가 팔렸다. 기아 봉고 EV는 80.5% 줄어든 1379대 판매됐다. 내연기관차를 포함한 포터·봉고 전체 판매량에서 순수전기 모델이 차지하는 비중도 15.7%, 12.8%로 30% 안팎이던 작년 1분기 대비 크게 줄었다.
GS글로벌이 판매 중인 BYD 1t 전기트럭 T4K 역시 고전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T4K는 85대 판매에 그쳤다.
전기 트럭 인기가 주춤한 반면 LPG(액화석유가스) 트럭 수요는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 1분기 현대차 포터와 기아 봉고 일반 모델은 각각 1만6273대, 9356대 팔렸다. 지난해 말 현대차·기아가 LPG 2.5 터보 엔진을 탑재한 신모델을 출시한 영향이다.
현장에서는 전기 트럭의 주행 거리가 짧은 데다 충전 불편도 커 인기가 떨어졌다는 반응이다. 전기 1t 트럭의 1회 충전 주행 거리는 200㎞ 안팎이다. 길게는 하루에 300㎞까지 달리는 상업용 트럭 특성상 일과 중에 충전해야 하는 일이 빈번하다.
한 전기차 충전소 관계자는 “생계형 차량인 1t 트럭은 일일 주행 거리가 길고 적재 무게도 다양해 배터리가 빨리 닳는다”며 “충전소마다 트럭이 (충전기를) 꽂고 있으니 전기차주들이 ‘공포의 포터 EV’라고 부르는 것”이라고 했다.
전기차 국고 보조금 확정 시기가 전년 대비 늦어져 구매가 미뤄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올해 차종별 보조금 발표가 작년보다 미뤄졌다”며 “2월부터 판매량이 반등해왔지만 올해는 3월에도 크게 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1200만원 수준이던 전년과 비교해 보조금도 줄었다. 올해 포터2 EV와 봉고3 EV는 각각 1050만원의 보조금을 받는다. T4K는 462만원으로 전년(1200만원) 대비 700만원 넘게 줄어들었다.
| GS글로벌이 수입 중인 BYD 1톤 전기트럭 T4K. (사진=GS글로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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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t 전기 트럭 판매사가 일제히 프로모션에 나선 이유다. 기아는 ‘EV페스타’ 행사를 열고 봉고 EV를 구매하는 소상공인에게 충전기 설치 비용 70만원을 지원하고 충전기를 미설치할 경우에는 차량 가격을 30만원 깎아 주기로 했다. 현대차는 최초 등록일 기준 10년 이상 경과한 차를 보유한 고객을 대상으로 포터 EV를 30만원 할인하는 행사를 벌인다.
BYD T4K를 판매 중인 GS글로벌은 아예 전년 대비 국고 보조금 감소분을 지원하고 여기에 100만원 추가 할인·전기차 충전 쿠폰 100만원 등 각종 혜택을 제공키로 했다. 티몬과 협업해 인터넷을 통해 구매하면 더 많은 할인을 받을 수 있는 행사도 연다.
전기 1t 트럭 제조사들은 이를 통해 줄어든 수요를 잡겠다는 구상이다. 한 제조사 관계자는 “각종 할인 혜택을 통해 구매자의 부담을 덜고 친환경 트럭 보급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