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붐 은퇴 대비 고령자 정책 시급…정년 연장 대화로 풀어야”[ESF 2023]
by최정훈 기자
2023.06.23 08:02:55
제14회 이데일리 전략포럼 ‘길 잃은 일자리 문제 인구로 답한다’
日경제학자 “日베이비붐 은퇴 대비해 고령자·여성 고용정책 마련”
전문가들 “정년 연장 필요성 공감”…정년 연장 방식엔 ‘우려’
“정년 연장 대화로 풀어야…청년 세대도 논의 주체에 참여”
[이데일리 최정훈 석지헌 박순엽 기자] 1500만명에 달하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다가오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노동력 부족 문제가 떠오르고 있다. 특히 고령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을 대처하기 위한 제도 개편이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다만 고령자가 계속 일할 수 있는 방식에 대해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 22일 서울 장충동 서울신라호텔에서 ‘제14회 이데일리 전략포럼’이 개최됐다. 이삼식(왼쪽부터) 인구보건복지협회장을 좌장으로 겐조 에이코 아시아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정지원 법무법인 율촌 상임고문,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길 잃은 일자리 문제, 인구로 답하다’를 주제로 의견을 나누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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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노동경제학자인 겐조 에이코 아시아대학교 교수는 22일 서울 중구 장충동 서울신라호텔에서 ‘인구절벽 넘어, 지속 가능한 미래로’를 주제로 열린 ‘제14회 이데일리 전략포럼’에서 “일본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로 인한 노동력 부족 상황을 미리 내다보고 고령자와 여성이 경제활동을 활발히 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제도를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1~2차 베이비붐 세대인 1955년생부터 1970년생은 약 1500만명에 달한다. 내년엔 1963년생이 정년기에 들어가면서 고령자의 대규모 노동시장 이탈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고령화를 먼저 겪은 일본은 베이비붐 세대의 노동시장 이탈에 성공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국가로 꼽힌다. 일본의 베이비붐 세대는 1947년부터 1949년까지 3년간으로 짧다. 제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태어난 이 세대는 ‘단카이 세대’라 불린다.
단카이 세대의 시작인 1947년생이 지난해부터 75세를 맞이하면서 일본 사회에서 초고령자가 대폭 늘어나는 상황이다. 이에 맞물려 1995년부터 2022년까지 생산가능인구는 1248만명이 줄었고, 이는 1995년 취업자 수의 20%에 해당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에이코 교수는 “일본 사회에서 60세 미만 남성 취업자 수는 급격하게 줄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일본 내 전체 취업자가 줄지는 않았는데, 이는 60세 미만의 여성 취업자가 200만명 이상으로 대폭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에이코 교수는 이어 “일본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이후 노동력 부족 현상을 미리 대비하기 위해 일하는 방법의 개혁을 실행했다”며 “여성과 고령자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취지였다”고 전했다.
이어 “고령자 고용 문제의 경우 일본은 이미 1970년대부터 고령화 사회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55세 정년에서 56~59세 정년으로 전환했다”며 “2006년부터는 65세까지의 고용 확보를 의무화했고 2021년부터는 70세 고용 노력의무가 시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여성 고용과 관련된 법률로는 남녀고용균등법 제정 등의 시행이 영향을 미쳤다고 에이코 교수는 전했다. 그는 “법 제정 이후 남녀 모두 자유롭게 육아휴직을 할 수 있게 됐다”며 “여성 활약 추진 정책을 꾸준히 추진해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도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 모인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정년 연장에 대한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방법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한국노총 위원장 출신인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리나라는 내년에 초고령사회로 들어간다”며 “저출생 고령사회, 노인 빈곤, 생산인구감소 등 고려하면, 정년 연장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28년을 고용노동부에서 근무한 노동정책 전문가인 정지원 법무법인 율촌 상임고문도 “저출산으로 유입되는 인력은 줄고, 은퇴하는 인력은 늘어서 노동시장 규모를 키우기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라며 “현재 노동시장에 유입되는 인력은 줄고 은퇴하는 인력은 늘고 있는 만큼 정년 연장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정년 연장 방식에 대해선 우려가 쏟아졌다. 정지원 상임고문은 “일률적인 논의가 이뤄졌을 때는 사각지대가 존재하기 때문에 하나의 솔루션만 갖고 접근하는 건 조심해야 한다”며 “특히 대기업·공공부문 기업의 경우 퇴직할 때 연봉이 가장 높은 상황에서 정년 연장 논의가 덧붙여지면 결국 청년들이 일자리 여력이 줄어든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년 연장을 위해선 노사정의 대화가 가장 중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김주영 의원은 “최근 20~30대 1000명을 조사한 설문조사 결과, 청년들이 생각한 적정 정년은 65.8세로 지금 정년보다 5.8세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청년들을 포함한 정년 연장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겐조 교수 역시 “노사 간 대화가 굉장히 중요한데, 어떤 방향성을 두고 개선할 것인지 같이 이야기하는 게 필요하다”며 “정부도 다양한 정년 연장 방식을 분석하고 노사에 방향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모두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자’는 개념 속에서 논의하면 어려운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