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체포특권 100% 포기"한다던 이재명…과연 내려놓을까[국회기자 24시]

by이상원 기자
2023.02.18 10:40:00

이재명, 국회 체포동의 절차 시작
민주당 총결집·비명계 회동
`부결`에 총력 쏟는 이재명
과거 `불체포특권 제한` 재조명
영장실질심사 참석한 권성동과 대조

[이데일리 이상원 기자] 이번 주 정치권을 가장 뜨겁게 달군 이슈는 단연 검찰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한 구속영장 신청이었습니다. 위례·대장동 개발 비리와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지난 16일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민주당은 격한 반발로 맞섰죠. 구속영장이 청구된 지 하루만에 민주당은 ‘총결집 소집령’을 내렸고 이 대표는 당내 전 의원과 지역위원장에 친전을 보냈습니다. 일각에선 온 당력을 ‘이재명 지키기’에 쏟고 있다며 불만을 표출한 가운데 과거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은 필요없다”고 말한 발언이 재조명되면서 이 대표의 향후 선택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12월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특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지난 17일 늦은 오후,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 대표에 대한 국회 체포동의 절차가 시작됐습니다. 서울중앙지법이 서울중앙지검에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 요구서를 보냈는데요. 요구서는 대검찰청과 법무부를 거쳐 대통령 재가를 받은 뒤 곧 국회에 제출될 예정입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요구서를 받은 후 처음 개의하는 본회의에서 이를 보고해야 합니다.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본회의를 열어 표결에 부쳐야 하는데요. 이에 따라 이미 예정된 24일 본회의를 거쳐 27일 표결할 것으로 보입니다.

자신의 ‘운명의 날’이 다가올수록 이 대표의 행보도 ‘방어 모드’로 전환된 한 주였습니다. 구속영장이 청구된 당일, 이 대표는 예정된 민생 일정을 취소하고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었습니다. 그는 “윤석열 검사독재정권이 검찰권 사유화를 선포한 날”이라며 “사사로운 정적 제거 욕망에 법치주의가 무너져 내린 날”이라고 구속영장 청구에 대한 심경을 밝혔습니다. 이어 “내가 한 일은 성남시장에게 주어진 권한으로 법 절차에 따라 지역을 개발하고 숙원 사업을 해결하고 민간에게 넘어갈 일부를 성남시민에게 되돌려준 것”이라고 무고함을 거듭 주장했죠.

당 지도부도 내주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국회로 넘어올 것을 대비해 대규모 정권 규탄대회 개최를 결정했습니다. 민주당은 전날 ‘윤석열 정권 검사독재 규탄대회’를 열고 강경 투쟁에 돌입했죠. 이 자리에는 전국 17개 시·도당위원장 및 당직자, 보좌진 등을 비롯해 이 대표의 지지자들까지 집결했습니다. 민주당 추산 3000여 명이 규탄대회에 참석하면서 국회는 민주당의 대표 색인 파란색으로 뒤덮였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 국회의원 및 당협위원장, 당원들이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사당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검사독재 규탄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이 대표도 개인 행보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지난 17일 이 대표는 이날 민주당 초선의원 모임인 ‘더민초’의 1박2일 워크숍 만찬에 참석했습니다. 초선의원이기에 이 대표는 더민초 당연직 회원이기도 한데요. 평소 더민초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던 이 대표가 체포동의안 국회 표결을 앞두고 당내 결집에 나서며 결속을 다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전 0.5선이니 (초선) 선배님들을 잘 모시겠다고 말하더라”고 한 참석자는 전했습니다.



이 대표는 자신에게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비명계(非이재명계) 의원들을 1 대 1로 만나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죠.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이 대표는 지난주 기동민·김종민·이원욱·전해철 의원과 개별적으로 회동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자신을 향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설훈·이상민 의원과도 만남을 조율 중이라고 하죠. 이 같은 자리에서 이 대표는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 언급한 바는 없다고 전해지지만 회동 자체에 이 대표의 ‘당내 결속’ 의도가 엿보인다는 분석입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5월 22일 충북 청주에서 지방선거 유세를 펼치고 있다.(사진=KBS 9시뉴스 영상 캡쳐)
이러한 가운데 과거 이 대표가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발언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해 5월 22일 충북 청주에서 실시한 지방선거 유세 중에서 “불체포특권 제한해야 된다. 100% 동의할 뿐만 아니라 제가 주장하던 것”이라며 “이재명 같은 깨끗한 정치인에게는 전혀 필요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이 대표는 지난달 12일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경찰이 적법하게 권한을 행사한다면 당연히 수용하겠지만 경찰복을 입고 강도 행각을 벌이고 있다면 과연 어떻게 판단할지 이런 것은 상황이 다르기에 판단은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다소 엇갈린 주장을 내비쳤는데요. 일각에선 자신을 향한 검찰의 수사가 가시화하면서 불체포특권을 사용할 명분을 만들었다는 평가입니다.

국회의원의 회기 중 불체포특권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는 만큼 이 대표를 향해 불체포특권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이 대표의 ‘방탄’ 이미지가 더욱 부각될수록 앞서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의 사례가 재소환됐는데요. 앞서 권 의원은 지난 2018년 강원랜드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 검찰이 구속 영장을 청구하자 국회 회기를 미뤄달라고 요청하고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 바 있습니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국회의원의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을 폐기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며 “일관성을 유지하려면 직접 나가서 영장심사를 받는 ‘권성동 모델’이 깔끔하기는 하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야당인 정의당도 ‘불체포특권 내려놓기’를 당론으로 체포동의안 가결을 주장하고 있으며 조정훈 시대전환 대표 역시 이에 힘을 싣고 있는 상황입니다.

일각에선 민주당 ‘단일대오’ 요청을 ‘강제적 압박’이라고도 보았습니다. 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체포동의안은 부결될 가능성이 크게 점쳐지기에 이러한 행보가 오히려 여론의 반감만 사게 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이러한 비판에도 민주당은 규탄대회를 시작으로 검찰에 대한 대응 기조를 유지할 방침입니다. 체포동의안이 국회로 넘어올 시, 의원총회를 거쳐 또다시 대국민 장외투쟁도 검토하겠다는 것인데요. 여론전에 기대는 것으로는 국민적 의혹을 해소할 수 없을 것입니다. 검찰의 연이은 수사에 맞서 당당히 맞서 온 이 대표의 견결한 태도를 다시 한 번 기대해봅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국지역위원장·국회의원 긴급 연석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