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넘게 방치된 70대의 죽음…왕래없던 가족·구청은 몰랐다

by이재은 기자
2023.01.14 10:16:32

작년 11월 통장에 母 사망사실 알리고 신고 안 해
구청 “복지 관리대상 아냐, 도움요청 안 하면 몰라”
母, 2011년 기초수급대상자 선정…2년 뒤 제외
딸, 28개월간 모친 연금 1500여만원 부정수급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지난 11일 인천 한 빌라에서 사망신고가 되지 않은 채 2년 넘게 방치되던 70대 백골 시신이 발견됐다. 함께 살던 딸을 제외한 가족과, 구청 등은 그의 죽음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딸은 어머니의 연금 수급을 위해 사망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어머니 시신을 장기간 집에 방치한 혐의를 받는 40대 A씨가 13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4일 인천 남동경찰서, 남동구청 등에 따르면 숨진 A(76)씨와 그의 시신을 방치한 혐의를 받는 셋째 딸 B씨는 2016년 9월 이 빌라로 이사를 왔다. 모녀는 이웃들과 자주 교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주민등록 사실조사 때 동네 통장이 B씨로부터 어머니 사망 소식을 들었지만 구청에 사망신고가 되지 않았다.

남동구 관계자는 “통장이 A씨 집에 아무도 없어 안내문을 부착하고 왔더니 B씨가 전화를 걸어 ‘엄마가 죽었다’는 말을 했다고 들었다”며 “통장은 B씨에게 ‘사망신고를 하라’고 했는데 이후 신고된 줄 알았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초생활수급자 등 복지 관리 대상자가 아니고 스스로 도와달라고 요청하지도 않으면 집집이 사정을 알기는 솔직히 어렵다”고 했다. A씨는 2011년 5월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됐지만 2년 뒤 수급 대상자에서 제외됐다. 이 빌라는 A씨 명의였다.

B씨를 제외한 가족들도 A씨의 죽음을 모르는 상태였다. A씨는 6남매를 뒀으나 연락 등 왕래가 없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6남매의 아버지가 1995년 사망한 뒤 가족을 연결할 구심점이 없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어머니 시신을 장기간 집에 방치한 혐의를 받는 40대 A씨가 13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경찰은 지난 11일 오후 10시 19분께 “엄마와 연락이 닿지 않아 집에 왔는데 함께 사는 언니가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는 A씨 넷째 딸의 신고를 받고 간석동 한 빌라로 출동했다.



당시 현관문은 잠긴 상태였다. 경찰의 협조 요청을 받은 소방대원들이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땐 악취가 진동했다. 이날 현장으로 출동했던 소방대원은 시신이 이불과 잘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붙어 있었다고 설명했다.

안방에는 이불어 덮여 있는 백골 상태의 A씨 시신이 있었다. 집 안에서 발견된 종이 한 장에는 ‘엄마가 숨을 쉬지 않는다. 2020년 8월’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B씨는 A씨 시신을 안방에 방치한 채 작은방에서 지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B씨를 시체유기 혐의로 긴급체포한 뒤 구속했다. B씨는 경찰 조사에서 “어머니 앞으로 나오는 연금이 끊길까 봐 사망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B씨는 직업이 없었으며 A씨에게 나오는 기초연금 30만원과 국민연금 20~30만원으로 생활했다. A씨 사망 추정 시점인 2020년 8월부터 지난달까지 28개월간 B씨가 부정 수급 받은 금액은 1500여만원이다. 또 B씨는 A씨의 휴대전화를 해지하지 않고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경찰에 “어머니가 죽기 전 병을 앓아 아팠다”고 말했다. 다만 정확한 사망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경찰은 B씨에게 연금 부정 수급 관련 혐의를 적용하기 위해 추가로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부검 1차 소견으로는 A씨 시신에서 외상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부검으로도 사망 시점이나 사인을 특정할 수 없어 추후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