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엘, 수십조 꽃길 보장된 키트루다·옵디보 파트너 경쟁 '출사표'

by김지완 기자
2023.01.13 12:20:07

지난달 23일 여의도에서 이도영 비엘 본부장 인터뷰
1분기 국내 복수 병원과 임상 1상 준비 착수

[이데일리 김지완 기자] 비엘(142760)이 수십조원 꽃길이 보장된 키투르다·옵디보 면역항암제의 병용요법 파트너 경쟁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도영 비엘 연구개발본부장(상무, 이학박사)이 지난달 23일 여의도 모처에서 자사 폴리감마글루탐산에 대해 설명 중이다. (사진=김지완 기자)


12일 업계에 따르면, 비엘은 올 1분기 중으로 국내 복수의 병원들과 ‘폴리감마글루탐산’(γ-PGA)과 키트루다·옵디보 등과 병용요법 투여 임상 1상 준비에 들어갈 예정이다. 폴리감마글루탐산은 청국장에 흰색 끈적끈적한 물질에서 발견되는 바실러스 서브틸러스 균주가 생산한 물질이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의 ‘항암 시장 종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글로벌 항암제 매출 1840억달러(229조원) 중 면역관문 억제제(PD-1/PD-L1 억제제)는 350억달러(44조원)를 차지했다. 오는 2026년에는 670억달러(84조원)로 두 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봤다. 국내 면역항암제 시장 규모는 2020년 2525억원을 기록했다.

문제는 PD-1/PD-L1 계열의 면역항암제 반응률이 지나치게 낮다는 데 있다. 지난해 17조원의 매출을 기록한 키트루다의 반응률은 흑생종 38%, 방광암 29%. 비소세포폐암 20%, 간암 17%, 두경부암 16%. 자궁경부암 12%, 소세포암 11%, 삼중음성 유방암 5%, 대장암·췌장암 0% 순이었다.

이 본부장은 “키트루다, 옵디보 등의 면역항암제를 단독투여했을 때 폐암·담도담에서 낮은 반응률을 보인다”면서 “놀라운 건 반응률을 보인 환자들의 5년 생존율은 100%에 육박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여기서 면역항암제 개발사들의 고민이 시작됐다”면서 “반응률을 올리면 폐암·담도암 등 불치병 영역에서 확실한 치료제가 될 수 있겠다는 판단을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국적 제약사들은 반응률을 올리기 위한 방법으로 병용요법을 주시했다. 국내외 바이오텍들은 한번에 수십조원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면역항암제 병용요법 파트너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미국 비영리재단 ‘암연구소’(CRI, The Cancer Research Institute)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승인된 7개 면역항암제 임상 건수는 키트루다 1481건, 옵디보 1228건, 임핀지 538건, 티센트릭 512건, 바벤시오 215건 순이다. 전체 임상의 90%가 병용요법이다.

하지만 이들 병용요법은 심각한 독성 문제를 수반했다. 이 본부장은 “머크, BMS 등 면역항암제 치료제 개발사들이 동시에 200~300개씩 다른 회사 항암제와 병용투여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병용투여를 해보니 치료 반응률을 끌어올리는 등 초기 항암 효과는 좋았다”고 진단했다.

그는“하지만 병용투여에 쓰인 항암제들이 약물의 독성을 그대로 끌고 들어오면서 부작용이 상당했다”면서 “결국 투여기간이 길어질수록 단독투여보다 못하다고 결론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FDA도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이 치료 반응률을 끌어올린다는 점을 인정하고 부작용 문제만 해소되면 승인해 주겠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이 본부장은 “암이 발생할면 면역세포가 종양 안으로 침투한다”면서 “그러면서 인간 면역계가 작동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종양 안으로 침투해 암세포를 파괴하는 T세포를 살펴보면 CD4 T세포와 CD8 T세포 등 독성(cytotoxic) T세포”라고 부연했다. T세포 종류는 면역억제(regulatory) T세포와 독성 T세포 2종류로 구분된다. PD-1 계열의 면역항암제 역시 이러한 CD4와 CD8 T세포 양을 급증시키며 면역을 강화한다.

비엘은 동물실험을 통해 폴리글루감마탐산의 면역활성 정도를 면역항암제와 비교해봤다.

비엘은 악성흑생종을 주입한 마우스(쥐)를 세 그룹으로 나눠 폴리감마글루탐산, PD-1 계열 면역항암제를 각각 투여했다. 나머지 한 그룹엔 아무런 약물을 처리하지 않았다. 그 결과, 무처리 마우스 그룹엔 CD4 및 CD8 T세포 발생이 미미했다. 반면 폴리감마글루탐산과 PD-1 면역항암제를 주입한 마우스에선 CD4 T세포가 5배 이상 발현됐다. 놀라운 건 폴리감마글루탐산의 CD8 T세포 발현률이 PD-1 면역항암제를 2배 이상 웃돌았다. 동물실험에서 병용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이 확인된 것이다.

비엘은 곧장 2차 동물실험을 통해 PD-1 면역항암제와의 병용투여 가능성을 타진했다. 비엘은 악성흑생종 마우스를 무처리, 폴리감마글루탐산, PD-1 면역항암제, 병용투여 등 4그룹을 나눠 약물을 주입하고 32일간 관찰했다.

무처리한 100㎜3(입방 밀리미터)로 시작했던 악성흑생종 암세포 크기는 32일째 3000㎜3로 30배 가까이 커졌다. 같은 기간 폴리감마글루탐산 단독투여군은 500㎜3, PD-1 면역항암제 단독투여군은 400㎜3를 각각 나타냈다. 병용투여군에선 초기 100㎜3보다 더 줄어든 것이 확인됐다. 일부 실험이 아닌 병용투여한 5마리 생쥐 모두 같은 결과가 나왔다. 43일간의 생존율은 무처리 60%, 폴리감마글루탐산 단독투여 80%, PD-1 면역항암제 80%, 병용투여 100% 순으로 나타났다.

비엘은 폴리감마글루탐산이 PD-1 면역항암제의 최적 파트너란 판단 아래 임상을 결정했다. 국내 복수 병원들과 병용요법 임상에 대한 사전조율이 끝난 상태다. 이들 병원은 1년간 추가연구를 통해 내년 임상 1상 IND(임상시험계획) 신청 데이터를 축적할 예정이다.

폴리감마글루탐산은 병용투여에서도 독성이 나타나지 않아 성공을 확신했다.

이 본부장은 “폴리감마글루탐은 결국 청국장에서 뽑아낸 것”이라며 “식용으로 가능한 물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더욱이 폴리감마글루탐산은 몸에 흡수되지 않고 배출된다”면서 “약물 상호작용이 없어 여타 항암제 병용투여에서 나타나는 세포독성 문제가 없었다. 이런 점에 비춰보면 폴리글루감마탐산은 PD-1계열 면역항암제 병용요법 최적 파트너”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