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중심의 산업이란 무엇일까[119]
by류성 기자
2022.02.19 09:50:36
박정수 성균관대 교수의 현미경 ''스마트팩토리''
제조업 부흥의 선봉장,''인공지능 기반 스마트팩토리''
| 박정수 성균관대 스마트팩토리 융합학과 겸임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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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수 성균관대 스마트팩토리 융합학과 겸임교수] 그동안 산업혁명은 제조 산업의 생산성과 효율성 극대화를 목표로 기술 혁신을 이뤄왔다. 최근 4차 산업혁명이 일으키고 있는 숨 가쁜 변화가 산업 전 분야에 걸쳐 고르게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통신 시장을 꼽을 수 있는데, 5G 시스템이 미처 확산되기도 전에 벌써 삼성전자를 비롯한 글로벌 선진업체들은 6G 시스템 개발을 준비하고 있다.
파동 공학(波動工學) 적 관점(觀點, point of view)에서 1차 산업혁명은 물과 증기의 힘을 이용해 생산을 기계화했다. 즉 수력, 직물, 선철에 의한 1차 파동의 결과였다. 2차 산업혁명은 전기의 힘을 이용해 소품종 대량생산의 길을 열었다. 즉 증기, 철도, 강철에 의한 2차 파동의 결과였다. 3차 산업혁명은 인터넷과 정보통신기술을 통해 생산을 자동화했다. 즉 전기, 화학, 가솔린 엔진에 의한 3차 파동의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석유화학, 전자, 항공 산업에 의한 4차 파동이 몰고 온 4차 산업혁명의 시대, 디지털 기술을 토대로 물리적 세계와 가상세계, 기계와 인간 사이에 놓인 경계를 허무는 기술적 융합과 빅데이터 관리에 의한 인공지능(AI)으로 자동화를 극대화하고 있다.
디지털 네트워크, 센서 네트워크, 인공지능과 소프트웨어, 메타버스와 뉴미디어가 몰고 온 제5차 파동은 어떤 5차 산업혁명을 특징짓게 될 것인가? 그리고 새로운 기술은 무엇이 될 것인가? 그러나 5차 산업혁명에 대한 담론은 디지털 대전환과 에너지 대전환에 의해서 4차 산업혁명이 우리 삶의 방식을 변화시키는 것에 반응하는 “뉴노멀(new normal)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5차 산업혁명은 과학과 기술 혁명의 방향성, 포용성과 지속 가능성, 인간성의 회복에 대해 강조되어야 한다.
또한 5차 산업혁명은 새로운 기술이라기보다 인간의 내면(內面)을 보다 풍부하게 하고 공멸의 길로 치닫고 있는 우리 문명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우리 자신으로부터 나오는 무엇이어야 한다. 그래서 이미 맞춤 개인화 수요와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경영 등이 주장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전 글로벌 산업계는 “Industry 4.0”에 대한 개념을 논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이보다 한 단계 더 확장된 개념인 “Industry 5.0”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제5차 산업혁명의 키워드는 사람과 로봇의 공존이다. 인더스트리 5.0 모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인더스트리 4.0 모델의 개념에 대해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난 2011년 하노버 산업박람회에서 독일 정부는 제조업의 디지털화를 위한 새로운 구상을 발표했는데, 이 구상이 바로 인더스트리 4.0이다. 2022년 대선 정국에서 제5차 산업혁명을 독일 정부처럼 미래를 위해 대한민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구상을 희망해 본다. 앞서 언급했듯이 산업혁명의 순서를 살펴보면 증기기관의 발명에 따라 생겨난 1차 산업혁명과 대량생산 및 자동화가 촉발한 2차 산업혁명, 그리고 정보화가 만든 3차 산업혁명에 이어 제조와 IT가 접목된 4차 산업혁명으로 진행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래 그림은 “제5차 산업혁명의 핵심 키워드는 사람과 로봇의 공존이다”를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스마트팩토리 구축을 통해 제조업의 디지털화를 추구하는 것과 제조 현장에 정보통신기술(ICT)이 접목되는 것은 개념설계와PoC(Proof of Concept) 관점에서 일맥상통(一脈相通) 하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생산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방식이 스마트팩토리의 핵심 개념이기 때문이다. 빠른 연산으로 Big Data(정량과 정성 데이터)를 짧은 시간에 분석하여 발견하지 못한 숨어있는 새로운 열쇠를 만들 수 있는 인공지능은 현재까지 풀지 못했던 난제를 척척 해결할 수 있어서 이미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었고, 현재 과학기술 및 산업 분야의 새로운 발전을 유도하는 신(新) 알고리즘으로 무장한 인공지능이 등장하고 있다.
심지어 “과학이나 기술뿐만 아니라 인문, 예술 등 인간 활동의 모든 분야까지도 인간을 압도하여 일자리를 인공지능에게 모두 내어 주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걱정을 하는 처지가 되었다. 또한, 인간 내 또는 인간 간(間)은 물론 무수히 존재하는 생물들 간에 존재하는 무한히 복잡한 연관관계를 해석하여 지금까지 이해할 수 없었던 생명 현상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제5차 산업혁명의 물결은 기존의 바이오 기술(BT)도 생물 개체의 유전체(Genome) 시대에서 어떤 환경에 존재하는 모든 유전체(Microbiome)를 분석하여 조절할 수 있는 시대로 진화하고 있다. 이미, 잘 개발된 사물인터넷(IoT)은 인간 유전체, 단백체, 대사체 및 연관체와도 연결하여 생명현상을 더 깊게 이해하여 새로운 산업기술 시대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더 많은 기술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어야 하고 개체의 연구보다는 초 연결된 시스템적 연구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전제조건을 충족시켜야 할 것이다. 따라서 아직 찾지 못한 정보가 실존하는 현실 공간인 물리적 시스템(Real Physical System) 뿐만 아니라 가상공간에서 일어나는 사이버 시스템(Virtual Cyber System)까지 무한한 연결의 가능성을 가져야 인공지능(AI) 분야도 한 단계 진화하고 발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제5차 산업혁명은 생물학적 기계(Biological machine)의 시대이다. 선진국과 경합하고 있는 5G 기술도 결국은 연결성과 저지성(低遲性)을 획기적으로 개량하여 현재의 LTE(Long Term Evolution)보다는 데이터 처리 속도는 20배 빠르고 처리 용량은 100배로 높아지고, 처리시간은 1/10로 단축되어 저지성과 연결성을 개선한 것이다. 즉 실시간 피드백(real time based feed-back) 기능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술로는 거대한 하드웨어 용량을 효율적으로 축소하고, Big Data들을 다중으로 연결할 때 생기는 속도와 이에 필요한 아주 큰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생물화(生物化)가 가능할 것이다.
그래서 에너지 대전환은 우선적으로 시장에서 요구하는 에너지 수요를 어떻게 충족시킬 것인가와 탄소제로 정책에 의한 RE100(Renewal Energy 100) 이슈를 해결하기 위한 그린 에너지 정책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가 주목받고 있다. 나아가서 확대되는 가상의 세계를 열고 가상 물리 시스템(Cyber-Physic System, CPS)을 연결하기 위해서는 지금 수준으로 생산되는 에너지의 효율성이나 생산성으로는 일부 제한된 활용은 가능할지 모르지만 본격적인 CPS를 구현하기에는 어려움이 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5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사람 중심 사이버 물리 시스템(HCPS, Human Cyber Physical System), 즉 뉴 노멀(new normal)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어야 한다. 더 나아가 인간과 같은 생명체가 사용하는 생체에너지 시스템을 활용하면 동시에 인지하고 다중으로 반응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 생물체가 가진 기능을 실제 산업적 활용기술로는 생체모사(生體模倣, Biomimetics)와 자연모사(Nature-Inspired Technology. NIT) 기술로 이미 많은 산업분야에서 활용하고 있다.
결국 현재의 4차 산업혁명 기술의 한계점을 뛰어넘는 방법은 생체모사를 시작으로 초인지화와 초생명화를 실현하는 생물화 기술이 5차 산업혁명의 주체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제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이 초연결성과 지능화라면 제5차 산업혁명의 근간 기술은 초인지화(Super Cognition)와 초 생명화(Hyper Vivification)능력을 가지는 생물화 기술이 될 것이다. 그리고 5차 산업 혁명은 4차 산업혁명의 기술들이 생물체가 가지는 저공해, 저에너지, 고효율, 초인지성을 장착하고 살아있는 생물처럼 자기 스스로 지각하고 행동하는 생물화로 진화되면서 시작될 것으로 예측된다.
제5차 산업혁명의 새로운 요소는 대략 5가지다. 제조 산업의 효율성 추구라는 개념을 미래로 확장한 핵심요소인 1. 인간 중심(human centric), 2. 지속 가능성(sustainablity), 3. 탄력성(resilient), 4. 에너지 대전환, 5. 생물학적 기계(Biological machine) 등이다. 따라서 제5차 산업혁명은 제조 산업이 날로 복잡해지고 있는 글로벌 경쟁 속에서 미래산업을 대비하고 생산 시스템의 자동화를 구축할 수 있도록, 유연하고 지속가능한 인간 중심의 산업을 이룰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 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제조 현장의 아날로그 기술과 현장 전문가들에게 자동화와 인간 중심의 자율화(自律性, autonomy)에 대해 실현가능성(feasibility)과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유지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렇다면 인간 중심의 산업이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그에 대한 답을 아이러니하게도 로봇과의 협업에서 찾고 있다. 그동안 로봇과 사람의 협업은 어려울 것으로 여겨졌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wp5차 산업혁명 개념이 등장하면서 로봇과 사람의 협업을 가능하게 접점이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처럼 로봇과 사람의 협업을 제5차 산업혁명이 지향하는 목표로 삼는 이유는 제조 과정에서 필요한 사람의 역할을 ‘비용’이 아닌 ‘투자’의 개념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일터”없는 “일자리”는 공염불(空念佛)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기술이 발전할수록 사람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자동화 기술의 발전과 함께 사람들의 일자리가 감소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신기술이 제대로 현장에서 활용된다면 사람의 직업 만족도와 복지를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보다 안전한 제조 현장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제5차 산업혁명이 바라보는 시각이다.
제조 산업의 제5차 산업혁명은 이런 미래의 모습에 대비하기 위한 새로운 작업 모델이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다. 지금까지 전개되고 있는 제4차 산업혁명은 현장에서의 효율을 중요시하므로 모든 제조공정에 로봇을 투입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모델로 발전한다면 가장 중요한 존재인 사람이 빠지게 되는 상황으로 진행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사람으로만 채워진 산업현장은 효율도 떨어질 뿐만 아니라 크고 작은 부상의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 같은 이유로 제5차 산업혁명은 효율을 극대화하면서도 사람을 중시하는 모델인 사람과 로봇의 공존을 추구하는 것이다. 얼핏 생각하면, 사람과 로봇이 하나의 작업 공간에서 가깝게 붙어 일을 한다는 것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실제로 제조 현장에서 많이 사용되는 로봇팔은 안전상의 이유로 사람과 멀리 떨어진 공간에 설치되어 작업하도록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고 사람과 로봇이 공존하는 현장을 조성하기 위해 제5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협력이 가능한 로봇인 코봇(cobot)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코봇은 과거 산업현장에서 사람과 로봇이 공존할 수 없었던 물리적 경계를 없앨 수 있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들 코봇은 과거 제조 현장에 투입되었던 로봇들과는 설계 방식부터 다르다. 프로그래밍도 쉽고, 이동식 플랫폼에 장착할 수도 있어서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제조 가공 분야의 경우 코봇(cobot)을 사용하면 서로 다른 조건, 즉 고른 면과 고르지 않은 면을 모두 일관되게 반복적으로 광택을 낼 수 있다. 또한 정밀도를 요구하는 부품을 가공하다 보면 작업에 투입되는 사람들이 육체적으로 고되거나 때로는 위험한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코봇은 이런 수고와 위험을 줄여준다. 이뿐만이 아니다. 창의력을 요구하는 보석 세공 분야에서도 관련 전문가들은 보석 원석을 고르게 깎으며 다듬는 제반 과정에 코봇을 사용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사람의 아날로그 기술과 코봇(cobot)의 디지털 기술의 융합 과정이 공존(共存) 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산업혁명은 늘 극복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혁명”이란 단어와 방법론의 “문법”을 제시하여 실행력으로 후진국과 선진국으로 갈리는 전환적인 시기가 전개되는 것이다. 특히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강조하기 위해 “대전환”이란 용어를 도처에서 사용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모든 기업의 출발점은 고객 가치 제공이 시작점이다. 구체적으로 고객 가치를 창출(value creation) 하여, 고객 가치를 전달(value delivery) 하고, 고객 가치 교환(value exchange)을 맞춤 개인화 시장의 요구에 제대로 대응해야 기업은 그 존재 의미를 고객으로부터 인정받게 되는 것이 기업의 근본적인 속성이며 추구하는 가치이다. 아인슈타인이 “어리석은 사람은 똑같은 과정을 반복하면서 결과가 다르게 나오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듯이 4차 산업혁명과 5차 산업혁명은 과거와 다르게 관점 전환(觀點轉換)이 결과를 도출하는 가늠자가 될 것이다.
물론 산업혁명을 구분 짓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지만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써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제5차 산업혁명의 발원지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대한민국의 미래이자 그 핵심에 자율 주행(이동) 더 나아가 인공지능 기술 기반 “자율 마스(AMaaS: Autonomous Mobility as a Service)” 분야의 선도 국가를 만들어야 할 당위성이 분명해지고 있다. 큰 틀의 변화 없이 생산성만 가지고 선진국이 될 수 없듯이 이제 글로벌 시장의 변화를 선도하고 주도하는 제조 선진국 준비를 해야 할 때다. 언제까지 독일, 미국 등 다른 나라를 따라만 갈 것인가? 이제 우리가 선도(先導) 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