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규제역풍] [단독]12·16대책 후 ‘갭투자’ 늘었다
by황현규 기자
2020.06.03 05:40:00
국토부, 2020년 입주계획서 입수
대출 규제로 현금 조달 차단하니
갭투자 올해 2.1만명..전년比 두배↑
[이데일리 황현규 기자] 주택 투기를 차단하겠다며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고강도 부동산대책인 ‘12·16 대책’ 이후 갭투자자는 더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대출 규제로 현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수요자가 오히려 증가한 셈이다. 12·16 대책에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2일 이데일리가 국회를 통해 입수한 국토교통부의 ‘아파트 입주계획서’에 따르면 올해 1~4월 투기과열지구 내 주택 매수자 중 갭투자자는 2만 1096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 9386명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젊은 세대의 갭투자가 크게 늘었다. 20대의 경우 전년도 416명에서 올해 초 1199명으로 2.8배 갭투자자가 늘었다. 3040대 사정도 비슷하다. 2327명이었던 30대 갭투자자는 올해 6297명으로 2.7배 증가했고, 40대도 2794명에서 5931명으로 늘었다.
비율로 봐도 마찬가지다. 올 1~4월 주택 구매자 중 갭투자자 비율은 27%에서 39%로 증가했다. 세대별로는 △20대 48%→54% △30대 26%→37% △40대 27%→40% △50대 27%→41% △60대 24%→36%로 나타났다.
입주계획서는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 내 아파트 구매자가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하는 서류다. △본인 입주 △가족입주 △임대 계획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임대 목적으로 아파트를 매입한다면 사실상 갭투자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대출을 제한한 12·16 대책의 부작용이라고 지적한다. 고가 아파트에 대한 대출이 막히면서 현금 조달이 어려워진 매수자들이 전세를 끼고 매매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 특히 소득도 적은 젊은층은 갭투자나 증여가 아니고선 고가의 서울 주택을 사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전셋값 상승으로 매매가와 전세 보증금 갭차이가 줄어든 것도 한 몫 했다는 분석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중위값은 올해 1월 4억 2900만원을 기록한 뒤 연이어 상승, 4월 4억 3000만원을 기록했다. 반면 아파트 매매가 중위값은 같은 기간 8억3900만원에서 8억3600만원으로 줄었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경기 침체로 서울 등 주요지역 아파트 값은 하락하는 반면 전세 눌러앉기 수요증가로 전셋값은 오르면서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높아져 사실상 갭투자자에겐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