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기업 밀어주기식 산업정책 그만하자"

by김정남 기자
2020.03.03 06:00:00

[이데일리가 만났습니다③]
윤희숙 교수가 본 韓 산업정책 방향
"韓 국가 주도 산업, 수직적 정책 과해"
"창업 지원 늘어도 성장 기업 안 보여"

윤희숙(50)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연구원 교수는 “신산업의 싹을 자른 택시산업 개편 결정과 스마트톨링 축소는 큰 아쉬움을 남긴 사례”라고 했다. (사진=이영훈 기자)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다시 말해 경제 규모는 20조5802억달러(2경4912조·2018년 기준)에 달한다. 중국을 두 배 가까이 앞선 압도적 1위다.

이런 어마어마한 덩치의 미국 경제는 2018년 2.9% 성장했다. 지난해 성장률은 2.3%였다. 경제 규모가 한국보다 12배가량 더 큰 항공모함급 나라가 더 큰 폭으로 성장한 것이다. 한국 뿐 아니라 일본, 독일, 영국 등 다른 주요 선진국들도 모두 미국의 성장률을 한참 밑돌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그 해답은 ‘FAANG(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이 보여준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젊은 기술회사들이 화수분처럼 쏟아져 미국 경제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삼성, 현대차, SK 의존도가 여전한 한국과 다른 기류다.

윤희숙(50)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이를 영국 경제학자 마리아나 마추카토가 지은 ‘기업가형 국가(The Entrepreneurial State)’를 통해 설명했다.

“이 책은 국가가 산업 발전에서 뒷짐 지고 있으면 안 된다는 걸 보여줍니다. 좋은 재능들이 만나서 혁신을 끌어내고, 그 혁신이 꽃피울 수 있도록 규제를 개혁하는 건 상당 부분 정부 책임입니다. 미국이 대표적이지요.”



윤 교수는 산업정책을 크게 수직적 정책과 수평적 정책으로 나눠 설명했다. 수직적 정책은 특정 산업 혹은 기업을 겨냥하는 것이다. 수평적 정책은 산업 인프라는 구축하는데 딱히 누가 수혜를 입을 지는 특정하지 않는 방식이다.

그는 “한국은 국가 주도 산업화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수직적 정책이 과했다”며 “지금도 정부 문서에 ‘육성과 지원’이라는 용어가 심심찮게 보인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그러면서 “그간 창업이 대폭 늘었는데도 창업 이후 단계로 발전하는 기업 비율이 낮은 것은 기업 생태계의 취약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혁신적 시도에 대한 사회적·제도적 수용성”이라며 “문제가 나타났을 때 정부가 국민 전체의 편익을 대변하는 입장에 서서 당사자간 소통을 도와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신산업의 싹을 자른 택시산업 개편 결정과 스마트톨링(고속도로 무정차 요금징수 시스템) 축소는 큰 아쉬움을 남긴 사례”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