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한일전쟁]청소년들 “국산 제품 쓰자”…10대도 日불매운동
by이윤화 기자
2019.08.19 07:30:00
초·중·고등학교 청소년 10명 중 8명 이상 일본 불매운동 참여
모나미 온라인 매출만 4배 이상 늘어, 먹거리·입을거리 등 확산
‘일본의 규제가 경제보복이라서’, ‘과거사 문제’ 등 이유도 명확
日만화 보지 않거나 일본 브랜드 대체 목록 SNS로 공유하기도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10명 중 7~8명은 일본 브랜드의 볼펜, 샤프 등을 썼는데 이제 친구들 사이에서 일본 제품을 쓰면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이야기를 들어요.”(경기도 화성시 거주, 고등학교 1학년 송모 양)
한·일 경제전쟁으로 촉발된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10대 청소년들 사이에도 퍼지고 있다. 단순히 뉴스에서 일본 불매운동을 많이 접했다거나 주변의 권유가 아니라 ‘과거사 문제’ 등 청소년들 스스로가 불매운동에 동참하는 명확한 이유도 제시한다.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초·중·고등학생을 포함한 청소년들이 많이 사용하는 문구류부터 만화 및 게임 등 콘텐츠, 의류와 식품 영역에 이르기까지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일본 불매 운동 포스터.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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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의 불매운동 참여 증가는 여러 설문조사 결과로 증명된다. 지난 14일 교복업체 스마트학생복이 ‘청소년 역사 인식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약 94%가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동참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 1일부터 9일간 진행돼 초등학생 28명, 중학생 498명, 고등학생 578명 등 청소년 1104명이 참여했다. 현재 불매운동에 동참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44.2%는 ‘매우 동참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가급적 동참하고자 한다(37.3%)’, ‘어느 정도 동참하고 있다(12.3%)’ 순으로 답변이 많아 응답자의 대부분이 불매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불매운동에 참여하는 이유도 명확했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참여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과거사에 대한 반성이 없기 때문(63.1%)’이 가장 많은 답변을 차지했다. 다음으로는 ‘최근 정치적 이슈(무역보복)로 동참하게 됐다(22.6%)’, ‘시국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동참하게 됐다(6.5%)’ 순으로 나타났다.
입시전문 교육기업 진학사가 지난 2일부터 6일까지 진학닷컴 고등학생 회원(고1~3) 37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일본제품 불매 이슈 관련 설문조사 결과도 비슷했다, 일본 제품 불매 이슈에 대해 들어본 적 있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 372명 모두가 ‘있다’고 답했고, 일본 제품 불매에 참여하고 있냐는 질문에는 전체 응답자 중 78.2%(291명)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 트위터에 일본 문구류 대신 국내 브랜드를 사용하자는 게시글이 올라와 있다. (사진=트위터 화면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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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의 일본제품 불매운동 동참에 국내 브랜드는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특히 국산 볼펜 및 문규류 대표 브랜드인 ‘모나미’와 ‘모닝글로리’는 일본의 제트스트림과 하이테크, 시그노, 사라사 등을 대신하며 최근 청소년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일본 문구류가 국내 시장 70% 이상을 선점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경쟁관계에 있는 모나미 제품을 애용하자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모나미 매출과 주가가 급등했다. 모나미 관계자는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본격화한 7월 한 달 간 모나미 온라인 전용몰 매출은 지난 6월과 비교해 4배 이상 늘었다”면서 “오프라인 도매상을 통해 판매되는 매출액은 일일이 집계할 수 없어 제외했는데도 매출과 주가 상승이 빠른 시일 내에 큰 폭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의류와 식품 및 먹거리, 게임기도 일본제품을 구매하지 않고 일본 만화를 시청하지 않거나 대체 품목과 브랜드 목록을 만들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하기도 한다. 11번가에서는 7월 7일∼8월 6일 닌텐도 게임기 거래액이 전월 대비 30%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올리브영에서도 8월 1∼5일 키스미, 하라다보 같은 화장품 브랜드와 발바닥 패치 휴족시간 등 일본 브랜드 제품 매출이 전월 동기 대비 두 자릿수 이상 감소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일부 청소년들은 수요집회에 참여하는 등 일본 정부를 규탄하는 적극 행동까지 이어가고 있을 만큼 적극적인 의사표현을 하고 있다”면서 “밀레니얼 세대들이 잠재적 고객인 동시에 부모의 소비 지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직접적인 경제 주체가 아님에도 유통업체들이 마케팅에 신경을 쓰는 이유”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