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에 노회찬 빠져라” 한국당의 생고집

by김미영 기자
2018.02.01 06:00:00

여야, 사개특위 검찰소위에 노회찬 참여 두고 ‘기싸움’ 지속
한국당, 노회찬 ‘입’ 부담… 수적 열세도 우려

노회찬 정의당 의원(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국회 사법개혁특위원회가 소위 구성을 둘러싼 진통에 첫 발을 내딛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문무일 검찰총장의 기관보고 출석까지 합의를 이루고서도 여전히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건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검찰개혁소위 합류 여부때문이다.

한국당은 비교섭단체인 정의당을 제외하고 민주당 3명, 한국당 4명, 국민의당 1명 등 8명으로 구성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민주당은 여기에 정의당을 포함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박범계 민주당,장제원 한국당, 송기석 국민의당 의원 등 사개특위 여야 교섭단체 3당 간사들은 지난달 24일, 30일 두 차례 회동을 갖고 이 문제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들은 빠르면 1일 다시 만나 검찰소위와 법원·법조·경찰·개혁소위 구성을 마무리 지을 방침이지만, 노 의원의 검찰소위 참여 문제를 결론낼 수 있을진 미지수다.

한국당이 노 의원의 검찰소위 참여에 반대하면서 내세운 표면적 이유는 “소위에 참여하고자 하는 의원이 많다”는 것이다. 그러니 교섭단체 의원들로 채우고, 비교섭단체 의원은 빼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속내는 조금 다르다. 먼저는 노회찬 의원 자체에 대한 한국당의 껄끄러움이 깔려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그간 노 의원이 특유의 촌철살인으로 한국당을 신랄하게 비판해온 점이 비토론의 한 이유라는 추측이다. 노 의원 측도 “한국당 잘못을 꼬집었던 의원의 발언이 언론을 많이 탔다”며 “첨예하게 다툴 소위에서 한국당이 노 의원과 부딪히는 건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등 민감한 이슈를 다룰 소위에서 수적으로 밀리지 않기 위한 한국당의 전략이란 분석도 나온다. 특히 공수처 설치를 두고 민주당과 한국당이 찬반으로 갈린 상황에서 민주당과 뜻을 같이 하는 국민의당에 정의당까지 합세하면 과반이 되어버린다. 이 때문에 한국당이 수적 열세를 차단하겠다는 의도란 해석이다.

정의당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추혜선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31일 브리핑을 통해 “한국당이 노회찬 원내대표를 배제하겠다는 건 검찰개혁을 반대한다는 것”이라며 “검찰개혁에 누구보다 앞장서온 노 원내대표가 한국당의 막무가내 행태를 이유로 검찰개혁 소위에서 물러날 이유는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추 수석대변인은 강원랜드(035250) 채용비리 연루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염동열 한국당 의원이 사개특위에 포함된 점도 언급, “범죄 피의자가 사개특위에 들어와서 검찰과 법원을 압박하겠다는 것인데, 이런 파렴치한 행위가 어디 있나. 그러면서도 사법개혁을 입에 담는 한국당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한국당은 강경 일변도다. 장제원 간사는 같은 날 기자들과 만나 “정의당은 (노 의원 배제 요구가) 말인지 막걸린지 모르겠다고 하는데, 말 같은 말을 해야 합의를 해주지 않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아버지 정당’ 가서 이야기를 하면 되지, 왜 한국당에 공세를 하나”라고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딸인 다혜씨가 정의당원임을 비꼰 것이다.

한편 노 의원은 ‘부패검찰’을 저격했다가 고초를 당하기도 했던 정치인이다. 2005년 ‘삼성X파일’ 사건 관련해 삼성과 검찰의 유착관계를 폭로하며 이른바 ‘떡값검사’ 명단을 공개해서 19대 의원직을 잃었다. 그는 20대 국회에 돌아온 직후인 2016년 7월 공수처 설치법안을 대표발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