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박종오 기자
2018.01.28 10:00:00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이달 말 공공기관 신규 지정을 앞두고 결정 권한을 쥔 기획재정부와 지정 도마 위에 오른 기관 사이 긴장감이 팽배하다. 기재부가 금융감독원, 국책 금융기관 등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겠다는 의지를 보이자 해당 기관이 “운영 자율성과 독립성을 해친다”며 반대 논리를 펴고 있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오는 31일(잠정)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고 공공기관 신규 지정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최대 관심사는 금감원이다. 기재부는 금감원이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 지정 요건을 충족한다고 본다. 정부가 위탁한 금융 감독 업무를 하며 금융기관에서 걷은 감독 분담금이 기관 전체 수입의 절반을 넘는다는 근거에서다.
준정부기관은 공공기관 운영법이 규정한 공기업, 준정부기관, 기타 공공기관 등 3개 공공기관 유형 중 둘째로 높은 수준의 정부 통제를 받는다. 금감원은 앞서 지난 2009년 기타 공공기관에서 해제돼 현재는 공공기관이 아닌 금융위원회 설치법에 따른 무자본 특수법인으로 규정돼 있다. 하지만 준정부기관으로 지정될 경우 이사회·임원 임명 등 지배 구조상 견제 시스템이 깐깐해지는 것은 물론 직원 성과급과 기관장 인사 조처를 좌우하는 기재부의 경영 실적 평가를 받아야 한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금감원은 지난해 감사원으로부터 방만 경영 지적을 받았고, 채용 비리 혐의로 조사 대상 기관 중 이례적으로 국장급 이상 고위직이 2명이나 구속됐다”며 “그런데도 사외 이사조차 없는 허술한 견제 시스템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불거진 금감원 직원의 가상 화폐(암호 화폐) 부당 거래 의혹으로 금감원을 바라보는 국민 시선도 싸늘할 대로 싸늘해진 상태다. 작년 말에도 직원 7명이 불법 주식 거래를 한 혐의로 기소됐던 만큼 ‘기강 해이’ 문제를 더는 방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금감원은 반발하고 있다. 채용 비리나 직원의 가상 화폐·주식 부당 거래 의혹 등은 공공기관 지정 필요성과는 다른 문제이며, 공공기관 지정 시 금융 감독 기구의 ‘독립성’을 해칠 수 있다는 주장이다. 1997년 외환 위기 직후 금융회사 감독 업무에 정부 간섭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이유에서 금감원을 정부 조직이 아닌 독립된 공법인으로 뒀던 설립 취지를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우는 것이다.
정치권도 금감원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 18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금감원이 정부(금융위원회)와 국회(정무위원회)의 통제를 받는 점을 고려할 때 공공기관 지정은 실익을 찾기 어려운 중복 규제”라고 지적했다. 정무위도 이런 내용을 반영한 의견서를 기재부 등에 전달하기로 했다.
정무위 소속 박선숙 국민의당 의원은 지난 25일 금감원을 한국은행과 함께 공공기관 지정 대상에서 아예 제외하는 내용의 공공기관 운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박 의원은 법안 제안 이유를 “현행법은 한은과 금감원 등 기관 독립성과 중립성 보장이 핵심적인 기관을 공공기관 지정에서 제외하는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어 해당 논쟁이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상황”이라며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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