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첫 '100% 비대면 주담대'…추가 자본확충은 과제

by권소현 기자
2017.09.28 06:00:00

케이뱅크 2.0 시대 선언
복잡한 서류·우대조건 없애고
주말에도 주담대 서비스 가능
한화생명과 손잡은 방카슈랑스
하반기 1500억 추가 증자 필수



[이데일리 권소현 전상희 기자] 케이뱅크가 주택담보대출, 방카슈랑스 진출 등을 선언하며 인터넷뱅크 시대 제 2막을 예고했다. 대출이 몰려도 자본여력 때문에 신용대출 판매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고 2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가 돌풍을 일으키면서 위기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유상증자 고비를 넘기면서 확충한 자본금을 바탕으로 한 단계 도약하겠다는 얘기다.

다만 이번에는 우여곡절 끝에 신규 주주 영입 등을 통해 유상증자를 무리없이 진행할 수 있었지만, 은산분리(은행과 산업자본 분리)가 완화되지 않으면 추가 증자가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라인업 확대…케이뱅크 2.0 열겠다 선언

케이뱅크는 27일 서울 종로구 케이뱅크 광화문 사옥 강당에서 설명회를 열고 중장기 경영전략과 하반기 사업계획을 밝혔다. 아파트담보대출, 방카슈랑스 출시, 마이너스 대출 판매 재개, 주거래우대 정기예금 출시 등의 계획을 제시했다. 상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시중은행 못지 않은 경쟁력을 갖추고, 고객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케이뱅크의 아파트담보대출은 100% 비대면으로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한편 복잡한 금리우대 조건을 없애고 주말실행도 가능케 할 방침이다. 안효조 사업총괄본부장은 “100% 비대면 아파트담보대출은 아직 은행권에서 완전한 구현은 어려운 상태로 케이뱅크가 업계 최초로 시도한다”고 설명했다.

주주사인 한화생명 등과 함께 준비 중인 모바일 방카슈랑스는 저가형 보장성 상품, 환급률이 높은 저축보험 상품군으로 구성해 연내 출시한다. 지난 7월 이후 판매가 중단된 ‘직장인K 신용대출’도 내달 추석연휴 이후로 판매를 재개한다. ‘직장인K 신용대출’의 최저금리 수준은 유지하며 한도는 높인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건전성 확보를 위해 여신 상품에 대출 규모 쿼터제를 실시할 예정이다. 안 본부장은 “일정 수준으로 과하게 대출이 나가는 상품에 대해서는 사전에 고객들에게 공지한 후 대출을 중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 기준이나 방법은 아직 논의 중인 상태다.

이날 심성훈 케이뱅크 은행장은 “케이뱅크가 4월 출범한 이후 비교적 시장에 연착륙을 했으나 이제는 ‘케이뱅크 2.0’이라는 도약을 해야 할 시점”이라며 “2020년에는 흑자 전환에 성공하고 2022년에는 누적 손익분기점(BEP)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자본확충 장기 과제

케이뱅크는 지난 4월 출범 후 비대면 금융거래, 24시간 고객센터 등 편의성과 금리경쟁력을 앞세워 출범 당시 내세운 연간 여·수신 목표액을 모두 초과달성했다. 이달 기준 수신금액은 8400억원, 여신금액은 6600억원으로 연간 목표 대비 각각 190%, 153% 초과달성한 수치다. 하지만 이같은 성과를 마냥 즐길 수만은 없는 상황이었다. 2500억원 규모의 자본금으로는 몰리는 대출을 감당하기 역부족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직장인K 신용대출을 중단한 이유다.

케이뱅크가 하반기 여신 포트폴리오 확대에 속도를 낼 수 있는 것은 최근 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가 뒷받침됐다. 지난달 자본금 확충 계획을 밝혔던 케이뱅크는 유상증자 청약에 일부 주주가 불참하며 난항을 겪었으나 설득 끝에 주요 주주가 참여를 결정하고 부동산개발사 MDM이 신규 주주로 등장하며 고비를 넘겼다. 이날 유상증자 주금납입이 마무리되면 기존 2500억원의 자본금은 3500억원으로 확대된다. 이같은 자본확충으로 대출여력이 늘었다.

케이뱅크는 ‘케이뱅크 2.0’의 도약을 위해선 하반기 1500억원의 추가 증자도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출범 한달 만에 9개 주주사를 대상으로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순탄히 마무리한 카카오뱅크와 달리 19개 주주사 중 일부가 불참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은 케이뱅크에 연내 추가 증자가 녹록지는 않으리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신규 주주의 참여로 주주사는 총 20곳으로 늘어 주주간 의견조율에 더 공을 들여야 한다.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법안도 국회에 계류 중인 상태다.

구태언 테크앤로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우리나라 은산분리법은 어느 나라보다도 강화돼 있다”며 “신뢰의 문제인데 시민사회와 여론, 금융감독, 기업의 자율 규제 등으로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사회적 신뢰를 쌓아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