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유유자적 옛 선비처럼 울산에 살고파라

by강경록 기자
2017.06.09 06:00:11

울산의 대표 힐링로드 ''십리대숲''
SK가 10년 가꾼 ''울산대공원''
피톤치드 가득한 ''대왕암공원''

울산 태화강 십리대숲
울산 대왕암공원의 송림
울산 태화강대공원에 활짝핀 수천만 송이의 봄꽃이 관광객을 유혹하고 있다.
[울산=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공단도시’, ‘산업도시’, ‘노동자들의 도시’. 울산을 떠올릴 때면 매캐한 굴뚝 연기가 겹쳐 연상되는 것은 산업도시로서의 이미지 때문이다. 그랬던 울산이 최근 국내 최대 청정지역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악취가 코를 찔러 접근조차 힘들었던 태화강은 해마다 전국에서 수영 동호인들이 모여 대회를 열만큼 생태하천으로 변했다. 여기에 환경오염의 주범이던 기업들도 건강한 울산 만들기에 동참하며 친기업 정서로 되돌렸다. 몇 년간의 피나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오랜 기간 산업도시라는 이미지에 굳게 갇혀 있던 울산의 자연이 드디어 만개했다.

울산 태화강대공원에 활짝핀 수천만 송이의 봄꽃이 관광객을 유혹하고 있다.
◇울산의 대표적인 힐링로드 ‘십리대숲’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울산의 매력을 엿볼 수 있는 첫 번째 공간은 바로 십리대숲이다. 울산의 대표적인 우범지역이었던 십리대숲이 이제는 울산의 대표적인 나들이 장소로 변신했다.

십리대숲은 태화강변을 따라 들어선 대나무 숲이다. 울산의 대표적인 ‘힐링로드’이자 전국 12대 생태관광지역 중 하나다. 폭 20~30m 규모의 대나무 숲이 약 10리(4km)에 걸쳐 자리하고 있
울산 태화강대공원의 십리대숲
다고 해서 ‘십리대숲’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십리대숲을 떠안고 있는 것은 태화강이다. 태화강은 울산의 중심을 가르는 강. 중간쯤에 태화교와 삼호교가 있다. 그 사이 태화강변에 4.3km, 폭 20~30m의 대숲이 있다. 여기에 대숲이 들어선 이유로 크게 두 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 홍수 방지용으로 대나무를 심었다는 설이다. 일제강점기에 태화강 일대는 홍수가 잦았다고 한다. 당시 농경지 피해가 많아 주민이 홍수 방지용으로 대나무를 심었다는 것이다. 그게 오늘날 10리에 이르는 대밭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오래전부터 이 일대에 대숲이 있었다는

것이다. 1749년 울산읍지인 학성지에 ‘오산 만회정 주위에 큰 대밭이 있었다’는 기록이 그 증거다. 오산 만회정은 현재 태화강대공원 내 자리하고 있다. 꽤 오래전부터 태화강 일대에 대숲이 있었을 것이라고 보는 이유다.

그 이유야 어떻든 지금은 울산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큰 선물임에 틀림없다. 초여름 기세가 등등한데도 대숲 안으로 들어서면 서늘한 기운을 느낀다. 워낙에 대나무가 빽빽이 자라 햇볕이 잘 스며들기도 어렵기도 하거니와, 대나무들이 음이온을 풍부하게 배출해 머리를 맑게 하고 심신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도 또 한 이유다. 옛 선비들이 죽림에 묻혀 세월을 조롱했다는 것이 전혀 황당한 이야기만은 아닌 셈이다.

빽빽한 대숲 속에 사잇길을 고불고불 정감 있게 만들어 놓았다. 그 때문에 10m 앞도 대나무로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 하늘 쪽으로는 댓잎들로 대부분 가려져 꼭 필요한 만큼만 햇빛을 받아들인다. 대숲을 거닐다 위를 쳐다보면 바람에 댓잎이 흔들리는지 하늘이 흔들리는지 헛갈리게 된다. 곳곳에 벤치를 놓아 가는 걸음 지친다 싶으면 언제든 쉴 수 있도록 해 놓았다. 또 대숲 중간 중간에 죽림욕장을 마련, 평상을 놓아 뒀다. 혼자 사색하며 걸어도 좋고, 친구나 연인과 속삭이며 걸어도 좋다.

장미꽃이 활짝핀 울산대공원 장미원을 즐기고 있는 울산시민들
◇센트럴파크보다 넓은 ‘울산대공원’

울산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울산대공원이다. 울산대공원은 이름 그대로 큰 공원이다. 자그마치 넓이가 330만㎡(110만 평)다. 미국 맨해튼의 센트럴파크(103만평)보다 더 넓다. 한해 120
장미꽃이 활짝핀 울산대공원 장미원을 즐기고 있는 울산시민들
만명 이상이 찾는 울신 시민의 대표적인 휴식처다.

공원에는 말 그대로 없는 것이 없다. 자연학습지구, 환경테마놀이기구, 가족피크닉지구, 청소년시설지구, 기타지구 등 5개 지구에 장미계곡, 이벤트광장, 식물원, 파크골프장, 사계절 썰매장, 교통공원, 환경관·에너지관 등 모두 26개 시설이 있다.

울산대공원이 시민들의 휴식처로 자리매김한 데는 SK가 있어서다. SK는 1995년 매년 100억원을 투자, 공원을 만들기로 울산시와 약속했다. 그로부터 11년 후인 2006년 4월까지 1020억원을 투자해서 울산대공원을 완공, 울산시에 기증했다. 숲이 우거진 울산대공원 안에는 수영장·운동장·골프장·길거리 농구장·풋살 경기장 등 운동 시설도 있지만 시민들이 놀 수 있는 공간들이 더 많다. 물론 이런 시설들을 서로 이어 주는 실핏줄 같은 오솔길이나 산책로도 많아 낮밤 가리지 않고 남녀노소·가족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늦봄에 가장 인기가 많은 곳은 장미원이다. 남문 옆 장미계곡 주변 축구장 8개 크기 면적에 263종 5만 5000본의 장미가 심어져 있다. 노란색 골드바니, 핑크빛의 자르딘 드 프랑스, 주황색의 오렌지 메이 안다나, 크림색의 필립스 키프츠게이트 등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장미들이 만발해 있다. 특히 세계장미협회(WFRS)가 선정한 세계 명예 장미 11종이 있다. 잉그리드 버그만, 파파 메이앙, 퀸 엘리자베스, 더블 딜라이트 등이 그것이다.

울산 대왕암공원의 대왕암
◇ 왕 따라 왕비도 용이 되었다는 ‘대왕암공원’

동쪽에는 해양공원인 대왕암공원이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대왕암은 경주에 있지만 울산에도 같은 이
울산 대왕왐공원의 송림 사이를 산책하고 있는 울산시민
름의 대왕암이 있다. 여기는 나라를 지키는 용이 된 신라 문무왕을 따라 왕비도 이곳 대왕암 아래에서 호국룡이 되었다는 설화가 전해지는 곳이다. 진위야 어떻든 그렇게 전해져 오고 있다.

대왕암공원의 원래 이름은 울기등대공원이었다. 대왕암 가까이 자리한 울기등대의 이름에서 따왔다. 하지만 1984년 ‘일본의 잔재’라는 이유로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일본의 잔재는 또 있다. 바로 송림(松林)이다. 당시 일본은 등대 주변 군사기지를 외부에 드러내지 않기 위해 소나무를 함께 심었다고 한다. 100년 이라는 시간이 지나는 동안 소나무는 거대한 숲이 됐다. 짧은 시간은 아니지만 길지 않은 세월 소나무가 숲을 이루게 된 이유는 말똥 덕분이라고 한다. 조선시대부터 이곳에 왕실에 상납하던 말 목장이 있었다는 것이다. 덕분에 후손들은 최고의 송림에서 피톤치드를 마시며 몸과 마음을 살찌우고 있으니 감사할 따름이다. 송림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걸으면 더위는 싹 물러가고 가끔 몸에 닭살이 돋을 만큼 시원하다.

여기서 10분 가까이 걸어서 송림 안으로 들어가면 하얀 탑이 나온다. 바로 일제가 세운 울기등대이다. 과거 배들의 길잡이 노릇을 하던 등대는 이제 제 역할을 다하고 은퇴해 등대와 바다를 소재로 글을 쓰는 장소로 제2의 삶을 살고 있다.

등대를 지나 계단을 내려가면 동해의 거친 파도를 온몸으로 맞고 있는 기암괴석이 눈길을 끈다. 대왕암이다. 대왕암 하면 경북 경주 감포 앞바다의 문무대왕릉인 대왕암이 먼저 떠오르지만 울산에도 대왕암이 있다. 대왕암은 ‘용추암’ 또는 ‘댕바위’라고도 불리며 육지에 있는 바위와 철교로 연결된다. 절벽마다 갯바위 낚시를 즐기는 낚시꾼들과 함께 금방 따온 싱싱한 전복, 성게 등의 해산물을 파는 해녀들도 만날 수 있다. 바닷가에는 대왕암 외에도 남근바위·탕건바위·자살바위·처녀봉·용굴 등 기암들이 있고, 인근에는 깨끗한 백사장과 신라의 왕들이 즐겨 찾았다는 반달모양의 일산 해수욕장이 있다.

장생포 고래문화 특구에는 고래박물관·고래생태체험관·고래문화마을 등이 있다. 이중 고래문화마을은 1970년대까지 서태평양 포경업 전진기지였던 장생포 마을의 옛 모습을 재현해놓았다.


◇여행메모

△주변볼거리=울산은 고래의 고장이다. 장생포 고래문화 특구에는 고래박물관·고래생태체험관·고래문화마을 등이 있다. 이중 고래문화마을은 1970년대까지 서태평양 포경업 전진기지였던 장생포 마을의 옛 모습을 재현해놓았다.

△먹을곳= 울산 시내에서 가장 유명한 곳 중 하나가 함양집(052-260-9060)이다. 그리 비싸지 육회비빔밥을 맛볼 수 있다. 여기에 고기가 잔뜩 든 파전과 메밀묵을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울산에서 이름난 함양집 ‘육회비빔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