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산업전망 설문]⑤"일관성있는 정책과 규제완화가 먼저"

by성문재 기자
2016.11.28 05:35:00

[이데일리 227개 주요기업 긴급 설문]
정부에 바란다
"돈 안드는 규제완화 해주길".. 예측가능 정책기조 유지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우리 기업들 대부분은 정부가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경기부양정책과 세제혜택을 마련해줄 것을 바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순실 게이트와 트럼프 당선으로 국내외 정세가 혼돈에 빠져있는 상황이지만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선택지가 복잡하지만은 않은 셈이다. 다만 기본적인 정책 환경이 좋지 않아 정부에 많은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답변도 있다.

국내 주요 기업들은 내년 정부에 가장 바라는 것(주관식, 복수응답 가능)으로 규제완화(68건, 29.1%)를 가장 많이 꼽았다. 내수 경기부양정책(31건, 13.7%), 세제혜택 및 인센티브(29건, 12.8%), 정책 예측가능성(22건, 9.7%)이 그 뒤를 이었고 국내 정치문제 해소, 개별기업 정책 및 해외진출 지원, 환율 등 대외 변동성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정부가 돈 안들이고 할 수 있는 것이 규제완화”라며 “이같은 지원을 통해 기업들의 사업기회를 넓히고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227개 기업 참여




전통적인 굴뚝산업의 경우 화석연료를 이용해 제품을 생산하는 특성상 환경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각종 인허가 규제에 적지 않은 부담을 나타냈다. 에너지 분야의 한 업체는 국내 전력생산 설비의 잉여를 이유로 자가소비 전력 생산을 위한 투자가 제한받고 있는데 이를 완화해달라는 의견을 내놨다. LPG(액화석유가스)업계에서는 LPG자동차 사용제한 완화를 몇년째 가장 시급한 사항으로 꼽고 있다.

대형마트를 포함한 유통업계는 주말 강제 휴무나 투자 관련 과도한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고 호소했다. 식품 제조업체들은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서 정부가 각종 규제를 없애고 지원을 늘려 줄 것을 건의했다.

금융업종도 마찬가지다. 규제를 완화해 거래 활성화 등 선순환 효과를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방카슈랑스 25% 룰이나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가입 제한 등을 없애자는 구체적인 의견들이 나왔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금융투자업을 규제산업에서 성장육성 산업으로 인식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산업계가 국내 투자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는 만큼 다양한 지원 혜택을 줘야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장기적인 업황 침체로 올해 산업 구조조정의 슬픈 주인공이었던 해운·조선업계는 누구보다 금융 및 자금조달 지원, 세제 혜택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대기업에 비해 경영구조가 취약한 중소·중견기업들은 대체로 법인세에 대한 부담을 크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정부가 보다 책임감을 갖고 경기부양 정책을 펼쳐줄 것은 물론 정책의 예측가능성도 유지해주기를 바랐다. 장기적인 로드맵을 갖고 일관성있는 경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정책 흐름에 영향을 받는 대표 업종인 건설·부동산 분야는 정책의 투명성과 연속성에 대한 갈증이 컸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예측 불가능한 단기적인 정책 앞에서 기업은 갈팡질팡할 수밖에 없다”며 “단기 처방식의 규제를 남발하지 말고 안정되고 일관된 부동산 정책을 유지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 중장비 업체 관계자는 “산업의 근간인 제조업 경쟁력은 최소 10년에서 20년 이상의 장기적인 안목과 투자가 필수적”이라며 “기업들의 신성장 분야 진출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LG화학 대산공장 전경. LG화학은 오는 2019년까지 충남 대산공장에 총 6870억원을 투자해 20만t 규모 엘라스토머 공장 증설을 진행하고 NCC의 에틸렌 생산능력을 23만t 늘리기로 했다. LG화학 제공.
전문가들은 경기 부양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상황이지만 정부가 정책을 구사할 수 있는 범위는 올해보다 내년이 더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이 금리 정상화 수순에 들어간 만큼 금리 인하를 이용한 경기 부양은 더이상 쉽지 않다. 또 내년 예산을 보더라도 확장적인 재정지출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가 있는 재원을 가지고 나름 노력하겠지만 기본적인 틀 자체가 제한적이라는 뜻이다.

결국 현실적인 대안이 규제 완화다. 정부는 네거티브 규제(필수 규제를 제외한 모든 규제를 해제) 방식을 도입하고 규제프리존법을 제안하는 등 관련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까지 기업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 입장에서 규제완화가 굉장히 필요한 상황이지만 내년 대선 정국에 들어가면 쉽지 않을 것”이라며 “통화·재정정책의 한계는 우선 규제완화를 통해 보완하고 수출활로 개선, 정책자금 지원 강화 등 가능한 수단을 모두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