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박수익 기자
2015.05.12 07:00:00
기업별 신용등급 적정성 설문
삼성테크윈·롯데물산 최다 지적
[이데일리 박수익 기자] 수년째 춘추전국시대다. 21회 SRE 기업별 신용등급 적정성 설문(워스트레이팅·Worst Rating)에서는 말 그대로 ‘몰표’를 받은 곳이 없었다. 회사채시장 관계자라면 누구나 이론의 여지 없이 ‘이 회사의 신용등급에는 거품이 끼어있다’고 절대적으로 공감하는 곳은 없었다는 얘기다.
등급적정성 설문에서 독보적 몰표를 의미하는 40~50% 이상 득표율이 나오지 않은 것은 꽤 오래됐다. 16회 SRE(2012년 10월)에서 STX계열이 75% 득표율로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운 이후 40% 이상 득표율을 받은 곳이 없고, 지난 20회(2014년10월)에 이어 두번 연속으로 30%대도 없다. 최근 기업들이 자구노력을 기울이고, 신용평가회사들도 신뢰도 제고를 위해 적극적으로 기업 신용등급을 조정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21회 SRE에서는 그동안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새 얼굴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전체응답자 174명 중 44명(득표율 25.4%, 5개 이내 복수응답 가능)으로부터 표를 받은 삼성테크윈·토탈이 대표적이다. 이번 설문에 새롭게 워스트레이팅 후보군(총 40개)에 포함된 삼성테크윈·토탈은 크레딧애널리스트(CA)와 채권매니저들로부터 모두 가장 많은 지적을 받았다.
지난해 한화그룹으로의 피인수가 확정된 후 이른바 ‘삼성채권’이 ‘한화채권’으로 바뀌는 크레딧시장의 심리적 충격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다만 인수합병(M&A)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당장 등급 액션이 필요하다는 의미보다는 M&A후유증이라는 일시적 요인 성격이 강하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른바 ‘앵그리 보팅’이라는 것이다. 다음 회차 설문에서 M&A가 완료되고 그에 따른 등급조정도 마무리된다면 자연스레 논란의 강도 역시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번 설문에서는 한화에너지·한화케미칼도 22표를 받았다. 두 회사는 삼성종합화학 지분을 각각 29.2%(5519억원), 26.9%(5081억원)씩 인수한다. 신용평가회사들은 인수대금을 3년간 3회 분납하는 조건이기 때문에 재무적 부담의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M&A완료 이후 지속적인 계열 지원 가능성과 추가인수, 석유화학으로 편중된 한화그룹의 사업포트폴리오 등을 신용등급 모니터링 요인으로 제시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M&A 이전 한화그룹에서 석유화학 부분의 이익기여도(EBITDA 기준)는 19% 수준이었지만, 인수후에는 43%로 대폭 증가한다. 한신평은 “한화그룹 입장에서는 최근 몇 년간 태양광사업 적자, 석유화학과 건설부문 수익성 저하로 그룹 전체 수익성이 크게 낮아졌고, 이를 전환시킬 승부수가 필요했기에 직시성 있는 전략”이라며 “그러나 그룹의 사업위험이 석유화학에 편중됨으로써 실적 및 채무상환능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부담도 안게 됐다”고 분석했다.
삼성테크윈·토탈에 이어 두번째로 지적을 많이 받은 곳은 롯데물산이다. 삼성테크윈·토탈보다 단 1표 적은 43표(24.9%)였다. 이 때문에 실질적 1위는 롯데물산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롯데물산 역시 이번 설문에 새롭게 후보권에 포함됐다. 다만 롯데물산은 20회 SRE에서 AA등급 기업의 신용도만 별도로 조사한 설문에서 27.3%의 득표율을 기록, 이번 결과가 어 느정도 예견됐던 곳이다.
롯데그룹의 숙원인 제2롯데월드 사업이 롯데물산 재무구조에는 우려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 설문결과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한 자문위원은 “아직 벌어들이는 돈은 마땅치 않은데 사업비를 충당할 차입금만 늘어나니 AA급 신용등급이 적정한지 의문이 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0회 SRE에서 각각 3위, 6위에 올랐던 포스코·포스코건설, 동국제강은 이번에는 각각 43표, 37표를 받으며 공동 2위와 4위를 차지했다. 공교롭게 검찰수사 리스크가 있는 기업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