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석 IT칼럼]SNS가 만드는 다양성의 사회

by이재석 기자
2012.03.13 08:50:07

심플렉스인터넷(카페24) 대표이사

[이데일리 이재석 칼럼니스트] 매년 1~2월 서울 강남지역의 전셋값은 신학기를 앞두고 학군 수요가 몰려 천정부지로 치솟았지만 올해는 하락세를 보였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혁신학교가 지역별로 골고루 생기면서 학군 수요가 분산됐기 때문이다. 덕분에 강남대신 혁신학교 인근 지역 집값이 오르는 현상이 벌어졌다.

강남으로 대표되는 기존 명문 학군의 ‘틀에 박힌’ 교육에서 벗어나 다양성을 갖춘 교육을 선택하는 학생과 학부모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대학은 획일적인 학생 선발 기준에서 탈피하고자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고 나섰다.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한 대학들은 학생들을 선발할 때 수능성적이나 내신등급 외에도 개인 환경, 특기, 대인관계, 논리력, 창의력 등 다양한 기준을 중요한 입학 요건으로 삼고 있다.

이처럼 입학 기준이 다양해지면서 다양한 유형의 인재를 선발할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 우리는 어떤 물건을 구매하거나 특정 사안을 결정할 때 충분한 정보를 획득하지 못했다. 때문에 정확한 가치 판단을 내리는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그럴 때마다 눈으로 보이는 객관적 수치인 자본금, 기업규모, 수능 성적 등을 평가 기준으로 삼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최근 스마트폰 대중화에 따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양상이 변하고 있다. 사회 구성원들끼리 소통하는 정보의 양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전에는 사람들이 TV, 라디오 같은 기존 대중 매체를 통해 한정된 여론을 간접적으로 접했다. 이제는 SNS를 통해 수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직접 접한다. 수만 가지의 다양한 의견에 노출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이에 따라 신문 지면이나 방송 시간의 한계 때문에 전달되지 못하던 소수 의견들과 각종 이해관계로 왜곡됐던 정보들이 좀 더 투명하게 전달되고 있다. 소통의 증가를 통해 정보 독점이 사라지고 가치판단의 기준도 자본, 규모, 시험 점수처럼 획일성을 벗어나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표면에 드러나거나 행동으로 옮겨졌을 때 무시당하거나 비판 받을 수 있는 소수의 의견도 SNS 상에서 자유롭게 전파되고 있다. 이렇게 SNS를 통해 공개된 소수의 의견에 공감대를 느낀 사람들이 모이고 이것이 규모를 갖추면서 다른 사람의 가치 판단 기준에도 영향을 미치는 중이다. 이는 결국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게 된다.

트위터를 통해 지구 반대편에서 시도되는 실험적인 교육 모델은 어떤 게 있는지 접하거나 페이스북에서 현재 진행 중인 공연에 대한 평가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모습은 이제 일상이 됐다.

높은 수능점수를 약속하는 학교, 많은 제작비가 들어간 연극이 아닌 자신이 좀 더 가치있다고 여기는 것을 고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만든 기술적 바탕에 SNS가 있다.

앞으로도 SNS가 사회 구성원간의 활발한 소통 창구로 기능하다면 획일화된 틀에서 벗어나 웹의 기본 정신인 교류와 공유를 통해 다양한 가치와 이념이 공존하는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