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증시 `해바라기`..FRB 고민 깊어진다

by김윤경 기자
2007.08.27 08:43:48

지난주 글로벌증시 `뚜렷한 회복`
재할인율 인하로 금리인하 기대감 커져
FRB, 금리인하 `딜레마`..결정에 `예의주시`

[이데일리 김윤경기자] 글로벌 증시는 요즘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를 바라보는 `천수답(天水畓)` 장세다.

시장에 긴급자금을 수혈해 온 FRB가 지난 17일 전격적으로 재할인율을 인하했고, 이것이 시장 안정에 상당한 역할을 한 게 사실이다.

지난 주말(24일) 미국 증시는 7월 신규주택판매 등 주요 경제지표들이 호조를 보인 것을 `경기침체`를 방어할 수 있는 신호로 해석하며 안도 랠리를 펼쳤다. 경기가 침체되지 않더라도 FRB가 조만간 구원투수 역할을 해줄 것이란 믿음이 작용한 것은 물론이다.

FRB로선 고민이 깊어졌을 법하다. 시장이 이렇게 안정을 찾아간다면 기대감이 부풀대로 부푼 `금리인하` 카드를 사용하지 않아도 될 것인지, 적어도 빨리 사용하진 않아도 될 것인지 판단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주 말 예정돼 있는 벤 S. 버냉키 의장이 잭슨홀 회의에서 어떤 언질을 줄 지가 가장 큰 관심사가 되고 있다.

여전히 대세는 FRB가 늦어도 9월엔 금리를 내릴 것이란 전망이다. 일각에선 FRB가 9월 공개시장위원회(FOMC) 이전에 금리인하 조치를 내릴 것이란 기대감도 사라지지 않고 있으며, 9월과 10월 연속해서 금리를 내릴 것이란 희망도 내비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주 모간스탠리 캐피탈 인터내셔널(MSCI) 월드 지수는 5.4% 상승했다. 지난 달 19일 이래 11%나 떨어져 왔으나 방향을 돌린 것이다.
 
뉴욕증시의 대형주 위주의 스탠다드 앤드 푸어스(S&P)500 지수는 4.8% 상승했고, 다우존스 평균지수는 4.2% 올랐다. 주식시장이 안정을 찾으며 미 2년물 국채 수익률은 지난 주 11bp 오른 4.28%를 기록했다(채권가격 하락).

유럽 증시의 다우존스 스톡스(Stoxx)600 지수는 5.2% 올랐고, MSCI 아시아 퍼시픽 지수는 8.1% 급상승하며 2002년 3월 이래 주간단위로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이머징 마켓 증시도 동참,  지난 달 23일 18%나 폭락했던 MSCI 이머징 마켓 지수는 재할인율 인하 이후 8.7% 치솟았다.
 
시장의 변동성도 뚝 떨어졌다.
 
일명 `두려움 지수`로 불리는 시카고 옵션거래소(CBOE)가 측정하는 변동성 지표 VIX(Volatility Index)는 지난 주에만 31% 급락했다. CBOE가 1990년 이후 이 지수를 측정한 이래 주간 단위로 가장 큰 폭의 하락을 기록한 것이다.
 
캐피탈 이코노믹스의 줄리안 제솝은 "시장 심리가 전환되고 있는 것은 FRB의 재할인율 인하와 유럽중앙은행(ECB)의 추가 유동성 공급 등에 기인한 것"이라며 "적어도 대폭락(Meltdown)은 방어됐다"고 언급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금리선물은 FRB가 9월18일까지 재할인율을 5%까지 낮출 가능성을 58% 반영하고 있다. 4.75%로 낮아질 가능성은 42%로 반영하고 있다. FRB는 지난 17일 재할인율을 6.25%에서 5.75%로 50bp 인하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지난 주 글로벌 증시의 `환호`는 FRB가 신용위기의 확산을 확실하게 밟기 위해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기대감, 그리고 당위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해석했다.

제프리 클라인탑 LPL 파이낸셜 서비스 수석 스트래티지스트는 "명백하게 FRB는 시장에 `신용위기로 인한 유동성 위기가 대재앙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해 준 것"이라고 말했다.
 
뱅크오브 뉴욕 멜론의 닐 멜러는 "투자자들은 그러나 신용위기가 경제 전반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사실, 자금 시장이 갑자기 경색될 수 있다는 불확실성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리스크 선호`는 FRB의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지만 시장엔 어느정도 불안감이 존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FRB의 9월 결정을 앞둔 기대감이 크고, 그동안 많이 떨어졌던 탓에 증시가 기술적으로 오름세를 보이며 변동성에는 브레이크가 걸렸다고 진단했다.
 

 
이런 가운데 FT는 전체적인 논조는 아니지만 칼럼 등을 통해 꾸준히 중앙은행들의 금리인하 결정이 섣불리 이뤄져선 안된다는 의견을 전하고 있어 주목된다. 
 
FT의 칼럼니스트 토니 잭슨은 26일자 칼럼에서 "신용위기가 실제 경제에 리스크가 된다면 금리인하는 올바른 결정이지만, 단기적인 측면에서 리스크를 선호하는 투자자(risk-takers)들을 구제하는 쪽이 된다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헤지펀드나 사모펀드 등 과도하게 리스크를 감수하고서라도 고수익을 올리려는 투자가 그동안 행해져 왔고, 신용파생상품의 발전도 투자은행들에게 위험도 감수하는 쪽으로 움직이게 해 왔다는 설명이다. 
 
또한 현재의 위기는 `돈`의 문제가 아니라 `(투자가들의)투명성 부족` 때문에 야기된 것이라면서 신용평가사들의 책임 방기를 다시 한 번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