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상승이 소비 늘린다

by조선일보 기자
2006.08.03 08:29:26

“부동산·주식값 오르면 저축률 하락현상 보여”

[조선일보 제공] 직장인들은 보통 집을 살 때 은행에서 돈을 빌려 사고 매월 대출금을 갚아 나간다. 이런 부동산 구입 자금은 저축 통계에는 잡히지 않으나, 소유자의 재산 증가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저축으로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주식과 채권, 펀드 투자도 마찬가지다. 이래파이낸스 이찬교 상무는 “주택대출금 상환액을 저축으로 본다면 우리나라의 실질적인 가계저축률은 10%선 이상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과 주식 가격의 변동은 소비와 저축 등 가계살림에 큰 영향을 준다. 서울 고려대 앞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박현곤(49)씨는 3년 전 이가 다 빠졌다. 고생을 너무 많이 한 탓이다. 그는 99년 말 증권시장이 활황을 보이자 모든 재산을 투자해 주식을 샀다. 그러나 수개월 후 주가가 폭락하는 바람에 돈을 다 날리고 2억원의 은행 빚까지 졌다. 박씨는 “지난 6년 동안 은행 빚을 갚느라 백화점에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자산가격 변동에 따라 이처럼 소비가 늘어났다 줄었다 하는 것을 경제용어로 ‘부의 효과(wealth effect)’라고 말한다. 박씨는 주식투자로 큰 손해를 보았지만 1999년 말 수도권에서 아파트를 구입한 사람은 불과 5년 사이에 50~300%의 투자수익률을 올렸다. 가계저축률이 98년 이후 급락한 이유를 이런 집값 상승 현상과 연결시켜 설명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한국은행 경제통계국 이정연 조사역은 “집값이 많이 오른 도시 지역일수록 주민들의 소비가 더 많이 늘어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면서 “선진국들에서도 자산가격이 오르면 저축률이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