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치솟던 선박 몸값 꺾였다…조선업 피크아웃 다가오나

by하지나 기자
2024.12.19 06:00:00

신조선가지수 189.05..10월부터 하락세
''효자선종'' LNG운반선 운임·용선료도 하락
컨테이너선도 트럼프發 물동량 하락 우려도
승인 중단된 美 LNG프로젝트 재개 기대감도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신조선가지수가 최근 하락세로 접어들면서 조선업에 대한 피크아웃(Peak out·정점 찍고 하락세)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고부가가치 선종으로 부각되며 우리나라 조선업계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경우에도 최근 용선료와 운임이 떨어지는 등 주춤한 모양새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클락슨 신조선가지수는 지난 13일 189.05로 전주대비 0.09포인트 하락했다. 지난 9월 27일 189.96포인트를 기록한 이후 완만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3여년간 거침없이 상승하며 역사적 최고점인 2008년 9월 191.6을 목전에 두고 선박 몸값 상승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실제로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선종으로 꼽히는 LNG운반선의 경우 상반기 2억7000만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찍은 뒤 최근에는 2억6000만달러 수준에 머물러 있다.

LNG선 운임과 용선료도 하락 추세다. 16만 cbm급 LNG선의 주요 3개 항로 운임을 종합해 산출하는 발틱해운거래소의 BLNG 지수는 지난 13일 기준 2400을 기록했다. 올 초 BLNG 지수는 3000대를 나타냈다. 17만4000만㎥급 LNG선 용선료는 20% 급락한 2만8000달러를 기록했다.

최근 홍해 사태 및 중동 정세 불안으로 급부상했던 컨테이너선 역시 물동량 둔화 및 선복량 과잉으로 내년 시황이 악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출범하면 관세 장벽과 보호무역주의 강화 기조, 미·중 무역 분쟁이 심화하면서 물동량이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다. 과거 트럼프 행정부 1기에도 중국과의 무역분쟁이 발생하며 컨테이너선 물동량이 둔화되는 현상이 나타난 바 있다.

지난해 연말 홍해 사태로 강세를 나타냈던 컨테이너선 운임도 빠르게 하향 안정화하고 있다. 한 때 4000선을 바라봤던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최근 2200~2300선대를 유지하고 있다.



시장에선 올해 카타르 LNG운반선 및 대형컨테이너 발주가 쏟아지며 기대 이상의 호황을 거둔만큼 내년에는 올해만큼의 발주 물량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보고 있다. 올해 1~11월 전세계 선박발주량은 541억6100만CGT로, 2022년(519만2900CGT)과 2023년(464만3500CGT)을 모두 초과 달성했다. 특히 LNG운반선 발주는 75척으로, 2011년 이후 연평균 63척을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수준이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2025년과 2026년에는 LNG선에 대한 높은 수요증가율로 시황개선도 일부 기대되나, 많은 신조선 물량 인도로 선복량 증가율도 높아 큰 폭의 개선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최근 신조선가지수 하락이 미국 대선 결과를 앞두고 주요 글로벌 LNG 프로젝트들이 최종 투자를 미룬 영향이라는 해석도 있다. 현재 미국에서 2027~2028년 허가 승인이 필요한 LNG 프로젝트는 6800만톤 규모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개발 재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변용진 iM증권 연구원은 “바이든 전 정부가 일시적으로 승인 중단했던 미국의 LNG 수출 프로젝트들이 트럼프 정권 하에서 재개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수출 승인 지연으로 영향을 받았던 LNG운반선 발주는 약 83척으로 추정되며, 향후 2~3년간에 걸쳐 발주될 것”이라고 내다봤다.